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부 모로코의 사프르(Travel) - 03. 낙타를 타고 사하라 사막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낙타를 타고 끝없이 펼쳐진 사막을 거니는 여행을 한 번쯤 꿈꿔 보았을 것이다. 나 역시 너무나 바라던
‘사막 한 가운데 누워서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별 보기’
를 해보고 싶어 또다시 짐을 꾸렸다. 첫 번째 여행만큼 설레지는 않았지만, 사막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은 나의 가슴을 다시금 뛰게 하고 있었다.
아침 9시. 내가 살고 있는 모로코 티플렛(Tiflet)에서 그랑 택시를 타고 모로코 수도 라바트(Rabat)로 왔다. 이곳에서부터 머나먼 기차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기차역에서 간단한 물과 간식거리를 산 후 카사블랑카(Casablanca)행 기차에 올랐다.
기차를 타고 해안가를 따라 한 시간을 달리니 해안가로 거대한 선박들과 기계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도 모로코 최대의 항구도시답게 카사블랑카가 가까웠음을 알리는 신호였으리라.
카사블랑카는 15세기에 포르투갈에 의해 건설된 도시로 포르투칼어로 ‘하얀 집’이라는 뜻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카사블랑카 시내는 모로코식과는 다른 포르투갈식의 건물양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이곳은 ‘카사블랑카’라는 영화를 통해 유명해져 모로코를 알리는 가장 유명한 도시이지만 그 이름에 비해 볼거리가 별로 없는 삭막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카사블랑카를 찾는 많은 관광객들이 실망을 하는 안타가운 곳이기도 하다.
카사블랑카 기차역에 내린 나는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핫산 2세 모스크’를 가기위해 쁘띠 택시를 찾았다. 쁘띠 택시는 도시마다 색이 다른데, 이곳은 정렬적인 빨간색이었다. 왠지 모로코의 무역 도시답게 바쁘게 돌아가는 카사블랑카와 잘 어울리는 듯했다.
그런데 빨간 쁘띠 택시를 타고 ‘핫산 2세 모스크’에 도착했을 때 처음부터 택시비로 바가지를 씌우려는 택시기사와 실랑이를 하느라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 높이를 자랑하는 ‘핫산 2세 모스크’를 보고 난 후 짜증이 나던 감정은 금방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졌다. 역시 나는 참 단순해서 좋다.
해변의 간척지 위에 세워진 ‘핫산 2세 모스크’는 1993년에 모로코의 국왕인 핫산 2세가 국민의 세금을 걷어 수만 명의 예술가와 인력들을 동원해 세운 모스크란다.
그 높이와 규모는 실로 어마어마한데, 실내에서는 25,000명이 실외에서는 8,000명이 동시에 예배를 볼 수 있는 세계 3대 모스크 중에 하나였다. 모스크의 높이는 세계 최대인 200m여서 아래에서 모스크를 올려다보면 그 끝이 안보일 정도이다.
예부터 신과 가까워지기 위해 탑을 쌓고 기도를 드렸다는데, 정말 높아도 너무 높다. 게다가 ‘핫산 2세 모스크’의 일부 바닥은 유리로 되어 있어 기도를 할 때 바다 위에서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단다. 세계 최대가 수식어인 이 모스크는 경건함과 우아함, 섬세함과 함께 은은한 바다의 파도소리까지 어우러져 더욱 신비로움을 자아내고 있었다.
카사블랑카를 대표하는 수많은 사진에서 ‘핫산 2세 모스크’가 바다위에 떠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까이에서 보면 너무나 거대해 목을 뒤로 하고도 다 볼 수 없는데 바다위에 떠 있는 모습이라니. 한참을 주변을 둘러보던 나는 바다위에 떠 있는 모스크의 모습을 보기 위해서는 해변을 따라 멀리 가야한다는 걸 알아챘다.
정말 뜨거운 태양아래에 해변을 따라 걸으니 점점 모스크와 멀어지면서 바다위에 떠 있는 ‘핫산 2세 모스크’의 신비로운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단지 코란에 ‘신의 왕좌는 물위에 놓여있다.’라는 말 때문에 바다 위 간척지에 세워진 ‘핫산 2세 모스크’. 아무리 카사블랑카가 볼거리 없는 곳이라지만 바다위에 떠있는 ‘핫산 2세 모스크’는 엄지를 치켜들 만큼 볼거리 중에 볼거리라 하겠다.
