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운
해 질 녘 다홍물을 뿔그스름히 물들이는 태양 같은 사람이 좋다.
굳은 절개로 올곧게 뻗어 나가는 혈기를 지키는 사람이 좋다.
무거운 걸음 속에 흥겨운 리듬이 묻어 있는 뜨거운 사람이 좋다.
철저히 훈련된 표정 속 몰래 숨겨 놨지만 금세 들통나버리는 밝은 개구쟁이들이 좋다.
강렬한 필선으로 꾹꾹 흔적을 남기는 이들이 좋다.
그들이 지나간 자리엔 불구름의 운해가 가득하다.
또한 불세출의 영웅이 아니라 할지라도 불만은 없다.
화가 가득한 이들의 화마에 동행 않는 이들이 좋다.
주변을 진홍빛으로 점염해 가는 빨간 사람이 좋다.
그래서 그런가
난 빨간색이 좋다.
빨간색의 사람들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