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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sha Mar 22. 2021

모로코에 간 따따 소피아 Diary #4

익숙함의 함정



익숙함의 함정


익숙해진다는 건 좋은 것일까?


영화'슬럼독 밀리언에어' 속 인도 빈민가의 아이들의 삶을 보며

모로코 생활 10개월 차인 지금, 나의 모습을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09년 첫 국제개발 현장을 방문했던 '방글라데시'에서 느꼈던 나의 떨림,

방글라의 수많은 구걸하는 아이들을 보며 슬퍼하던 나의 모습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모로코에서의 하루 하루가 일상이 되어버린 지금 나의 모습은

그저 하루하루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 몸과 마음이 편한 일을 찾을 뿐이다. 


삶에 익숙해진다는 건 참 무서운 일이었다.

나의 감각과 나의 의식마저 희미하게 만드는 익숙함


모로코에서 주말이면 사무소에서 빌려온 책을 읽곤 했는데,

얼마 전에 읽은 책 중 지구 온난화의 문제점을 과학적 사실과 함께 조목조목 밝힌 

엘고어의 '불편한 진실'에서 엘고어는 미지근한 물속에 끓고 있다 죽음을 맞이하는 개구리처럼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며 지구 온난화의 문제들을 외면하는 사람들을 비판했었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다가 일을 수습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지구의 죽음을 맞이할지도 모를 상황을 너무나 애석해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바로 지금의 내 모습이 그 개구리의 예가 아닌가 생각되어 씁쓸해졌다. 


내가 왜 이곳 아프리카 모로코에 와있는지, 무엇을 추구하는지,

어떤 모습에 가슴아파했었는지 조차 나의 안일한 편안함에 잊어버린 나. 

'익숙함'이 나의 '의식'을 멈추게 했다. 


지금 우연히 보게 된 '슬럼독 밀리언에어' 영확 속

방글라데시와 너무 닮은 인도의 모습을 보며 지금의 내가 아닌 뛰는 가슴을 안고,

세상의 어두운 면을 조금이나마 밝게 변화시키고자 달려가던 과거의 내 모습을 떠올린다. 

분명 다른 모습이었기에.

 

자, 더 이상 익숙함이란 변명 하에 머물러 있지 말자!!


익숙함. 

그 보다 더 무서운 추락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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