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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Dec 25. 2021

감정에 이름 붙이기

강원국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 위즈덤하우스, 2020 중에서

"글에 담을 만한 감정 목록을 적어두고 글을 쓸 때마다 한 번씩 훑어보기를 권한다. 미움, 걱정, 불안감, 두려움, 후회, 열등감, 분노, 놀람, 슬픔, 비참함, 고마움, 불쌍함, 그리움, 부끄러움, 당혹감, 만족감, 기쁨, 흥분, 의심, 시기심, 거부감, 초조함, 허무함, 실망감, 안도감, 짜증, 우쭐함, 외로움, 욕심, 울분, 절실함, 죄책감, 좌절감, 억울함, 역겨움 등등. 나는 이런 감정 목록을 만들어놓고 이 중에 어떤 감정을 녹여 넣을 것인지 글을 쓸 때마다 들여다본다."(강원국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 위즈덤하우스, 2020, p314)


강원국 작가의 저 책 속 문장을 만난 후 그린 그림이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배워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쩌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가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요즘 속쓰림과 배고픔에 대해 생각한다. 속이 쓰린 건지 배가 고픈 건지 잘 모를 때가 많다. 시간 상 배고파도 될 시간이지만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왜? 라고 할 때도 있다. 꼬르륵 소리가 날 때는 확신을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혼란스럽다. 모르는 것이다, 나는. 속쓰림이 어떤 것이고 배고픔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를. 그동안 속쓰림조차 배고픔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아이가 울면 울지마라고, 뚝 하라고 말한다. 화를 내면 화 내는 건 좋지 않다고 말한다. 짜증을 부리면 성격이 나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울음 안에는, 분노나 화 안에는, 짜증 안에는 언어로 표현되어야 하는 어떠한 감정이 들어 있을 것이다. 그 감정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했고 받아들여지지 못했고 그래서 그것이 울음과 분노와 짜증이라는 이름으로 분출된 것이다. 


위의 문장을 만난 후, 나 자신을 비롯해 나의 가족, 나의 미래의 아이에게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법'을 알려 주고 싶단 생각을 했다. 외로움, 창피함, 설렘, 우울함, 두려움... 그 외 아직 이름조차 없을 수 있는 수많은 감정들을 부정적이라는 이유로 숨기라고 한다거나 참으라고 하지 않고 싶다. 감정에 옳고 그름은 없다. 감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이 마음을 기억하기 위해 그림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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