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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Aug 20. 2021

김승 외의 <마법의 서재>

인간은 누구에게나 베이스캠프가 필요하다     


이 책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위의 문장이다. 인간은 누구에게나 베이스캠프가 필요하다. 응? 베이스캠프? 그렇다. 일반적으로는 베이스캠프가 아니라 꿈이라는 거대한 목표인 ‘정상’이 필요하다고 말할 게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해 착실하게 나아가라고. 그러나 이 책 속에서는 그 정상이 아니라 베이스캠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상의 존재는 물론 중요하다. 오르고 싶은 곳이 없다면 애당초 등반 자체가 성립되지 않으니까. 정상이라 말할 수 있는 꿈, 혹은 꿈이라는 거창한 이름은 아닐지라도 자신이 원하는 삶의 모습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돌아볼 시간+공간이 필요하다. 바로 그곳이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베이스캠프’인 것이다.      


왜 베이스캠프인가 하면 베이스캠프란 방향을 점검하고준비상태를 확인하며기후를 파악하고팀워크를 다지는 위치(p34)”이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정상이라는 목표점이 아닌 베이스캠프를 강조했는가를 여기서 알 수 있다. 정상을 미리 단번에 정해버리는 것보다는 긴 인생길에서 자신의 현재와 과거를 돌아보며 앞으로의 방향을 점검하며 최종적으로 도달해야 할 곳이 정말 그곳이 맞는가를 점검하는 것. 그게 삶과 등반의 다른 점일 게다.     


살다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자신이 정한 목표가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목표에 이르는 노력이 부족한 경우도 물론 있지만 인간의 시선으로는 알 수 없는 삶의 인도가 있다. 지나고 보면 내 삶이 나를 더 좋은 곳으로 인도하고 있었구나, 그래서 그렇게 작은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구나 하는 때가 있다. 그러므로 섣불리 정상을 굳게 정하기보다는 대략적인 좌표만 정해두고 자신만의 베이스캠프에서 중간 점검을 해 나가는 삶이 어쩌면 더 옳은 방식처럼 느껴진다.     


지식을 만나고 지식을 창조하다    

 

그리고 김승 저자가 한층 더 강력하게 강조하는 것은    

  

하지만 저는 한 가지 생각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그 모든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지만그럼에도 이 시대의 지식세대에게는 서재라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p65)”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고 에너지를 축적할 수 있는 곳, 그곳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김승 저자는 강력하게 그곳은 ‘서재’여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그가 말하는 ‘서재’의 의미는 ‘독서’자체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읽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독서를 통해 어떤 생각을 하고무엇을 낳느냐(p45)”이다.      


책을 읽는 이유는 참 다양하다. 지식을 얻기 위한 독서도 있고 단순한 즐거움, 시간때우기도 있을 게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는 베이스캠프로서의 독서는 ‘넓이와 깊이와 높이가 있는 독서’를 의미한다. 다른 말로 하면, ‘폭넓은 시야, 깊이 있는 시각, 그리고 날카로운 시선’이라 말할 수도 있고 또는 ‘관심, 관찰, 통찰’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음미하고 싶어서 수첩에 넣어둔 표현이다. 넓이와 깊이와 높이가 있는 독서. 마음에 드는 문장이다. 넓이와 깊이와 높이가 있을 때 평면은 3D가 된다. 입체적으로 살아난다. 어떠한 지식도 단순히 넓이만 있으면 그건 지식에 불과하다. 지식이 깊이를 가지면 자신만의 시선이 생기고 자신만의 시선이 생기면 앎에 불과했던 지식이 지혜로 바뀐다. 나는 독서를 통해 지식을 얻고 싶단 생각을 한 적이 없다. 독서를 통해 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세상을 살아내는 지혜를 얻고 싶었고 얻고 싶다. 변함없는 나의 바람이다.      


시대가 변할수록그리고 그 변화가 클수록 독서를 통한 지식축적의 기준이 중요해질 겁니다스스로 생산하고 정리할 힘을 가지 못하면 결국 다른 사람이 만든 지식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요.(p54)”     


여기서 김승 저자가 나아가 더 강조하는 것은 깊이 있는 독서를 넘어 ‘지식을 스스로 정리하는 힘’, ‘지식을 새롭게 창조하는 힘’이다. 그에게 있어 서재는 단순히 책이 꽂혀 있는 곳이 아니다. 이 책 속에는 지식을 정리하고 이를 통해 새롭게 창조하는 그만의 노하우가 듬뿍 담겨있다. 거대한 컴퓨터 속처럼 혹은 거대한 옷장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리되어 있다.     


바람이 거셀수록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일단 ‘책’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그 단어만으로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책이라는 단어 외에 이 단어가 들어가면 무조건 나를 멈춰 세우는 것은 ‘나무’다.      


변화의 크기와 속도를 매일 경험하는 사람은 보통 사람보다 더욱 본질을 추구한다이것이 바로 변화를 담는 그릇이며 넉넉한 내공이기 때문이다바람이 거셀수록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킬 수 있다.

변화 앞에서 본질을 추구하는 방법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독서이다.(p140)”     


나무처럼 살고 싶단 생각을 참 많이 한다. 나무처럼 의연하고 싶고 나무처럼 겸손하고 싶고 나무처럼 환경 탓을 하지 않고 주어진 환경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면 살고 싶다. 그런 나무 중에서도 가장 이상으로 삼고 있는 나무는 역시 뿌리 깊은 나무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림 없이 자리를 지킬 수 있다. 저자의 표현을 소리 내어 읽어본다. 뿌리 깊은 나무가 되고 싶다. 그렇기 위해서는 지식만 많아서는 안 된다. 지혜로워야 한다. 넓이와 깊이와 높이가 있는 삶이 되어야 한다.    

 

나의 소명은 내가 존재하는 목적이다. (중략내가 깨달은 모든 지식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지식이다나는 그 지식을 아낌없이 공유하고 나누며 살아갈 것이다이것이 바로 내가 존재하는 이유오늘도 살아야 하는 이유내 심장이 뛰는 이유이다나는 이것을 위해 태어났고이것을 이룬 뒤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p15~16)”     


글의 시작은 어느 정도 순간적으로 떠오를 때가 있지만 글의 마지막은 그렇게 발견하듯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는다. 언제나 고민하고 고민하다 최고의 답이 아닌 타협의 선에서 마무리하게 되곤 한다. 이번 서평도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 여는 글에 있던 김승 저자의 위의 글을 인용하기로 한다.    

 

지식에 대한 저자의 명확한 소명의식과 의지가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분명 읽는 이의 마음을 뜨겁게 할 게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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