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틈에서

Dasein

by 레드 피터

사진인식에 관하여 -


인간은 세계 속에 부유한다.
빛의 파편, 그림자의 잔향, 그리고 침묵의 흔적으로 존재한다.
그는 사물과 다르지 않다.
보는 자이면서 보이는 자,
세계 속에서 읽히고 감각되는 존재의 살 위에 얽혀 있다.


살은 감각의 표면이며,
감각은 존재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언어다.
존재는 세계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부유한다.
그 부유는 고립이 아니라,
세계 안에서 드러나는 존재의 방식,
감각으로서의 현전이다.


빛과 그림자, 인간과 사물, 그리고 침묵의 틈 —
그곳에서 나는 있음을 감각한다.
감각의 사건은 서사가 아니고,
감정의 전달이 아니라,
감각 자체가 주체가 되는 순간이다.


인간은 이 자리에서 철저히 외면된다.
그들은 더 이상 포섭될 수 없는 자,
말할 수 없는 존재의 증거다.
인간의 실재는 부재와 결여의 자리에서 증언된다.
인격이 사라진 그 자리,
존재가 스스로를 감각으로 드러내는 자리 —
그곳에서 인간은 다시 드러난다.


근대적 휴머니즘이 끝난 자리에서
인간은 표정이 아닌 부재의 흔적으로 남는다.
빛의 잔향과 그림자의 여운 속에서,
존재의 윤리와 침묵의 감각으로 태어난다.
사진은 그 침묵의 표면,
실재의 잔여를 감각하는 예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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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최민식, 유진스미스류의 휴머니즘적 감동의 사진이 필요없다는 극단은 아니다만, 인간을 붙잡을수 없는 고결한 표상으로 격상시킨 나머지, 존재자체를 존재하지 않음으로 비워버리는 현상을 마주하게 된다. 못내 그것이 아쉽고, 결국 사람이 먼저라는 달콤한 속삭임 뒤에서는 닿을 수 없는 신화안에 갇혀버린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을 지울수가 없다.


존재를 존재 자체로 돌려놓자..!


그래야 프레임에 갇혀 박제된 표상이 아닌, 실재가 되는 존재로서 인간을 바라볼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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