카사블랑카에는 카사 포트(Casa Port)와 카사 보야지(Casa voyage)로 2개의 기차역이 있는데, 이 중 마라케시(Marrakech)로 가는 기차는 카사 보야지(Casa voyage)에만 있다. 그래서 라바트(Rabat)에서 올 때 카사 포트(Casa Port)에서 내렸던 나는 또 다른 기차역을 찾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쨌든 기차역에 도착! 4시 50분 기차를 타고 매일 밤 축제가 열리는 도시 마라케시(Marrakech)로 향했다.
카사블랑카(Casablanca)에서 마라케시(Marrakech)까지는 기차로 4시간 정도가 걸린다. 4시간 동안 기차에서 자고, 먹고, 바깥 풍경을 구경하다보니 어느덧 해가 저문 8시쯤 마라케시(Marrakech)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마라케시에서 가장 유명한 ‘젬마 엘프나 광장(La place de jemma le fna)’으로 가기위해 쁘띠 택시를 탔다. 마라케시(Marrakech)는 워낙 유명한 관광지로 관광객이 많은지라 기차역 앞에는 손님을 서로 태우려는 택시기사들의 싸움이 종종 일어난다. 이럴 때는 기사아저씨들의 실랑이를 요리조리 피해 택시를 잡는 것이 관건이다.
쁘띠 택시를 타고 ‘자말 엘프나 광장’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광장 건너편에 있는 마라케시의 또 다른 명소 ‘쿠투비아 사원(La Mosque de Koutoubia)’이었다. 라마단 기간이라 저녁 7시에 하리라(모로코 전통스프), 쉬베끼야(모로코 전통과자)를 먹고 8시에 예배하러 모인 사람들로 이곳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알 수 없는 ‘알라~’라는 코란을 읽는 소리와 함께 수백 명의 사람들이 각자의 카펫 위에서 기도를 하고 있었다. 이때도 남자는 앞쪽에 여자들은 뒤쪽 구석에 모여서 따로 기도를 하고 있었는데, 그 주위로는 철망이 둘러싸여 관광객들과 기도하는 사람들을 분명하게 나누고 있었다. 나도 수많은 인파 사이에서 대규모로 예배드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신기해 철망 뒤에서 사진을 찍으며 한참을 구경했다.
한참을 구경한 후 발걸음을 옮긴 나는 드디어 ‘쿠투비아 사원’ 건너편에 있는 그 유명한 ‘자말 엘프나 광장’에 도착했다. 이 광장은 모로코 최대의 크기와 유명한 광장답게 저 멀리서부터 반짝이는 불빛과 북적이는 사람들로 발걸음을 들뜨게 했다.
들뜬 마음으로 지나가는데 웬 쾌쾌한 화장실냄새가 진동을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관광객들을 태우는 마차가 길가에 즐비하게 서있었고, 그 고약한 냄새의 원인이 마차를 끄는 말의 배설물 냄새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윽. 그것도 한마리가 아닌 수십 마리의 말이 모여 있으니 그 냄새가 대단할 수밖에...
하지만 마차가 즐비한 길을 지나면 엄청난 크기의 광장이 나타나는데, 그곳엔 연주를 하는 사람, 뱀 쇼를 하는 사람, 원숭이 쇼를 하는 사람, 약장사, 관광객들 손에 헤나를 그려주는 아주머니들, 구걸하는 사람, 번호표를 달고 있는 포장마차들, 오렌지주스를 파는 사람, 달팽이를 삶아 파는 사람 등 어마어마한 광경이 동시에 펼쳐진다.
‘바로 이곳이구나.
밤새도록 장이 펼쳐져 매일 밤 축제가 벌어진다는
낭만이 살아 숨 쉬는 마라케시가.’
정말 놀라운 장면이었다. 그 명성에 걸맞게 모여든 수많은 관광객들 사이에서 난 이곳을 더 즐기기 위해 서둘러 광장 근처에 있는 호텔에 방을 잡고, 다음날 떠날 사막 사파리 여행까지 예약하고는 밤이 늦도록 광장 속 인파와 함께 먹고, 마시며 마라케시(Marrakech)의 밤을 즐겼다.
마라케시(Marrakech)는 모로코의 ‘사하라 사막’여행 패키지의 시작이 되는 도시이다. 사하라 사막을 여행하는 방법은 패키지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왜냐하면 거리도 멀고, 사막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현지인과 협상도 해야 하고, 낙타도 구해야하기 때문에 신경 쓸 게 워낙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막을 보기 위해 모여든 관광객들 덕분에 ‘사하라 사막 패키지’는 매일 아침 출발하고, 원한다면 마라케시(Marrakech) 어느 곳에서든 사막여행을 예약할 수도 있다.
