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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릭킴 Rickkim May 12. 2018

"자유로운 삶"이란 대체 뭘까?

2018년 5월 8일, 방배동 티타임의 기록

2018년 5월 8일 방배동 티타임. ⓒ 2018. Rickk

햇볕이 끝내주게 좋은 낮이다. 아.. 이게 바로 봄이구나. 싶은 바로 그런 한낮. 오늘은 길고양이 조차 느긋해 보인다.


나는 방배동 빌라촌의 어딘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구석진 곳에 멋들어지게 자리 잡고 있는 카페 '메종 인디아 트래블 앤 북스'에 있다.


어찌 보면 상당히 생뚱맞은 곳에 어울리지 않게 멋진 곳 앞에서 적당히 테이블을 펴놓고 1인 출판사를 하는 정하 작가님.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 겸 카페 매니저인 해옥 님과 셋이서 새로운 책에 들어갈 일러스트와 관련한 일로 만나 오랜만에 느긋하게 티타임을 즐기는 중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개인 프로젝트인 "프로젝트 페이스 드로잉(Project Face Drawing)"에 대한 이야기로 화제가 옮겨갔다. 프로젝트 페이스 드로잉은 2013년부터 비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기본적인 아이디어는 특정한 사람을 지정하여 관찰하거나 인터뷰를 하고 그에게서 느껴지는 인상을 그림과 글로 기록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카카오페이지와 함께 그곳에서 연재하는 웹툰과 소설 작가분들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페이스 드로잉을 진행하고 있다. (링크 : 카카오페이지 브런치)


이제 이것을 계기로 잠시 멈춰있던 이 프로젝트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 것이다. 문제는 어떤 사람을 대상으로 할 것이냐는 것이었다. 처음 시작할 때는 페이스북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무작위로 했지만, 이제는 그보다 좀 더 구체적이어야 했다.


    "음... 일단 제가 관심 있는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말문을 열었다.


    "릭은 어떤 사람에게 관심이 있는데요?"


정하 작가님이 나를 보며 물었다.


    "저는 현재 자유롭게 살고 있거나, 자유로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이 있어요."


    "너무 막연한데? 그럼 크리에이터들인 건가? 막 자유로운 영혼 이런 거?"


    "아, 꼭 그렇지는 않아요. 개인적으로는 회사원도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시간이 많은 사람이 자유로운 사람은 아니죠. 단순히 돈만 많다고 자유로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막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또 자유는 아닌 거 같고요. 일단은 먼저 자기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인지할 수 있어야 하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도 필요한 것 같고...


입으론 말을 계속 내뱉고 있었지만, 머릿속에서는 이미 내면과 표현의 미끄러짐을 느끼고 있었다. 아... 이거 좋지 않아... 또 내 말과 생각이 어긋나며 따로 놀고 있군...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해옥 님이 툭 던지듯 질문을 던졌다.


    "그럼 릭은 자유로운 삶이라는 것의 정의가 뭐라고 생각해요?"


     " ...... "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무언가 말을 했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단순한 질문으로 깨달았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자유와 자유로운 삶에 대해 명확히 정의를 내려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꽤나 부끄러운 일이었다. 자유, 자유 노래를 불렀는데 정작 그게 뭔지 자신 있게 말할 수 없었다. 티타임은 그렇게 나 스스로에게 한 방 먹은 멍한 상태에서 끝이 났다.


그리고 그 뒤로 며칠간 이 화두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봤다.


    '자유로운 삶이란 대체 뭘까?'


경제적인 여유와 그것과 같이 오는 마음의 평안? 아니면 경제적으로는 어려워도 시간을 사용하는 것에서의 자유를 갖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하기 싫은 것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것? 내가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고 내가 원하는 만큼 있을 수 있는 이동과 거주의 자유?


머리 속으로는 알 것 같은데 그것을 바깥으로 말과 글로 꺼내려고 하니 어느 것 하나 와닿지도 않고 맘에 들지도 않는다. 그러다 약간의 자책과 무력감에 빠져버렸다. 예나 지금이나 참 난 제대로 아는 것이 없구나...


그리고 그렇게 며칠이 지났다.


:

2018년 5월 12일.

봄비 오는 느긋한 토요일 오전에 기록한

2018년 5월 8일, 방배동 티타임의 기록

릭 Rickk リッキー


#릭의에세이 #릭의어느날의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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