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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선 Aug 30. 2020

용돈 때문에 일어나는 교실 속 학교폭력사례

용돈 그 몇 푼 때문에 학교폭력이라니

 몇 해 전 학기 초에 있었던 일입니다. 학교폭력 담당자로서 학교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학교폭력예방을 위해 노력했는데 안타까운 사연들이 접수되었습니다. 정말 친했던 친구들끼리 학교폭력으로 사안이 접수되고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대치하게 된 것이지요.


민준이와 수찬이는 둘도 없는 친구였습니다. 민준이는 부모님께서 맞벌이라 학교 수업이 끝나면 부모님 퇴근 전까지 학원을 다닙니다. 중간에 배고플까봐 그리고 퇴근이 늦어질 때를 대비해서 주던 용돈이 어느 순간 많이 늘었습니다. 민준이 어머니는 원래 아이들이 이 정도를 쓰나. 의문이 들다가도 아이가 5학년이 되면서 먹는 양도 많아지고 직접 간식을 챙겨주지 못하는 죄책감이 들어 점점 더 많이 주게 되었습니다. 가끔 학원 휴강이 생기거나 학교에서 학기 초와 학기 말처럼 한두 시간 일찍 끝날 때는 언제 오냐는 민준이 전화에 부모님이 마음이 조급해 지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수찬이와 친해진 뒤부터 놀이터에서도 놀고 각자의 집에서도 놀면서 부모님에게 빨리 오라도 채근하는 게 없어졌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수찬이에게 간식도 좀 사주라며 용돈을 넉넉히 주었습니다. 수찬이네는 엄마가 집에 계시니 아이를 챙기는 집인 것 같아 안심도 되고 고맙기도 하고 부러워지기도 합니다.


 수찬이는 전학 온 친구였습니다. 원래 부모님께서 맞벌이였는데 수찬이가 학교적응도 어렵고 알러지 때문에 못 먹어서 그런지 키도 또래보다 작아서 걱정이 많았습니다. 지금까지 육아를 잘하지 못한 것만 같아 엄마가 일을 그만 두었습니다. 새로운 환경을 주고자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 왔고 외로이 지내던 어느 날 친한 친구가 생겼다고 합니다. 얼마나 고마운지. 시간이 되면 우리 집에 놀러와서 간식도 먹고 가라고 한 말처럼 종종 수찬이 집에 놀러 오게 되었습니다. 아이들끼리 놀 때는 끼어들면 안 될 것 같아서 방문도 열지 않고 나중에는 애들끼리 놀 게 자리를 비워주는 게 좋다는 말을 듣고 살짝 밖으로 나가기도 합니다. 나도 나가서 일하고 싶은데 몸에 좋은 식사와 간식들을 만들어주려니 시간은 부족하기만 합니다. 밖에서 아무 걱정 없이 일하시는 민준이 어머니가 부러워지네요.     

이렇게 잘 어울려 놀 던 아이들이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어서 사안을 접수하였으니 이게 무슨 일일까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민준이의 부모님은 민준이가 어느 순간부터 용돈을 올려달라고 했다고 합니다. 넉히 2만 원씩 일주일마다 주었는데 5만 원이 되더니 중간중간 부족하다며 더 달라고 했다네요.

 주변 엄마들도 아는 분이 없고 부족하다니 주기 시작했는데 기가 차게도 알고 보니 수찬이가 돈을 뺏은 거라는 겁니다. 수찬이는 늘 한 입만 달라며 얻어먹었고 사달라고 하는 게 점점 비싸졌고 안 싸주면 삐지고 놀아주지 않아 사준 것이었다고 하네요. 민준이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입니다. 애 단속을 할 것이라 생각했던 수찬이 엄마는 애들이 방에서 핸드폰 게임을 하던 것도 모르고 집에도 없었다니 속상해집니다. 과연 야동은 안 봤을까요? 현질로 몇 만 원씩 썼고 수찬이에게 선물로 5만 원짜리를 사주기도 했다니 이건 명백한 학교폭력입니다. 그런데 죄송하다는 전화 한 통화 없고 수찬이가 피해자라고 적반하장이니 기가 찹니다. 돈을 뺏긴 건 우리 아이잖아요. 우리 아이가 피해자인거죠.


