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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 선 Feb 25. 2021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내가 헛되이 보낸 오늘은,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다.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

어릴 적 읽고 너무나 충격에 빠졌던 책이다.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온 쌍둥이.


다사다난한 삶을 살고 있는 엄마와

유복한 사모님으로 살고 있는 이모는 쌍둥이였다.


그리고 마지막은 아무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자의 유복한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으로 모순을 설명한다.


나의 오늘이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이었다는 걸. 알까.

고등학교 동창, 정말 친했던 남자 동창과 연락이 뜸해지던 그 3년 동안

나의 친구는 암으로 세상과 싸우고 있었다.


아내와

5살 딸을 놓고 가기 싫어 끝까지 고군분투했다는 나의 동창은

결국 얼굴까지 퍼진 암으로 인하여.

한 달 6천만 원의 신약을 쓰면서까지도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곁을 떠났다.


그 친구가 하루하루를 얼마나 살기 위해 버텼는지

장례식장 부모님으로부터 듣고 또 들었다. 그리고 삶을 더 열심히 살아내야만 한다는 부모님의 애끓는 말씀을 들으며 한없이 울고 또 울었다.



그리고 어제.

같이 근무했었던 동료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비보를 들었다.

웃는 얼굴, 하이톤의 목소리, 방학마다 여행을 다니며 멋진 삶을 살았던 그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아직 어리기만 한 아이 둘.

얼마 전 그 동료의 프사의 새로운 사진을 보았던 나는. 스스로 가라앉고 또 가라앉았다.


무엇이 그리 힘들었을까.

왜 가야만 했을까.

너무나 먼 여행을 가버린 동료가 그저. 안타깝다.


나의 친구가 그토록 바라던 내일을

왜. 동료는 스스로 버렸을까...


모순.

삶이란 때론 이해할 수 없는 모순이다.

어느 누가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정답이 무엇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그저.

남은 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퍼진 하루였다.

진심으로

고인의 명복을 기원한다.




貴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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