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건너는 강

by 리도씨

강은 멈추지 않는다.

봄에도 흐르고, 여름에도 흐르고, 가을과 겨울에도 쉼 없이 흐른다. 어제의 물은 이미 바다로 향했고, 오늘의 물은 새로이 흘러온다. 나는 그 강가에 서서 가만히 물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우리가 살아가는 것도 결국 이렇게 매일 다른 오늘을 흘려보내는 일이라는 것을.


나는 한동안 과거에 머물렀다.

이미 지나간 선택과, 돌이킬 수 없는 말, 후회로 얼룩진 장면들을 붙잡고 스스로를 놓아주지 못했다. 어쩌면 과거는 강 위에 떠 있는 낡은 배 같았다. 이미 닻을 내렸지만 떠나지 못하고 머물기만 하는. 그 배에 타 있는 동안 나는 강물의 흐름을 느끼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강 위를 스쳐가는 바람 소리 속에서 아주 작은 속삭임이 들렸다. “지금 괜찮니?” 그 순간 나는 나를 붙들고 있던 과거의 그림자를 조금씩 놓기 시작했다. 강은 어제를 데려가고, 오늘을 데려오고, 내일을 준비한다. 그리고 그 흐름 속에 서 있는 우리는 매일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살다 보면 오늘이 보이지 않을 때가 많다.

우리는 늘 내일을 걱정하거나 어제를 후회하며 산다. 그러나 강은 오늘만을 산다. 그 물결은 지금 이 순간을 향해 흘러가고, 바로 그 자리에서 반짝인다. 나는 그 단순하고도 명확한 진실 앞에서 마음이 조금씩 가벼워졌다.


기억에 남는 사람이 있다. 10년전에 처음 만난 이 사람은 나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았다.

내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순간이 내게 전부야. 몰입하고 즐기고 집중해봐.” 그 말은 너무 흔해서 처음엔 깊이 와닿지 않았다. 하지만 강가에 서 있는 지금, 그 말이 마음 깊이 스며들었다. 오늘은 강물처럼 단 한 번 흘러간다. 잡을 수 없지만, 느낄 수는 있다. 품을 수는 있다.


나는 요즘 작은 일에 감사하려고 한다.

아침에 마시는 따뜻한 물 한 모금, 우연히 들은 노랫말, 골목길에 피어난 작은 들꽃 하나.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사실은 오늘을 가장 빛나게 만든다. 우리는 거창한 행복을 찾아 헤매지만, 강물은 작은 돌멩이와 빛에도 반짝인다.


강 위에는 다리가 있다.

그 다리를 건너는 사람들은 각자의 이야기를 품고 있다. 어떤 이는 웃으며 건너고, 어떤 이는 울며 건넌다. 하지만 다리를 건넌 모든 이는 오늘을 통과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보며 생각했다. 우리 모두는 오늘을 건너는 여행자라는 것을. 그리고 그 여행에는 빠르거나 느린 속도가 없다.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걸음으로 건너는 것뿐이다.


삶이 힘들 때마다 나는 강가에 앉는다.

바람이 불어오고, 물결은 낮은 목소리로 노래한다. 그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조금씩 풀린다. 완벽하지 않아도, 멈추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다시 배운다.


나는 이제 오늘을 더 사랑하려 한다.

내일을 기다리며 허비하지 않고, 어제를 붙잡느라 아프지 않고,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과 순간을 더 깊이 느끼며 살고 싶다. 오늘이 모여 내일이 되고, 그 내일이 다시 또 다른 오늘이 된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언젠가 강의 끝에 닿을 때, 나는 조용히 미소 지으며 말하고 싶다.


“나는 오늘을 건너며 살았다고. 오늘이라는 강 위에서 매일 다시 태어났다고.”


강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도 그렇다.

오늘의 강을 건너는 당신에게, 이 강물의 빛이 작은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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