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6, 귀차니즘을 이겨내는 도시락, 그 4일간의 기록
예고했던 대로 지난 월요일부터 살을 깎아내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긍정 회로를 돌려보자면, 예전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해봤던 경험 덕에 ‘서당 개’ 마냥 처음부터 자세를 다시 배워야 하는 수고는 덜었다는 점이다. 남들보다는 조금 더 빠르고 수월하게 운동 안정기에 접어들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다.
하지만 나라는 사람이 늘 긍정 회로만 돌리는 것은 아니기에, 부정 회로 또한 동시에 켜진다. ‘한 번 살이 크게 빠졌다가 다시 찐 사람은 예전의 몸으로 돌아가기가 몇 배는 더 어렵다’는 불안감이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 탓이다.
결국 내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다름 아닌 ‘귀차니즘’의 극복이었다.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헬스장으로 발걸음을 옮겨야 하며, 귀차니즘을 이겨내고 매일 도시락을 싸야 한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그 싸움에서 지지 않고 잘 해내고 있다.
지난 월요일, 인바디 위에서 마주한 나의 현실은 처참했다. 좌절과 낙심, 그리고 한심함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100.5kg.
임신 만삭 때와 거의 비슷한 체중이라니. 숨쉬기조차 버겁고 발목과 무릎이 시큰거리던 7년 전, 그 괴로웠던 시절로 되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래도 그때는 뱃속에 아이라도 있었지, 지금은 오로지 내 살 뿐이라는 사실이 뼈아팠다.
너무나 슬픈 수치였지만, 마냥 낙심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거울을 보는 것조차 싫은 요즘이지만, 오히려 거울 앞에 서서 현재의 몸을 사진으로 남겨두었다. 눈바디를 기록하며 스스로에게 동기부여를 하고 싶었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려면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시작이 나쁘지 않으니 힘을 내보려 한다.
식단은 철저하게, 하지만 지속 가능하게 구성했다.
아침 곤약밥, 생선 한 조각, 파프리카 무침 (w. 발사믹 식초)
점심 호밀빵 한 조각, 닭다리살 샐러드, 아보카도
저녁 스크램블 에그, 아보카도, 호밀빵 한 조각
이렇게 먹고도 허기가 질 때는 그릭요거트 100g에 블루베리와 견과류를 조금 곁들인다. 매일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도시락을 챙겨 출근길에 오르는 것이 이제 나의 새로운 루틴이 되었다.
원래 나는 무언가를 바리바리 싸 들고 다니는 걸 질색하는 편이다. 하지만 내가 싫어하는 것을 하고, 내가 귀찮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극복해 나가는 과정 자체가 다이어트의 시작임을 느낀다. 그래서 다이어트가 쉽지만은 않은 거겠지.
그래도 거의 매일 운동을 해내고 식단을 지킨 덕분에, 짧은 시간 안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4일간 최선을 다한 결과,
오늘의 몸무게 98.4kg!
2.1kg 감량 성공이다. 부디 이 기세가 꺾이지 않기를, 내일도 나는 귀차니즘을 이기고 도시락을 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