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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시 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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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Jul 09. 2021

치아의 리듬

도무지 하고픈 일이 없어 치아를 만져보기로 했다. 사람이 심심하면 별 짓을 다 한다. 뽀득뽀득 양치질을 하고 손을 깨끗이 씻었다. 그렇게 치아를 하나하나 만지고 있자니 역시 바라만 보는 것과 직접 만져보는 것은 달라 싶었다. 혀로 하나하나 훑는 것도 재밌지만 역시 손만큼 촉각에 대한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한 것도 없었다.


치과의사분들이 인정한 무른 치아임에도 불구하고 만져본 이는 상아처럼 단단했다. 뼈와 치아의 구성요소가 비슷하다던데, 뼈를 만지면 이런 기분일까? 아무튼 치아를 만지는 직업을 가진 사람처럼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만지다보니 다들 엇비슷하게 생긴  같아도  모양새가 달랐다. 곡선이나 뾰족함이나 잇몸에 덮인 정도 같은 것들이 말이다.


치아 따위야 그냥 <인체> 카테고리 안에 넣어 뭉뚱그려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요모조모 건드리고 있자니 일종의 리듬감이 느껴졌다. 애니메이션 같은 데서 종종 보이는 등뼈를 가지고 드르르륵 딩동댕동 하는 것처럼 말이다. 큰니 작은니 중간니 뭉툭한니 뾰족한니 사라진니의 흔적마저 리듬의 한 부분이 된다. 집단을 이룬 세상 어디에서나 우리는 리듬을 마주할 수 있다. 개인의 구강 안에서조차 말이다. 이런 걸 보면 리듬은 사회의 부산물이 아닐까?


이러다가 장기의 리듬까지 적는 것은 아닌지. 적다 보니 별 짓을 다한다 싶다. 그래도 최근에 했던 일들 중 가장 참신하게 즐거웠으니 공유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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