1박 2일부터 3박 4일까지 패키지 상품이 많지만, 보통 2박 3일 여행에 950DH (14만 2,500원)이 기본이고, 말만 잘하고 잘 깎는다면 800DH(12만 원)까지 가능하다. 나 역시 모로코에 2년 동안 살면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라고 한참을 이야기한 후에 800DH(12만 원)으로 협상을 마쳤다.
다음날 아침 7시. 어제 나와 협상한 청년이 호텔 앞에서 나를 픽업해서 다른 호텔로 갔다. 다른 호텔에 가니 일본인 1명, 또 다른 호텔에 가니 오스트레일리아인 2명, 영국인 3명, 그리고 마지막으로 미국인 노부부 2분을 모아 커다란 관광버스에 올라탔다. 서로 언어도 다르고 국적도 다른 10명이 생뚱맞게 아침 7시에 졸린 얼굴로 2박 3일의 사막 여정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마라케시(Marrakech)에서 사하라사막의 메르주가(Marzouga)까지는 무려 620km에 달한다. 이 거리를 이틀에 걸쳐 이동을 하니, 거의 버스에 앉아서 차창 너머의 풍경을 구경하는 게 대부분이다.
그래도 버스를 타고 꼬불꼬불 이어지는 아틀란티스 산맥을 넘고, 사막으로 이어지는 풍경은 장관을 이루어 나는 차안에서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 댔다. 물론 중간 중간 경치가 좋은 곳에선 기사아저씨가 ‘포토타임’을 주셔서 버스에서 졸다가도 신나게 사진 찍고 들어와 다시 출발하곤 했다.
마라케시(Marrakech)에서부터 자고 사진 찍고, 자고 사진 찍기를 얼마나 했을까. 정오쯤 우리가 도착한 첫 번째 장소는 아이트 벤 하두(Ait ben haddou)였다. 내가 좋아하는 러셀 크로우가 출연한 영화 ‘글레디에이터(Gladiator)’의 촬영 장소라서 꼭 한 번 오고 싶은 곳이었다.
이곳은 아틀라스산맥 중턱에 위치한 베르베르인(아마질)의 전통 거주지로, 11세기에 황량한 암석사막 위에 세워진 모로코 전통의 거대한 성채(요새)다. 또 이곳은 베르베르(아마질)인의 전통방식인 붉은 진흙에 지푸라기를 섞어 만든 붉은 색 성벽의 모습으로 더욱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게다가 보존상태도 좋아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단다. 그러고 보면 모로코에는 ‘세계문화유산’이 너무나도 많다. 옛것을 보존하고 지켜나가고 있다는 것이 참 부러울 따름이다.
아이트 벤 하두는 새롭게 만들어진 마을에서 강을 건너야 들어갈 수 있는데, 그 강은 무더운 여름날에 바짝 말라 갈라져 있어 강을 건너는지 그냥 땅을 걸어가는지 모를 정도였다. 가이드아저씨 말에 의하면 그 강은 소금물이어서 사람은 먹지 못하고 동물들만 먹을 수 있다고 했다.
옛날 사하라사막이 바다였다던데, 이를 증명하는 강이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이는 이곳 주민들에겐 먹을 물을 구하러 당나귀를 타고 하루에 4~8km씩 이동해야 하는 불행이기도 했다.
더운 날씨에 높은 아이트 벤 하두 꼭대기를 오르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붉은 방어벽 안의 꼬불꼬불한 미로를 걷는 일은 꽤 재미있었다. 라마단 기간이라 물 한 모금 못 마셔 힘드실 텐데도 가이드 아저씨는 목에 핏대를 세우시며, 이곳저곳에서 ‘태양빛’을 이용해 그림을 그려 파는 예술가와 ‘베르베르(아마질)’인의 전통 자물쇠를 자세히 소개해주셨다.
아이트 벤 하두(Ait ben haddou)에서 점심을 먹고, 또다시 넓은 황야를 가로지르는 도로를 따라 사하라 사막을 향해 동쪽으로 달렸다. 아침 7시부터 좁은 버스 의자에 앉아 이동을 하니 몸이 여간 쑤시는 게 아니었다. 자세를 이리 저리 바꾸어 바도 몸의 근육들이 굳어가고 있었다.
