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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선 Sep 11. 2020

정기 용돈 vs 명절 용돈, 구분하여 관리하기

벌써 추석이 다가오네요. 아이들 명절 용돈은 어떻게 관리하실 계획이신가요

정기 용돈 VS 명절 용돈, 구분하여 관리하기        

                            

 명절이 지나고 나면 교실에서 만난 아이들끼리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너는 얼마 받았냐는 질문이지요.


 역시나 가장 많이 명절 용돈을 받은 친구가 으쓱해집니다. 저 역시 놀란 적이 있었는데 백만 원이 넘게 받았다는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지요. 친척이 많거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 아이가 없는 집안에서의 외동 자녀인 경우는 명절 용돈이 백만 원에 육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출처: 2020년 세뱃돈 적정 금액 설문조사/사진=EBS 스쿨잼 네이버 블로그


 2020년 설날 전에 세뱃돈 적정금액을 묻는 설문이 있었습니다. 이 설문에 어른들은 초등학생 1만 원, 중 고등학생 3만 원, 대학생 5만 원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나 초등학생 아이들은 5만 원이 적정하다고 답했지요. 어른들이 생각하는 대학생 세뱃돈이 초등학생에게 맞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아이들과 어른들의 돈 적정 액수에 대한 생각이 다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자신의 기대보다 적은 금액을 받으면 받은 자리에서 실망감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는 아이가 돈을 밝힌다고 느끼게 되지요. 그래서 이런 부분의 오해를 줄이기 위해 부모님께서 아이들에게 명절 용돈에 대해 미리 가르쳐주어야 합니다.


 예전에는 용돈의 개념이 없었고 1년에 한 번 설빔과 맛있는 음식이 가능한 날이 명절이었습니다. 특히나 세배는 어른이 무사히 겨울을 넘기고 새해를 맞은 것을 기념해 문안드리는 것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때 인사를 찾아온 이들에게 차례 음식 등을 건네며 덕담을 주고 받은 것에서 비롯된 것이 세뱃돈의 기원입니다. 당연히 인사를 받는 어른이 금액을 정하는 것이 맞지요. 그렇기 때문에 그 자리에서 다른 친구들과의 금액을 비교하며 예의 없이 행동하지 않도록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여전히 아이들에게 천 원을 주는 어른들이 있다고 하던데 그럴 때는 어른께도 안내해주세요. 요즘은 천 원이면 과자 한 봉지도 사 먹을 수 없다는 걸 말씀하실 필요가 있지요. 서로 세대 간의 간격을 줄여주시는 것이 우리 부모님의 역할입니다.



 이렇게 많은 금액의 명절 용돈을 정기 용돈과 합치게 되면 아이도 혼란스러워집니다. 자신이 그동안 계획하고 저축했던 것들이 무의미해지지요. 따라서 명절 용돈은 철저하게 다른 통장으로 입금해주어야 합니다. 대부분 아이들이 부모님이 세뱃돈을 맡아주신다고 했는데 결국 부모님께서 가지셨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렇다보니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이라도 확 사버리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돈과 사람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됩니다. 아이의 통장으로 투명하게 처리하고 직접 입금된 것을 보여주면 아이는 저축의 즐거움과 부모님에 대한 신뢰를 모두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어릴 때 돈으로 수학(산수)을 배웠습니다. 숫자개념이 워낙 없던 저를 아버지께서 5시간을 앉혀놓고 수학을 가르치셨지요. 그전까지는 엄마한테 늘 백 원만, 백 원만 하던 아이였는데 십 원부터 백 원, 천 원, 만 원까지를 배웠습니다. 수학을 못하던 제가 얼마나 빠르게 계산을 배웠는지 5시간 동안 상 한 가득 펼쳐놓은 동전들로 더 이상 배울 필요가 없었지요. 그렇게 돈을 배우고 나서 욕심이 생겼습니다. 한 번은 서울 외가, 친가에서 설을 보내고 돌아오는 길, 품 안 가득 안고 있는 세뱃돈을 엄마에게 맡기기 싫어졌습니다. 이게 얼마나 큰 돈인데라는 생각에 꼭 들고 있었지요. 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던 중 갑자기 얼마의 돈이 있는지 알고 싶어졌습니다. 8살 어린 아이가 한복 복주머니에서 돈을 꺼내 세는 순간, 열려진 창문으로 돈 들이 날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순식간에 저에게서 돈이 떠나가 버렸지요. 저는 그 뒤로 돈에 욕심이 없어졌습니다. 어차피 날아가 버릴 돈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그게 저의 평생을 따라다닌 문제가 되어버릴 줄은 몰랐습니다. 돈에 관심이 없어졌다는 것 말이지요.

 그러나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는 달라졌습니다. 저처럼 돈을 날려버리지 않도록 가르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명절에 용돈을 받으면 아이들은 저에게 돈을 가지고 옵니다. 그러면 저는 2020 큰고모 세뱃돈. 2020 외할머니 용돈 등과 같이 이름을 적어서 돈의 역사를 만들어 기록합니다.


 가끔씩 많은 금액 이다보니 CMA(Cash management accounts 자금종합계좌)에 넣어서 약간이라도 이자를 받을 것을 추천받기도 합니다. 또는 아이 앞으로 주식과 펀드에 투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지요.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솔직하게 저는 뺄 수 없는 청약 통장으로 넣습니다. 왜냐하면 금액이 높아질수록 제가 욕심이 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십만 원 이었던 것이 백만 원, 천만 원이 되고 나면 늘 부족한 생활비에 단비로 느껴질 것 같았기 때문이죠.아이 앞으로 재투자를 해주거나 저축을 해주는 것 어떤 것이든 좋습니다.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기 용돈과 철저하게 구별하여 아이가 오랜 기간동안 계획했던 것에 혼란을 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보너스를 받아서 흐지부지 써버리고 나면 늘 아쉬워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아이들이 받은 명절 용돈은 단순히 보너스가 아닙니다. 그것은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꼬낏꼬낏 아끼고 아끼는 손주에 대한 사랑입니다. 더 자주 보고 싶은데도 혹여 부담될까 참고 참다가 전해주는 사랑이지요. 외삼촌과 고모가 챙기고 싶은 조카에 대한 애정입니다. 자기 가족 사느라 바쁜데도 어차피 들어오면 나갈 돈인 것을 알면서도 챙겨주는 자그마한 정성이지요. 정기 용돈은 부모님이 주셔도 충분합니다. 대신 명절 용돈은 잘 지켜주세요. 훗날 아이가 커서 자신들을 사랑해준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다는 것을 보면 든든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돈이 남겨주는 기록이 사랑이 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ps. 그렇게 예뻐하시던 막내아들의 막내 손주. 이제는 기억 속에서 명절도..손주도..잊어가시는 아버님.

아버님께서 허허 웃으며 지갑 속 세뱃 돈 꺼내 주시던 모습이 너무나 그립습니다.


<김선 작가의 생생한 음성으로 듣고 싶으시다면? >

오디오클립-초등경제교육대백과-선생님은 아이용돈 얼마주세요를 구독해주세요.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5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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