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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선 Jan 20. 2021

바닥에서 받았던 호의

그때 받은 호의를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렴풋이 얼추 30년 전.

돈 벌러 가신 아버지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다쳐 온 그 무렵.

겹친. 오빠의 대수술까지.


가난하고 가난에 쩌들 던 그때.

엄마는 쌀 한 됫박이 그렇게 고팠다고 한다.


나를 낳고,  먹을 게 없어 그저 생쌀 씹어먹는 게 다였는데 그 마저도 밥이 부족할까 아꼈다는 엄마.


이따금씩.

지금 쌀 한 가마니보다 그때 쌀 한 됫박이 더 고마웠어. 더 크게 느껴져.. 읊조리는 엄마.


이런 말을 들으며 자라서 그런가.

나 역시 내 인생 바닥에서 받았던 호의가 그렇게 고맙고 고맙다.


외부로는 교사로서의 모든 명성을 날리며

경기도를 넘어, 교육부 표창과 온갖 방송에 출연하고 세계적인 교사 포럼에서도 1위를 거머쥐던 그 순간.

사실 그때는 내 인생의 바닥이었다.


재정은 파탄 났고

신용등급은 최하였고

더 이상 받을 수도 없는 대출을 확인하고 확인했다.


겉으로는 화려한데 속은 곪아가니. 아팠다.


나도 어딘가 말할 곳이 필요했다.

그때 곁을 지켜준 옆 반 언니.


나를 다독였고

지켜봐 주었다.


그렇게 맺은 인연이 10년이 되었고

너무나도 멋진 삶을 살고 있는 그 언니에게 참 많이 배웠다.

언니의 삶을 응원했고, 언니 역시 아픔을 갖게 되어 수도 없이 언니를 위해 기도했다.


오랜만에 만났다.

그리고 그간 못 만난 기간 동안 나 이렇게 살아왔노라고 밝혔다.

친한 사람일수록 더 말 못 하는 그런...

잘 된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은 그런... 마음.


언니는 알까.


축하해준다.

자랑스럽다고 한다.

열심히 산 내가 참 대견하다고 한다.

내 삶을 응원하는 선물. 문구.


늘 그랬듯 언니는 내 옆에 있었다.

내가 바닥일 때도

바닥을 치고 올라온 지금도

언니는 한 결 같이 나를 대해주었다.


바닥에 있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스스로 위축되고. 비참해지고. 슬퍼지는 그 기분을.

아닌 척 해도 혼자서 파내려 가며 동굴을 만든다.

나는 어떤 힘으로 동굴에서 나온 걸까. 조금 더 내가 성숙하면.. 그 원동력을 알게 되겠지.

아직 어린 내가 느끼기에는

나를 지켜주는 사람들. 가족들이라는 것 만 깨닫고 있다.


이번에 개봉한

SOUL에서 처럼.

매 순간을 즐기자.


인생의 불꽃을 꼭 찾아야 된다 생각하기보다

삶의 목적을 꼭 부여하려고 보다

인생이란 항해에서 흘러가는 대로, 순간순간을 즐기자.


내가 오늘 사랑받았다고 느낀 것처럼.

그래서 나의 10년이 주마등처럼 스쳐간 그 순간처럼

한 결 같이 지켜봐 준 언니의 마음을 느끼며.

오늘 한 순간을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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