물론 이런 상황은 국적을 떠나 같이 사막으로 가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중간에 할리우드 영화촬영 세트장이 많이 있는 와르자자트(Oearzazat)에 들렀지만, 모두들 무더운 날씨와 뜨거운 태양의 열기 때문에 기사아저씨의 권유에도 버스에서 나올 생각을 안 하고 그냥 통과했다.
이렇게 하루 종일 관광하고, 사진 찍고 먼 거리를 이동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 7시가 되었다. 사하라 사막여행의 중간 휴식지에 도착한 것이다. 아틀란티스 산맥에서 사막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한 경치 좋은 계곡의 건너편이 우리가 머물 호텔이었다.
패키지에 포함된 호텔의 저녁과 아침식사도 꽤 맛있었다. 게다가 호텔 침대에 누우면 병풍처럼 펼쳐진 암벽과 그 사이 아슬아슬하게 암벽을 이동하며 풀을 먹는 흑염소 가족도 볼 수 있었고, 계곡의 묘한 매력과 함께 졸졸 흐르는 계곡 물 소리도 들으며 행복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었다.
계곡에서의 하룻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7시 호텔조식을 먹고, 8시 다시 짐을 챙겨 버스에 올랐다. 아침부터 피곤에 지쳤지만 여전히 버스에선 졸다가도 ‘포토타임’에는 눈을 번쩍 뜨고 들떠서 삼각대를 가지고 나와서 멋진 풍경을 뒤로하고 사진을 찍느라 정신없었다.
이런 내 모습이 신기했는지, 미국인 노부부와 다른 친구들도 카메라 앞에서 나를 구경한다. 삼각대 다리를 쭉쭉 빼서 각도를 맞춘 다음 ‘10초 타이머’를 설치하고는 쪼르르 달려가서 사진을 찍는 나와 나를 구경하는 그들. 민망해진 나는 신기해하는 그들을 불러 같이 사진을 찍으며 놀았다. 사막 패키지의 매력은 다국적 친구들을 사귈 수 있는 사교의 장이 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이렇게 또다시 사진 찍고, 이동하고를 반복하다가 무더운 날씨와 긴 버스이동의 피로를 날려줄 투드라 계곡(Todra gorges)을 만났다. 300m 정도는 되어 보이는 두 산맥 사이로 흐르는 계곡물은 한 겨울 계곡물처럼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
“물이다!”
소리를 지르며 뒤도 안돌아보고 신발을 벗어들고 한 손에는 삼각대를 든 채 ‘첨벙첨벙’ 계곡물에 들어갔다. 다른 나라의 친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계곡물에서 머리도 감고 아주 신이 났다. 이렇게 물속에서 서로 사진도 찍어주며 놀다보니 친해진 우리 일행은 다 같이 삼각대를 설치하고 그 앞에서 사진 찍고, 점프하고 한참을 신나게 놀았다.
역시 말보다는 몸이 친해져야 하는 법인가보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신이 난 내가 일본인 친구와 오스트리아 친구들에게 같이 점프하자고 제안했다. ‘점프 샷’ 이런 걸 안 찍어 봤는지 당황해 하던 그들을 세워놓고는 난 또다시 ‘삼각대 10초 타이머 세팅’을 완료했다. 그러고는 그들에게 ‘다다다’ 달려와서는
‘하나, 둘, 셋! 지금이야!!’
를 외치자! 그들도 뛰었다! 그렇게 얻게 된 사진. 점프 샷 사진을 찍어 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점프 샷’이 얼마나 신이 나는지. 게다가 잘나온 사진을 찍으면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지. 우리도 ‘점프 샷’ 을 찍고는 모두 즐거운 기분을 만끽했다.
계곡에서 신나게 놀고 다시 버스를 타고 ‘사하라 사막’을 향해 동쪽으로 달렸다. ‘정말 사막 가는 길은 멀구나.’를 뼈저리게 느끼고 있을 때 쯤, 마지막 패키지 방문지에 도착했다.
예전에 어렴풋이 ‘사하라 사막’이 고대에는 ‘바다’였다는 얘기를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 마침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하라 사막의 ‘화석 박물관’에 오게 된 것이다.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던 ‘암모나이트’와 이름 모를 수많은 고대 생물의 화석들이 사막 한복판에 널려 있는 모습이 어찌나 신기한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하라 사막에 화석들이 얼마나 많으면 화석을 다듬어 기념품, 화석 테이블 심지어는 화장실의 세면대까지 만들어 놓았다. 가이드 아저씨의 말에 따르면, 품질이 좋은 화석은 미국 및 유럽의 박물관이나 수업자료로 팔리며, 그 외에는 관광객들을 위한 장식품이나 기념품으로 팔린다고 한다.
