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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a Mar 20. 2018

#37. 앞만 보고 달리다 지치고 힘겨울 때

제5부 모로코의 사프르(Travel) - 04. 모로코 여행의 끝에서

3. 모로코 여행의 마침표 모로코 여행의 끝에서

  

휴대폰 배터리가 방전되면 충전한다. 
카메라 배터리가 방전돼도 충전한다. 
24시간 전기를 쓰면 잠시 전원을 꺼두어야 한다. 

가을철 곡식들을 재배하고 나면 겨우내 땅도 잠시 쉬어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지치고, 힘겨울 때는 사람도 잠시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충전의 시간은 친구들을 만나거나, 술 한 잔으로 보낼 수도 있고 마음을 나누는 사람과 긴 이야기를 하거나 또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난 몇 배의 시너지 효과를 가져 오는 ‘여행’이야 말로 가장 좋은 충전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사람들과 북적거리는 여행도 즐거울 수 있지만, 가끔 조용한 여행을 떠나는 것도 나와의 대화, 내 마음 속을 비워내는 소중한 기회가 되곤 한다.


모로코에서의 여행도 역시 복잡한 내 머리와 마음 속, 그리고 나태해진 나를 비워내고자 떠났던 여행이었다. 여행을 떠나면서 난 참으로 많은 고민과 문젯거리들을 가지고 있었다. 


앞으로 진행 될 모로코 기관장과의 미팅, 기관에서 내가 근무 할 사무실을 만들어야 하는 문제, 나와 생각이 다른 현지인 교사들과 의견 조율, 어떤 것이 이곳 모로코에 필요한 일인지, 단지 내가 주려는 것이 나를 위한 일인지 그들을 위한 일인지, 앞으로 2년의 봉사활동 기간 동안 어떤 프로젝트와 수업계획을 세워야 하는 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이루기 위한 불어공부와 불어시험까지.  

잠시 쉼, 모로코 그 길 위에서 


‘여행을 가서 좀 더 생각해봐야지, 고민해봐야지.’


라며 여행을 떠났지만, 막상 여행을 떠나 새로운 풍경과 사람들 속에서 난 나의 고민이 무엇인지조차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눈앞에 펼쳐진 경이로운 자연환경과 모로코 풍의 아름다운 문화와 음식을 즐기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늘 그렇지만 난 그 상황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경험하고 있었다. 


그리고 4박 5일의 짧은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다.그러자 신기하게도 그전의 모든 문제들에 대한 정확한 답을 찾지는 못했지만, 그 문제들을 해쳐나갈 힘과 의욕이 불타고 있었다


신기했다. 


그저 난 그 여행의 순간을 즐기고, 보고, 듣고, 느끼며 왔을 뿐인데, 난 그 문제를 마치 다 해결한 듯 느껴졌다. 



이렇게 '배움'이라는 것은 집 안에서 혼자 고민하고, 울상을 지어서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보다. 


'인생'을 즐기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배우는 건가보다. 


바로 '충전'을 하면서 말이다. 


이렇게 난 모로코를 여행하면서 모로코 생활에서의 나의 고민들과 나태함을 비워내고, 그곳에 다시 새로운 계획과 다짐들을 담곤 했다.  2년간 나를 지탱해주었던 충전기이자 친구였던 모로코 여행. 


그래서 더 오래도록 나의 세포들 속에 들어온 모로코 여행의 추억들. 


그곳에서 만난 아름다운 자연과 사람들이 너무나 그립고도 고맙다.  


모로코 여행 중 - 고대 로마 유적지 쉘라(Chella)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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