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ve the Treetops', MapleStory
어릴 적 유행했던 메이플스토리에는 도적이라는 직업이 있었다. 도적은 표창과 단검 두 가지 무기를 쓰는 직업이었는데, 그 시절에는 표창을 쓰는 도적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점프를 하며 표창을 던지는 모습이 멋있고 성능도 확실히 뛰어났기 때문이다. 반대로 단검을 쓰는 도적은 표창 도적에 비해 성능이 그다지 좋지 않았다. '표창을 쓸 수 있는데 굳이 단검을?'이라는 여론이 당시 초등학생 사이를 지배했고 단검 도적을 플레이하는 사람은 표창 도적들에게 비웃음을 사거나 동정의 눈초리를 받기 일수였다.
나는 단검 도적을 플레이했다. 성능도 안 좋고 내가 잡고 있는 몬스터를 표창 도적에게 빼앗기는 경우도 종종 있었으나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친구들이 왜 단검을 하느냐, 표창으로 다시 키우는 게 어떠냐 말해도 묵묵히 단검 도적을 키워나갔다. 그 이유는 멋, 그게 전부였다. 단검 도적의 스킬 중에는 '새비지 블로우'라는 스킬이 있었는데 그 스킬의 멋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한 마리의 몬스터를 수차례 가격하고 마무리하는 그 멋은 당시 단검 도적을 플레이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모른다.
그 시절 표창 도적을 플레이했던 초등학생처럼 어디에나 최상의 성능, 최고의 효율을 따지는 사람이 있다. 비판하려는 건 아니다. 오히려 좋다고 본다. 그 성능과 효율을 위해서 수없이 많은 노력을 투자하는 것 자체가 의미 있고 멋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꽤 많은 액수의 연봉을 보장해 주는 직업을 가지는 꿈을 이뤄낸 사람이라던지, 혹은 하고 있는 투자로 최고의 이윤을 보기 위해 계속해서 공부하는 투자자들. 다이어트를 위해 매 끼니마다 저울을 들고 다니며 밥의 무게를 재는 사람들까지, 이루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게 어째서 멋진 일이 아니겠는가. 주류에 편입되는 게 어찌 비판받을 일이겠는가, 비주류보다 주류에 편입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많다는 건 굳이 말하지 않아도 세상 사람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 아니던가.
그저 나는 최상의 성능이나 효율, 주류에 편입되는 것을 목적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일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높은 우선순위는 내 마음이다. 내가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한다. 나는 단검 도적이 하고 싶어서 했다. 성능이 별로이기 때문에 하고 싶지 않았다면 안 했을 것이다. 두 번째 우선순위가 필요성이다. 설령 모두가 반대하는 일일지라도 필요한 일이라면 한다. 나에게 혹은 공동체에게 필요한 일이라면.
그래서인지 선택하는 것의 대부분이 비주류다. 사람들이 선택하지 않는 것들을 하는 경우가 잦다. 기타라는 악기를 떠올리면 대체로 코드를 잡고 스트로크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걸 떠올리지만 나는 핑거스타일을 친다. 야구게임을 할 때면 내 포지션으로 항상 마무리 투수를 선호한다.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라고 전시되어있는 것들은 무시하고 고전문학이나 역사서를 찾는다. 가끔은 그냥 비주류가 좋아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별종인가? 특이한 성격을 가졌나? 싶기도 하지만 그게 뭐 어떤가, 역시 내가 하고 싶어서 한다는데.
가끔은 고독을 느낄 때도 물론 있다. 비주류에 속해 묵묵히 하고 싶은 일, 필요한 일을 하다 보면 느끼는 고됨, 힘듦을 공유할 대상이 없음에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주류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비주류는 비주류이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다시 묵묵히 참아내기도 한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들이 빛나는 이유는 그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꺼리는 일을 행했기 때문이다. 비주류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일, 필요한 일을 했기 때문이다.
항상 좋은 일만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그러나 살아가는 인생에 언제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고 내가 항상 주류 집단에 속해있을 수는 없다. 내가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세상은 천하게 볼 수도 있고 세상 사람 모두가 말리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한다. 그 일이 좋던 나쁘던 상관없다. 하고 싶은 일, 내 노력을 바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일이라면 한다. 그게 나의 낭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