‘우~와! 내가 수천 년 전의 화석을 실제로 보고 만지고 있다니!!
그것도 사막 한 가운데서. 말도 안돼!’
정말 보고 또 봐도 어찌나 신기한지 이것저것 사진 찍고 만지작거리며 박물관을 돌고 또 돌았다. 그러고 보면, 아이트 벤 하두(Ait ben haddou)에서의 소금물 강이나, 사막의 오아시스의 염분의 농도가 높은 것도 고대 바다였던 사하라 사막의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요즘 세상이 너무 빨리 변화하고, 신기한 과학적 물품들도 많이 나오지만 '바다'가 '사막'이 되고, '사막'이 다시 '바다'가 되는 자연 현상이야 말로 인간이 감히 넘볼 수 없는 "위대한 자연의 힘"이 아닐까.
여행을 처음 시작하게 된 이유는 오로지 ‘사하라 사막’을 보기 위해서였다. 단지 여행자로서 하나의 꿈이었던 끝없이 펼쳐진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별을 보겠다며 시작한 이번 여행. 이틀간 12시간씩 이동하는 긴 여정 끝에 드디어 ‘사하라 사막’에 들어가는 입구에 도착했다.
버스에서 내리기 무섭게, 파란색 베르베르(아마질)인의 전통의상을 입은 낙타 몰이꾼들이 서둘러 낙타 위에 올라타라고 아우성이었다. 아마도 라마단 기간이라 해가 지는 7시에 첫 아침식사를 먹어야 하는데, 우리가 너무 늦게 도착해 그 시간이 늦어질 것 같았기 때문인 듯했다.
나는 사막여행 때 필요한 물품들과 세면도구, 편한 옷가지도 챙길 여유도 없이 달랑 먹을 물만 들고 낙타 위에 올랐다. 사실 사막에서는 식수를 살 수도, 구할 수도 없기 때문에 화석 박물관방문을 전후해서 가이드가 내일 아침까지 먹을 식수를 사라고 권한다. 이때 꼭!! 1인당 1L의 물을 사는 것이 좋다. 사막은 정말 덥고, 숨이 턱턱 막히는 곳이기에 물을 배로 먹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를 기다렸던 낙타들 등에 하나 둘 올라타고 붉게 물든 석양을 온몸으로 느끼며, 사하라 사막 속으로 향했다. 낙타를 타고 한발 한발 사하라 사막 속으로 들어가면서도 이 꿈같은 순간이 믿기지 않았다.
이곳이 진정 내가 꿈에 그리던 ‘사하라 사막’이란 말인가.
낙타에서 떨어질까 두 손으로 손잡이를 꼭 잡고서도 눈으로는 연신 이 아름다운 모습을 담기위해 깜빡이고 있었다. 붉은 석양에 비친 그림자가 사막 언덕에 비치며 나는 꿈을 이룬 행복감과 황홀함에 빠져들었다. 12시간씩 버스를 타고 머나먼 길을 달려오며 힘들었던 기억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낙타타기에 익숙해진 나는 이 순간을 남기기 위해 한 손으로는 손잡이를 잡고, 다른 손으로는 카메라를 높이 들어 사진을 찍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일행들도 모두다 감동에 젖은 듯 카메라에 사하라 사막을 담느라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광활한 사막과 적막감이 도는 고요함, 그리고 붉은 노을 속의 낙타를 타고 늘어선 우리의 그림자까지. 아무리 성능이 좋은 카메라일지라도 절대 이 벅찬 자연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을 수는 없을 것만 같았다.
사하라 사막이 주는 낭만과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사진을 찍은 지 얼마나 지났을까. 어느 순간 사방이 캄캄해졌다. 역시 너무 늦게 도착한 게 확실했다. 사방이 어두워지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사막을 가로질러 가는 것은 꽤 무서웠다.
그러던 중 저 멀리 사막 한가운데에서 어스름한 불빛이 보였다. 아마도 우리가 머물게 될 사막 텐트인 듯했다. 그곳에 도착하자 우리 팀 이외에도 다른 두 팀이 미리 와서 앉아 있었는데, 정말 불하나 없는 곳인지라 서로의 형체만 바라보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어두운 사막 속 삼삼오오 모여 앉아 하늘에 총총히 박혀있는 별들을 바라보며, 지금 이순간의 감격을 함께 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다국적 언어가 오갔다.
