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나날들
회복탄력성 어쩌구 저쩌구는 내게 맞지 않는 단어인가보다. 다이어트 100일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2주 열심히 하고 병원검진 이후에 한 주 무기력. 그 후 회복탄력성을 운운하면서 다시 마음을 다 잡았지만 정신과 육체는 역시나 하나가 되지 못했다.
나이를 먹어서 인지 약부작용으로 따라오는 두통은 의사가 말했던 적응기간 일주일 훨씬 지나서 까지 나를 괴롭혔다. 가뜩이나 불면에 시달리는 난데, 두통은 나를 더 잠들지 못하게 했고 그럼 나는 두통이라는 녀석과 함께 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원래도 부종이 심한 몸이라 임신때는 부은 발 때문에 신발사이즈가 2사이즈나 늘 정도였는데 잠을 못자니 붓기는 언제나 있는 나의 신체 일부 같이 함께였고 몸이 무거워지자 지난 3주를 거의 무너진 날들로 보냈다. 무기력했고, 아침에 다다릉 새벽녘에 겨우 잠들곤 하니 아침에 눈뜨는 것도 버거운 날이 많았다.
운동을 해보려고 해도 몸이 부어있는 느낌이 강했고, 땀을 흘려도 체중계 숫자는 꿈쩍도 안 했다. 오히려 더 찐 날도 있었다. 그때 느꼈던 좌절은 말로 다 못 한다. 눈에 보이는 변화가 없으면 마음이 쉽게 무너진다.
식단 조절도 잘 안 됐다. 억지로 참았던 만큼 어느 날은 폭식으로 무너졌고, 먹고 나면 후회가 밀려왔다. ‘나는 왜 이걸 조절하지 못할까’ 싶은 마음에 스스로가 너무 싫어졌다. 식단을 지키는 것도, 운동을 이어가는 것도 다 버겁게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몸은 계속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스트레스로 혈압이 갑자기 올라가면서 코피가 터졌는데, 멈추질 않았다. 먹고 있는 혈전약 때문인지 지혈이 안 됐고 거의 20분 가까이 피가 쏟아졌다. 정말 ‘쏟아진다’는 표현이 맞다. 코에서 뚝뚝 떨어지는 코피가 아닌 폭포수 같은 피가 났다. 20분을 그렇게 피를 쏟으며 어지럽고 숨이 막히는 순간, ‘이 약을 달고는 살 수 없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이런 유혈 사태는 브런치에 글을 쓰지 못한 지난 3주간 5번이나 내게 일어났다. 물론 그 다섯 번 모두 20분이나 피를 쏟진 않았지만 지혈이 어려운 건 매한가지였다.
피가 잘 흐르면 내 피가 끈적이지 않고 깨끗해야한다. 하지만 나는 비만이고 고지혈도 조금 있다고 했다. 다이어트는 나에게 살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요소인 것이다. 하지만 악순환의 연속에서 일을 하며 운동과 식단만으로 살을 빼는 건 어려울 거라 판단됐다.
그래서 결국 병원에 가서 위고비를 처방받았다. 이전에 삭센다를 맞아본 적이 있어서 0.5mg 처방 받았고 투약한 지 3일째다. 아침을 먹지 않았는데도 이상하게 배고프지가 않다. 허기도 덜하고, 예전 같으면 뭔가를 꼭 씹어야 했는데 그게 조금은 사라진 느낌이다. 이게 위고비 때문일까. 약간의 희망이 생겼다.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앞으로 남은 100일은 ‘살 빼야지’보다는 ‘내 몸을 다시 돌보자’에 더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체중 숫자 하나에 휘둘리지 않고, 매일 조금이라도 몸을 움직이고, 너무 죄책감 느끼지 않으며 먹고 싶다. 다시 잘 살아보자고, 나 자신한테 조용히 다짐해본다.
2025년 9월 2일. 100일째 되는 날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