수찬이의 부모님도 화가 나셨습니다. 애들에게 좋은 음식 만들어주고 자리를 비워주었더니 기껏 우리 순진한 수찬이에게 핸드폰 게임을 물들인 건가 민준이에게 화가 납니다. 순진한 수찬이에게 별 걸 다 보여주었을 거 잖아요. 안 그래도 수찬이 알러지 때문에 몸에 좋은 음식 만드느라 힘들어 죽겠는데 나가서 편의점에서 매일 인스턴트 덩어리를 먹였다고 하니 민준이에게 더 화가 납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수찬이가 한 입만 달라고 했고 협박을 했다구요? 그 순하던 아이가 갑자기 거친 말을 쓰기 시작하고 게임에 빠져서 현질 하겠다며 저에게 눈 크게 뜨고 나쁜 건 다 배웠는데 수찬이가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접수되었더니 정말 화가 납니다. 제가 왜 사과를 해야 합니까. 저희가 피해자인데요.


양쪽이 팽팽합니다. 어느 쪽이 피해자이고 어느 쪽이 가해자일까요. 우선, 이런 일이 발생 된 것이 상당히 유감이지만 학교폭력이라는 것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갈게요. 학교 폭력이라 함은 학교 안이나 밖에서 학생 사이에 발생한 상해, 폭행, 감금, 협박, 약취, 유인, 명예훼손, 목욜, 공갈, 강요 및 성폭력, 집단 따돌림,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 폭력 정보 등에 의하여 신체 정신 또는 재산의 피해를 수반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사안 접수 후 학교폭력전담위원회에서 사안을 파악하고 사안보고서를 작성합니다. 양쪽의 학생 및 학부모 진술을 토대로 만들어진 사안 조사서는 교육지원청으로 보고되고 2주 안에 학교폭력자치위원회를 개최해서 사안을 처리하지요. 워낙 많은 학교폭력과 학부모님들 민원, 업무부담, 학교 교육 활동 마비(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 하나만 발생해도 그 여파가 학교 전체로 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로 2020년부터는 학교폭력 사안이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어서 운영 기관의 차이는 있지만 운영 절차는 비슷합니다. 물론 모든 사안이 학교폭력자치위원회에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학부모가 강력히 원하는 경우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원래 학교장 자체해결이 되는 사항은 학교에서 진행하고 2명 이상의 학생이 고의적 , 지속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전치 2주 이상의 상해를 입혔거나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폭력 사안에 대해서는 사안을 이관하여 처리합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접수된 사안 보고서를 기반으로 학교폭력 피해 추정, 가해 추정자들의 변론을 듣고 고의성, 지속성, 개선의지, 화해 가능성등 여러 가지의 평정표를 가지고 1호(서면사과)부터 8호(전학)중에 조치사항이 내려지지요. 초등학생은 의무교육이라 퇴학이 없기 때문에 최대가 8호(전학) 처분입니다. 이와 동시에 피해 학생에게는 심리상담 및 요양, 가해 학생에게는 특별교육 및 심리치료가 추가될 수 있고 가해 학생 보호자의 경우 보호자 교육 이수를 이수하게 할 수 있습니다. 교육을 이수하지 않으면 벌금 300만 원도 받게 되며 가해자 부모님들은 재심청구, 행정심판, 소송제기 등을 진행합니다. 그야말로 아이들 싸움이 어른 싸움 되는 건 순식간입니다.      

이제 아이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아볼까요.