밤이 깊어갈수록 하늘은 더 까맣게, 별들은 더욱 촘촘해졌다.
사하라 사막에 갈 때는 음력 초하루의 초승달이 뜰 때 혹은 그믐달이 뜰 때 가는 것이 별을 보기에 가장 좋다. 작은 불빛하나 없는 사막에서 보름달이 뜬 다면 달빛에 취한 사막을 볼 수는 있지만, 하늘에서 떨어질 듯한 별들은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사하라 사막에 떨어질 듯한 밤하늘의 별들 속에서 유난히 촘촘히 박힌 한 줄기의 별들이 보였다. 처음에는 그저 별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맙소사 그게 바로 말로만 듣던 ‘은하수(The Milky Way)’란다.
태어나 처음 보는 은하수에 그만 목이 꺾어져라 하늘을 보다가 그냥 사막에 누워버렸다. 아무리 보고 또 봐도 나를 향해 쏟아질 것 같은 별들과 그 사이를 흐르는 별들의 강 은하수는 이루 말 할 수 없을 만큼 놀랍고도 아름다웠다.
그 아름다운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조리개와 셔터 스피드까지 조절해가며 노력해보았지만 턱도 없었다. 마치 사막 밤하늘이 자신들의 아름다움을 보기위해서는 1박 2일의 멀고도 험한 길을 와서 직접 눈으로만 봐야한다고 말하는 듯했다.
정말이지 사막에서 쏟아지는 별들과 은하수를 보는 일은 특권이다. 모로코에 살면서 사막에 4번이나 갔지만 그저 딱 한 번 그 멋진 모습을 가슴에 담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사하라 사막에 밤이 찾아와 별빛을 감상하고 있으니, 베르베르(아마질)인들이 사막 텐트에서 모로코 전통음식인 ‘꾸스꾸스’를 만들어왔다. 희미한 불빛과 모래가 뒤섞인 곳에서 먹는 ‘꾸스꾸스’였지만 사막이 주는 분위기에 취해 너무나 맛있었다.
저녁을 먹고 사막 한복판에 베르베르(아마질) 사람들이 주는 담요를 깔고 누워 하늘을 바라보니 잠자는 시간마저 아쉬워 잘 수가 없었다. 작은 별 하나와 떨어지는 별똥별을 하나라도 더 보겠다며 베르베르(아마질) 아저씨와 하늘을 보며
‘Tombe! Tombe! 떨어져라! 떨어져라!’
를 외쳤던 것도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렇게 비록 모래바람이 가끔 나를 감싸 온몸이 모래투성이가 되었을 지라도. 잔잔히 들려오는 베르베르(아마질) 사람의 전통 음악을 들으며 어느 순간 난 ‘사하라 사막’ 한 가운데에서 곤히 잠이 들었다.
새벽녘에 사막 바람에 잠이 깨어 눈을 뜨면, 하늘에 여전히 총총히 떠있던 별빛들이 아직도 눈앞에 선명하다.
다음날 아침. 새벽 5시쯤 되자 베르베르(아마질) 사람들이 분주히 우리가 자는 가운데 아침을 준비했다. 각국에서 모인 사람들은 그제 서야 어젯밤 보지 못했던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초면에 세수는 물론 떡 진 머리를 이고 인사를 하고, 같이 아침을 먹었다.
정말 재미있는 광경 아니었겠는가.
물론 내 모습을 보지 못했으니 하는 말이지만. 그렇게 아침을 먹고 아침 6시가 되었다. 다시 2시간 낙타를 타고, 해가 뜨는 사하라 사막을 가로질러 어제 출발했던 그곳으로 향했다.
이렇게 믿을 수 없을 만큼 낭만적이고 황홀했던 사하라 사막의 별을 향한 4박 5일의 여행은 씻지 못한 얼굴과 떡 진 머리, 모래투성이인 몸이었지만, 사막의 별빛들만큼은 가슴에 가득 담은 채 끝이 났다.
물론 사막으로 갔던 1박 2일의 길을 하루 만에 돌아와야 하기에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꼬박 12시간 버스에서 먹고 자고를 하며 마라케시(Marrakech)에 도착했지만, 후회 없는 여행이었다.
사하라 사막의 별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느껴볼 만한 여행이 아닐까 싶다. 또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더 없이 낭만적인 사하라 사막여행.
부디 더 많은 사람들이 '사하라 사막'의 '낭만'과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