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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골목에 남아 있는 것들

by 리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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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는

단층 주택이 다닥다닥 붙어 있던 곳이었다.

골목은 아이들의 놀이터였고,

비좁지만 정겨운 마당들이

동네의 숨결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그곳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놀다 보면

정면 너머로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보이곤 했다.

부자들이 산다는 동네.

어린 마음에 괜히 부러웠다.


세월이 흘러,

이제 나도 아파트에 산다.

그때 바라보던 풍경 속에

내 삶이 들어와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예전 그 동네가 더 따뜻하게 기억에 남는다.

좁았지만 자유로웠고,

낡았지만 사람 냄새가 났던 곳.


가끔 사진기를 들고

그 골목을 다시 찾아가곤 한다.


그곳엔 아직

놀이터의 정취가 남아 있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가끔 울려 퍼지면

그 시절의 공기가 문득 떠오른다.


하지만, 아마 조만간 이곳도 사라지려나 보다

철거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그 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이

하나둘씩 사라져간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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