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에서 초음파를 봤어요.
뱃속에 서리태 한 알이 보이더라고요.
그렇습니다. 한 9달 후면 엄마가 될 것 같아요.
여태까지 임신을 한 주변사람들이나 친구들을 봤을 때 축하를 건네긴 했습니다만, 축하할 일인 것인가 한 번씩은 갸우뚱했습니다.
한 인간이 생겨나고 세상 속에서 고생을 하고, 꺾이고, 늙고 죽어가는 일이 일어나는 것이니까요.
어린 시절부터 이럴 거면 부모님은 나를 왜 낳은 건지, 삶은 어찌 이리 고통스러운지를 생각하다 보니 임신에 대해서, 어린아이에 대해서, 진심 어린 축하도, 기쁨을 공감하지도 잘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제 초음파를 보고,
까만 서리태 한 알을 보았을 때,
문득,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잘은 모르겠지만 감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 서리태가 무사히 인간이 되어 평온하게 잘 자랐으면 좋겠다.'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남편에게 초음파 사진을 보여줬더니,
남편의 눈도 촉촉해졌습니다.
비슷한 마음이었겠죠.
이제는 진심으로 축하해 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축하받을 일이 맞네요.
부모가 되는 것, 인생의 새로운 장을 넘기는 것.
아이는 물론 삶이 고되겠지만, 사랑을 받고 나눌 수 있는 것.
그런 것들.
전 목표지향적인 편이라 아이가 사랑받았으면 싶은 만큼 주변에 사랑을 베풀고 싶어 지네요.
평소에 없던 인류애예요.
참, 저란 사람은,
경험해 봐야 그제야 느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