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섭의 <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다>(미디어숲, 2021)
“‘무용지용無用之用’은 쓸모없어 보이는 것이 오히려 큰 구실을 한다는 뜻이다.
(...) 우리말에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라는 속담이 있다.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 존재하는 모든 건 쓸모가 있다. 단지 쓸모를 모르고 쓸 줄을 모르는 것뿐이다. 그러니 쓸모없음을 탓할 게 아니라 쓸모를 모르는 나 자신을 탓해야 하지 않을까.(김이섭의 <인생의 답은 내 안에 있다>미디어숲, 2021, p158)”
책을 읽고 나면 마음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서평을 쓰고 책 속의 좋은 구절들을 워드로 남긴다. 그중에서도 몸에 새기고 싶은 문장이 있다면 수첩에 손으로 적어둔다. 無用之用이라는 단어는 수첩으로 온 문장이다. 쓸모가 없다고 여겨지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건 나의 시력이 좋지 못해서 그렇다는 걸 잊지 않고 싶다.
가을이 되면 낙엽을 줍는다. 한 장이나 두 장이라도 매해 꼭 줍는다. 누군가에게는 길거리를 더럽히는 쓰레기일지 모르지만 나에게는 그 해, 그곳, 그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사진이다. 주운 낙엽과 색칠한 하트 모양 골판지를 모아 한 장의 그림을 만들어 냉장고 문에 붙어 두었다. 버려지는 종이에 주운 낙엽으로 만든 이 그림(다른 이름을 찾지 못했다)이 왠지 좋다. 냉장고 앞을 지날 때면 나도 모르게 자꾸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