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5월 4일, 나의 기록을 2019년 4월 17일에 곱씹다.
최근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의 대화 중에서 경악할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의 어느 아파트 지하실에 5,60여 마리 되는 많은 길고양이들이 모여 살고 있었다.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던 주민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이 내놓은 해결 방법은 끔찍하게도…
“길고양이들이 있던 그 지하실의 모든 통로를 막아버리는 것"
물론 그 안에 있던 고양이들은 모두 굶어 죽었다. 바깥에는 안에 두고 온 새끼 고양이들을 애타게 찾는 엄마 고양이들이 문 앞에서 계속해서 울부짖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이런 극단적이고 끔찍한 방법은 그 아파트 부녀회에서 결정된 사항이었는데, 주요 이유는 '고양이가 싫다. 고양이 때문에 아파트 집 값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 것은 시간이 지나 다시 고양이들이 많아지자 주민들은 다시 한번 이런 끔찍한 방법을 시도하려고 했고, 이것을 도저히 보다 못한 한 아파트 주민이 관련 구청에 신고를 했지만 ‘그건 우리 소관이 아니다’라는 말 외엔 별다른 조처가 없자 관련 글과 사진들을 인터넷에 올려 도움을 구하면서 라는 것.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절로 소름이 끼쳤다. 단지 돈 때문에 수많은 생명에 대해 그런 끔찍한 짓을 당연하게 저지르는 사람들, 그리고 그것을 방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일부는 모르겠지만 주민 대다수가 이 일에 동조했다는 것은 쉽사리 믿을 수가 없었기에 집에 돌아와 구글링을 해보았다.
찾아보니 압구정 구현대아파트 74동에서 벌어진 사건으로 다행히 내가 들었던 이야기와는 다르게 대다수가 아닌 일부 주민들이 막무가내로 벌인 만행인 것 같았다.
> 압구정 구현대아파트 74동 길고양이 감금 생매장 사태 관련 글:
http://m.pann.nate.com/talk/320163611
> 관련 뉴스: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7828131&cp=nv
개인적으로 이 사건을 찾아보며 나도 모르게 이번 세월호 사건이 떠올랐다. 이번 사건을 둘러싼 여러 가지 비상식적인 일들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몇 가지 모습들이 압구정 아파트 고양이 학살사건에서도 똑같이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돈 중심의 가치관을 가지고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죄책감 없이 저지르는 소수의 사람들, 안타까워는 하지만 어떤 실제적인 해결방법을 취하지는 않거나 사건 자체를 직시할 용기가 없어 눈 감고 모르는 척하는 다수의 사람들, 사건에 대한 해결은커녕 방관만 하는 정부기관.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믿는 선한 가치관을 위해 행동하는 용기 있는 일부 사람들.
세월호 사건. 그리고 압구정 고양이 학살사건.
많은 점들을 생각하게 하는 이 두 가지 사건은 아마도 쉽사리 잊히지 않을 것 같다.
+
(위 사건과 관련하여 한 가지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어 추가)
사람에 따라서는 "물론 잔인하지만 단순히 고양이에게 한 짓이다. 그걸 너무 과대 해석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이 생길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 질문이야말로 생각의 얕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고양이 역시 인간과 마찬가지로 엄연한 생명이다. 이유야 어쨌건, 특히 자신의 이익이나 기호에 따라 생명에게 그런 끔찍한 짓을 하는 사람이라면 기회와 상황에 따라서는 자신 이외의 '인간'에게도 그럴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 것이 그렇게 큰 비약일까? 실제로 대다수 연쇄살인범의 어린 시절에 공통적으로 보이는 특징 중 하나가 동물에 대한 잔인한 학대와 방화라는 많은 자료들이 있다.
우리가 많이 목격하는 한국 사회의 야만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걸 “생명에 대한 무례함"이라고 정의할 수 있지는 않을까?
동물보호법은 단순히 동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크게 본다면 결국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을 보호하는 법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많은 선진국들에서 동물에 대한 학대에 따른 처벌은 상당히 강하다.
작은 것을 보면 큰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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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4일
릭 Rick Kim
Archiv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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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7일 새벽, 막 세월호 5주기가 지났다.
오늘도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느지막이 집에 들어와 2014년의 그즈음에 내 생각을 적은 글을 곱씹어보았다.
생각해보면 지난 5년 동안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2016년의 극적인 촛불을 시작으로 탄핵, 대선,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평창 올림픽, 남북회담과 북미회담, 여러 과거 사건의 재조명과 재수사 등. 그래도 2014년 그때와 비교해보면 확실히 야만의 사회를 벗어나 상식의 사회로 진입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그리고 나는 이 모든 것의 시작이 '세월호 사건'이라고 본다.
왜 세월호일까?
많은 한국인들에게 IMF 때 겪은 '회사는 나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그래도 힘들지만 인정하고 견딜 수 있는 것이었지만, 세월호 사건 때 보여진 '국가도 나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사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들 각자에 심어진 충격은 "이대로는 안 된다." 라는 마음으로 점점 커졌고, 결국 시간이 지나 폭발적인 촛불 혁명으로 이어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세월호는 단순한 재난 사고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일부 사람들의 말처럼 '이제 그만 잊어라' 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의 가벼운 사건은 더더욱 아니다. 세월호는 마치 6.25 전쟁처럼 한국이라는 한 국가의 전체 흐름을 바꿔놓은 '잊을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우리 모두는 세월호의 아이들에게 빚을 졌다.
그 빚을 갚을 수 있는 길은 그때부터 이어진 싸움을 제대로 끝내는 것이 아닐까 한다. 바로 2014년 4월 16일 그때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 스친 그 생각, "이대로는 안 된다." 라는 그 생각과 그것에 반대하는 "이대로가 좋다" 라는 무리들과의 싸움 말이다.
:
2019년 4월 17일 새벽.
릭 Rick 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