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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시 세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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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도 Jul 10. 2021

실온에 둔 물처럼

  근래 들어 애쓰는데 지쳤다. 왜일까? 진이 빠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힘을 주려 해도 전만큼 들어가질 않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된 김에 그냥 산다 하며 살아보고 있다. 놀랍게도 마침내 조금씩 숨통이 트임을 느낀다. 매번 물속에서 가라앉기만 하다가 마침내 물속에서 동동 뜰 수 있게 된 것 같달까. 그동안 뭐든 꽉 붙잡는 법밖엔 몰랐는데, 아마 다른 태도가 길이 들고 있는 것 같다. 온도로 따지자면 이런게 미지근하게 사는 삶이 아닐까 싶다. 실온에 둔 물처럼 말이다.


  미온수처럼 살기 위해선 호수 위의 오리처럼 늘 발을 구르고 있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온도를 맞추기 위해 현재 내 마음이 어떤지 늘 감각을 세우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나의 긴밀한 관찰자가 되었다. 덕분에 여느 때보다 내가 가장 가까운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이걸 쓰게 될줄은... @교보


  붙잡으려 하지 않고 흘러오는 대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언젠가는 스스로가 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 안팎의 온도가 맞지 않아서 김을 펄펄 내거나 표면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일 없이, 그저 적당한 온도의 물이 되어 살아갈 수 있을까?


  불현듯 떠올린다. 내가 가진 특성들을 고치려 애썼던 모든 시도들이 결국엔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근원을 말이다. 미지근함은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데 큰 힘이 되는 것 같으니 당분간은 마음이 너무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지 않게 잘 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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