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은 디테일을 따라 흐른다
“넌 어떤 사람이 될래?”
가수 보아의 차분한 내레이션으로 시작되는 나이키 캠페인 광고 <너라는 위대함을 믿어>. 여성의 주체적인 삶을 응원하는 이 광고 영상, 마케터분이라면 보셨을 겁니다. 이 광고에는 20대들의 반응도 뜨거웠는데요. 기업 캠페인에 무심한 세대인만큼 특이한 일이었습니다. 똑같이 좋은 메시지라도 20대는 어떤 광고엔 호응하고 다른 광고엔 무심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Z세대를 다룬 책 <90년생이 온다>는 20대 소비자를 호갱이란 키워드로 풀어냅니다. 호갱은 어수룩해서 이용만 당하는 사람을 뜻하는 '호구'와, 고객을 발음 그대로 적은 '고갱'을 합친 조어입니다. “고갱님~ 지금 이것 신청하시면 엄청 이득이세요”란 감언이설에 속을 대로 속은 자신들을 스스로 비하하며 사용하는 말이죠.
20대가 호갱이라는 말이 아니라, 반대로 자신이 호갱인지 아닌지 늘 확인하는 스마트 소비자라는 설명입니다. 20대는 어릴 적부터 광고에 노출돼 기업 메시지를 거르는데 도가 텄습니다. 훌륭한 가치, 좋은 혜택도 진짜인지 매의 눈으로 검증하려 듭니다. 소수의 메세지만이 촘촘한 의심 그물을 통과해 ‘진짜배기’로 ‘검증’됩니다. 그리고 검증은 보통 사소한 디테일에서 증명되죠.
나이키 광고 유튜브 영상 댓글을 보시죠. '마우스피스'를 언급하는 댓글이 많습니다. "여성이 요리하는 게 아니라 마우스피스를 소독하는 장면에서 큰 울림을 받았습니다” “아~ 마우스피스 삶는 거 간지 죽인다.”
영상엔 태권도를 하던 여성이 주방에서 냄비로 무언가를 끓이고 있습니다. 요리하는 것 같지만 결국 마우스피스를 끓이는 모습으로 밝혀지죠. 격투기 선수들은 치아보호용 마우스피스를 뜨거운 물에 끓여 말랑하게 만든 후 이로 물어 자기 입에 맞춘다더군요.
선수가 아니면 모르는 생생한 디테일은 20대들을 궁금하게 만들었고, 20대들이 찾아보게 만들었습니다. 구석구석의 디테일들은 결국 20대들이 나이키 광고를 ‘진짜배기’로 여기게 하였죠. 진심은 저절로 전해지는 게 아닌 디테일로 증명된다는 것. 다 아시는 이야기일 겁니다.
이번 대학내일 뉴스레터는 20대와 관련해 알아야 할 디테일들을 담았습니다. 나이키 광고를 본 대학생들 실제 후기 영상도 있으니 덜 바쁘실 때 클릭해보시기 바랍니다.
1 나이키 영상을 본 여대생들의 실제 반응
우리 주변의 대학생 중에도 차별의 시선을 견디며 자기 길을 가는 이들이 있습니다. 고려대 스트릿댄스동아리(여자가 왜 격렬한 춤을 춰?), 서울여대 게임동아리(여자가 무슨 게임이야?), 연세대 여자농구동아리(어디 다쳐서 흉지면 어쩌려고?). 대학내일은 이들 3개 동아리 여성 멤버들과 함께 나이키 캠페인 광고를 본 후 이야기를 나누었고, 이 장면을 영상으로 다시 담았습니다.
각자가 겪은 차별과 극복의 스토리, 영상 속 감동 포인트 등에 대해 말하는데요. 20대 타깃 캠페인을 준비하고 계신 분이라면 20대들 목소리를 들어봐도 좋겠습니다.
-> 하고 싶은 걸 숨기지 말았으면 (대학내일 유튜브 동영상)
2. 밥 한 번 먹을 때도 예의를 따진다, Z세대 밥약 문화
Z세대를 자기만 아는 이기주의자로 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조직을 위한 희생을 꺼리고, 권리만 따진다는 이유에서죠. 예전 세대보다 권리를 꼼꼼히 따지는 모습이 누군가에게 '재수 없어' 보일 수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걸 단지 이기주의로 치부하면 끝일까요?
대학생의 밥약 문화를 보면 Z세대의 또다른 면을 볼 수 있습니다. 밥약이란 대학 입학 초, 선후배 사이에 밥 먹자고 약속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요즘 대학생들은 밥약 한 번 잡는데도 많은 고민을 합니다. “선배한테 얻어먹는데 9천원짜리 등심 돈까스는 너무 비싼 건가?” “후배한테 내가 먼저 연락하면 부담스러워하겠지?” 문자 하나 보내는데도 고민을 거듭하죠. 이기적이라기보단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려는 예의에 가까워 보이지 않나요? Z세대는 어느 세대보다 개인의 권리에 예민하다는 점을 알면 좀 더 그들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대학생들의 밥약 문화를 다룬 영상 한 편 준비했습니다.
->개강하고 선후배 밥약 잡는 법 (대학내일 유튜브 동영상)
3. 20대의 개념 소비, 겉멋으로 보이시나요?
크라우드 펀딩에 빨대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빨대? 네. 맞습니다. 아이스 커피를 쪽쪽 빨아먹는 그 빨대입니다. 유명 브랜드도 아니고, 아무 기능도 없죠. 단 하나의 장점은 실리콘으로 만들어 오래 쓸 수 있다는 점.
실리콘 스트로우라는 이름처럼 심플한 이 빨대는 20대들의 관심을 끌었고, 펀딩 목표액의 6200% 이상을 모금했습니다. 일회용품을 줄이자는 메시지와 함께 제품은 바이럴됐고, 지금은 왠만한 온라인쇼핑몰에서 다 팔고 있습니다.
제품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행동을 단지 겉멋으로 치부한다면 중요한 인사이트를 놓치는 겁니다. 대학내일 20연구소가 지난해 3월 19~34세 900명을 조사 결과 무려 대학생의 67.8%가 나의 노력으로 세상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고 답했습니다. 20대 개념 제품 소비의 근간엔 실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셈이죠.
->밀레니얼 세대가 숨 쉬듯 소신을 표현하는 이유는?(20대연구소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