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15일, 신사동 티타임의 기록
역시나 날씨가 좋던 봄날 낮, 내 그림을 캔버스나 페이퍼, 액자 등으로 제작할 때 전담해서 맡아주시는 건호 실장님과 점심 겸 티타임도 할 겸 신사동 작업실로 뵈러 갔다.
건호 님과는 2013년 초, 영국 친구인 Kasia가 당시 내가 막 시작한 "프로젝트 페이스 드로잉"의 그림 몇 개를 페이스북에서 보고 자기 동네 카페 공간에서 작게 전시를 해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을 때였다. 당시 디지털 그래픽으로 만 작업했던 그림을 처음 페이퍼나 캔버스로 제작을 부탁드린 것이 인연이 되어 현재까지 5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좋은 인연을 유지해오고 있다.
전형적인 자영업자로 살아오신 이 분의 "자유로운 삶의 정의"는 무엇일까? 앞서 티타임에서처럼 똑같은 질문을 건넸다.
"자유로운 삶이요? 음... 그런 거 생각 안 해봤는데... 어렵네..."
뜬금없는 질문에 잠시 고민하시는 듯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이야기를 이어가셨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나 봐요. 그냥 하루하루 버티면서 살아와서."
"그런가요? 하긴 제가 생각이 너무 많긴 하죠. 하하..."
"아마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저 같을 거예요. 그냥 버티는 거지. 그 달 그 달 걱정하면서. 지금도 크게 다르진 않아요. 여기 가로수 길도 점점 가게 월세도 비싸지고 많이들 나갔어요. 저도 큰길 1층에 있다가 3년 전에 골목 지하로 쫓겨오듯 옮겨온 거고요. 제 생각엔 자유보다 중요한 건 '생존'인 거 같아요. 생존이 없으면 자유고 뭐고 없으니까."
"역시 회사 다니는 게 제일 속 편하죠?"
"편하죠."
"하하하하하하..."
오랫동안 홀로 서기를 해본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반농담 반진담의 이야기로 둘이 한바탕 웃고 난 뒤, 몇 초간 정적이 흘렀다.
"그래도..."
그가 먼저 입을 뗏다.
"그래도, 살아만 있으면 어떻게든 기회는 오는 거 같아요. 지금 별 다른 아픈 곳은 없으시죠? 너무 흔해빠진 이야기지만, 정말 건강이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태훈 씨도 건강 꼭 챙기고 아프지 마세요."
마음이 갑자기 찡해졌다. 때로는 가장 흔해빠진 말이 가장 멋지게 다가올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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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8일 저녁에 기록한
2018년 5월 15일, 신사동 티타임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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