민준이는 매일 바쁜 부모님이 싫습니다. 나를 위해서라고 하지만 내가 필요할 때는 내 옆에 없으니까요. 늘 외롭습니다. 집에 가기도 싫고 학원 가기도 싫고 주변을 서성이다 보면 맛있는 편의점에 가는 게 유일한 낙입니다. 그런데 삼각김밥, 음료수, 컵라면만 집어 들어도 5천 원이네요. 부모님이 주시는 용돈은 늘 적습니다.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와이파이를 잡으니 게임을 할 수 있습니다. 5학년이어도 혼자 집에 있는 건 무섭거든요. 게임을 좀 더 잘하고 싶은데 현질을 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습니다. 무기 자체가 틀린 데 어떻게 이겨요. 부모님께 애교부려 현질 할 수 있는 용돈을 얻었습니다. 때마침 놀러 오신 할머니께서 용돈도 넉넉히 주셨구요. 무섭다고 전화하는 것보다 게임하고 있으면 부모님도 더 좋아하셨어요. 그리고 수찬이랑 친해지면서 외로워지지 않았습니다. 원래는 수찬이가 이거 먹으면 엄마한테 혼난다고 해서 편의점에서 산 걸 반씩 나누어 먹었는데요. 수찬이도 맛 없는 집 밥이랑 간식보다 이게 너무 좋다고 하네요. 그런데 수찬이는 집에서 용돈을 안준데요. 필요한 거 다 사주고 먹여주는 데 무슨 용돈이 필요하냐고 하셨데요. 그래서 저한테 매일 한 입만 했던 거잖아요. 그리고 수찬이한테 게임 아이템이 꼭 필요한데 수찬이 엄마가 안 사주니까 제가 가진 돈으로 선물 한 거구요.


수찬이의 이야기도 들어볼까요.

수찬이는 집에서 하루 종일 같이 있는 엄마가 부담스럽습니다. 5학년이 돼서 이제 좀 혼자 해보려고 하는데 갑자기 엄마가 일을 그만 두시고 저랑 같이 있으시겠데요. 챙겨주시는 건 좋은데 아무 맛 없는 건강하다는 밥과 간식은 먹기가 싫습니다. 제 계란 알러지 때문이라고 하는데 저도 빵도 먹고 싶고 과자도 먹고 싶은데 하나도 못 먹게 하셔서 어느 순간은 화가 나요. 몰래 사 먹고 싶은데 용돈도 안 주시고 필요도 없는 학용품은 계속 사주십니다. 어차피 학교 앞에서 공짜로 주는데요. 그런데 말하면 속상하실 것 같아서 말을 안 하기로 했습니다. 그냥 민준이에게 얻어먹으면 되지요. 뭐.

 민준이와 수찬이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계획적이고 조직적으로 서로를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그냥 용돈이 풍족한 아이가 용돈 없는 아이에게 사주기 시작했고 횟수가 잦아졌고 어른들이 혼내기 시작하니까 혼나기 싫어서 서로의 핑계를 댄 것 뿐이죠. 부모님들이 그 전에 용돈 관련해서 개입해주셨다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아이들끼리 잘 지내면 민준이와 수찬이 어머님들끼리는 연락을 한 번 해보는 게 좋습니다. 아이들끼리 잘 지내는데 참 감사하다. 아이에게 이런 점이 미안하더라. 그 집은 아이랑 주로 어떻게 지내냐. 혹시 용돈을 주는지. 얼마나 주는지. 이야기를 통해서 서로가 조금만 조율했더라면 이렇게까지 서로를 비난하며 학교폭력이라는 힘든 일을 주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이들을 겁이 납니다. 간신히 만난 친구인데 정말 즐거웠는데 엄마가 화를 내더니 이제는 아빠가 화를 내고 변호사를 선임하겠다고 하고. 정말로 친구를 잃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제 화해하려고 하는데 타이밍을 언제로 잡아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교실에서 매일 만나고 쉬는 시간에 놀고 싶은데 하면 안 될 것 같구요. (실제로 부모님의 속을 아는지 모르는지 변호사 선임 후에도 학교폭력 피․가해자 학생들끼리는 쉬는 시간 점심시간에 같이 놀기도 한답니다)


정말로 처벌이 필요하고 교육이 필요한 아이라면 학교폭력자치위원회 회의를 통해 조치 사항이 내려지고 더 나쁜 아이가 되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저 역시 학교폭력을 담당하면서 이런 문제와 고민 때문에 학교폭력 예방 지도사라는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그런데 용돈 하나 때문에 벌어진 이 안타까운 친구들의 사연은 아직까지도 마음이 씁쓸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용돈 금액을 알고 적정한 용돈을 주고 관리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건 놀랍지 않나요. 제가 가르쳤던 초등학생 고학년 아이들은 지역과 가정형편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일주일에 5천원 정도의 용돈을 주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저는 설문 협조를 통해서 2008년 이후 조사되지 않은 아동 용돈 액수에 대해서도 알아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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