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쇼나곤 / 정순분 / 지식을만드는지식
먼저, <마쿠라노소시>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나무위키의 내용을 링크해 드리겠습니다.
이 책은 나무위키에도 나와 있듯이 "일본 '최고'의 수필 소설"이라고 합니다. 소설가 김연수님이 <소설가의 일>에 이 책을 극찬하시면서 몇 구절 적어주셔서 일부 읽어보기는 했었습니다. 그때는 일부 몇 구절 멋진 구절이 있는 책이구나 싶었는데 막상 책을 읽어보니, 전체 문장이 다 멋집니다. 김연수님도 책 전체를 적지 못해서 고민고민을 하시다 일부 구절만 가져오시면서 안타까워하지 않으셨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좋아하는 것들, 싫어하는 것들, 미워하는 것들, 귀여운 것들, 이런 일상적인 것들을 쓰고 있는데 그 기록만으로 평범한 일상이 특별한 순간이 되어버립니다. 보통은 어떤 상황이나 모습을 잘 묘사한 글을 읽으면 머리 속에 한 장의 그림이 그려지거든요, 그런데 이 책의 글을 읽으면 그 모습이 입체적으로 그려집니다. 봄을 표현하면 봄꽃의 향기가 느껴지고, 저녁 노을을 표현하면 그 노을이 사라져가면서 변화하는 색의 스펙트럼, 때마침 불어오는 바람결까지 느껴질 정도입니다. 비 온 후의 들길을 걸어가는 모습을 읽고 있는데 앞서 가는 사람의 철벅거리는 발소리와 발에서 튀어 오르는 물방울, 발에 짓이겨진 풀의 비릿한 내음이 느껴진다니까요.
다리미로 다린 듯 납작하고 건조한 내용만 가득한 제 일기에도 이런 멋진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심마저 드네요. 평범함 일상을 이렇게 아름답게 써내려 갈 수도 있는 거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