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 Sep 01. 2021

그렇게 예민하게 굴면 살기 힘들 텐데...

우리 집 아래층에는 작은 개가 산다. 현관문을 여는 소리에도 짖고 계단 오르내리는 소리에도 짖는다. 가끔은 우리 집 생활 소음이 열어둔 창문 너머로 들리는 건지 내 행동 동선에 따라 짖을 때도 있다. 짖는 소리만으로는 커다란 개를 상상했는데 막상 마주쳐보니 작은 강아지였다. 저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렇게 우렁찬 소리가 나올까 싶을 정도다. 가끔은 그런 아래층 개 짖는 소리가 불편할 때도 있지만 우리 집 소음에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으신 이웃이기에 화는 나지 않는다. 다만 작은 소리에도 저리 예민한 강아지가 오히려 안쓰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게 예민하게 살면 힘들 텐데. 강아지 짖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예민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은 살기 힘들다. 남들은 별거 아니라고 그냥 넘기라고 하는 것들에도 신경이 쓰인다. 나는 사실 그런 사람이다. 상대방은 분명 선한 의도였을 거라고, 아무리 내 머리가 가슴을 설득시키려 해도 도대체 이해되지 않을 때가 있다. 호의가 지나치면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나, 한 번 두 번 받아주면 그래도 되는 줄 안다든가. 민폐라는 말을 말이나 행동으로 해야 알아듣는 사람들이 있다.      


유통 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화장품이나 전혀 나의 취향을 고려하지 않은, 더구나 사이즈도 맞지 않는 몇 년 전에 구입한 옷들, 쓰던 식기, 앞으로 몇 달 남지 않은 사은품으로 받은 달력, 나는 먹지 않는 음식, 나는 읽지 않는 책들. 이러한 것들을 굳이 택배로 보내는 사람의 의도는 무엇일까. 달라고 한 적도 없는 물건들을 집으로 보내는 이 지인의 의도는 도대체 무엇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예민한 것일까 라는 생각도 했다. 나도 저 아래층 개처럼 지나치게 예민하게 구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니 이젠 단호하게 싫음을 표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게 싫음을 표현하고 나면 이내 마음이 불편해진다. 사람이 나이들 수록 관대해져야 하는데 옹졸해진 것은 아닌지 또 나는 나를 비판하고 비난한다. 정말 고민이 될 때는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게 된다.    

  

저 아래층 개도 별거 아닌 소리라는 걸 알까. 알면서도 저렇게 모든 소리에 민감하게 구는 것일까. 지나치게 예민한 성격이 싫어서 둔해지려고 노력했던 날들이 있다. 노력한다는 건 내 안에 없다는 의미라고 어떤 이는 말했다. 겸손한 사람은 겸손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고.  

   

싫다는 걸 싫다고 말하는 것, 불쾌함을 느꼈다면 그 느낌을 그대로 말하고 상대에게 행동을 멈추도록 요청하는 것. 이건 분명 잘못된 것이 아닐 것이다. 자책을 그만하고 이 감정을 벗어버리기 위해 나는 오늘도 쓰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꿈이란 건 그렇게 거창하고 멀 필요만은 없지 않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