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들어 애쓰는데 지쳤다. 왜일까? 진이 빠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힘을 주려 해도 전만큼 들어가질 않으니까 말이다.
이렇게 된 김에 그냥 산다 하며 살아보고 있다. 놀랍게도 마침내 조금씩 숨통이 트임을 느낀다. 매번 물속에서 가라앉기만 하다가 마침내 물속에서 동동 뜰 수 있게 된 것 같달까. 그동안 뭐든 꽉 붙잡는 법밖엔 몰랐는데, 아마 다른 태도가 길이 들고 있는 것 같다. 온도로 따지자면 이런게 미지근하게 사는 삶이 아닐까 싶다. 실온에 둔 물처럼 말이다.
미온수처럼 살기 위해선 호수 위의 오리처럼 늘 발을 구르고 있어야한다는 것을 알았다. 온도를 맞추기 위해 현재 내 마음이 어떤지 늘 감각을 세우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나의 긴밀한 관찰자가 되었다. 덕분에 여느 때보다 내가 가장 가까운 사람인 것처럼 느껴진다.
붙잡으려 하지 않고 흘러오는 대로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언젠가는 스스로가 편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 안팎의 온도가 맞지 않아서 김을 펄펄 내거나 표면에 물방울이 송골송골 맺히는 일 없이, 그저 적당한 온도의 물이 되어 살아갈 수 있을까?
불현듯 떠올린다. 내가 가진 특성들을 고치려 애썼던 모든 시도들이 결국엔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근원을 말이다. 미지근함은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데 큰 힘이 되는 것 같으니 당분간은 마음이 너무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지 않게 잘 돌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