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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Mar 15. 2022

니시나카 쓰토무의 <운을 읽는 변호사>

무엇이든 젊은 게 좋다는 사회 분위기지만 나는 나보다 윗분들이 쓰신 책들이 좋다. 이십 대, 삼십 대의 열정과 풋풋함이 담긴 책도 물론 그 책만의 매력이 있다. 하지만 육십 년, 칠십 년 이상 삶을 살아온 분들의 깊이는 문장 하나하나에 힘이 있다. 그 힘은 삶의 경험을 통해 얻은 힘이기에 뿌리가 굵고 깊다.   

   

이 책은 50년 이상 변호사 일을 해 온 저자가 깨달은 운이 좋은 사람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변호사라는 업무 특성상 다툼, 분쟁, 싸움, 비난 등을 마주하게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재판이라는 형식으로 인해 겉으로는 알 수 없는 내부 사정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위치이기도 하다. 그러한 그가 깨달은 운이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겉으로 보기에 부유하고 가진 것이 많고 재판에 이겼다고 운이 좋은 사람은 아니며 당장 자신이 원하는 걸 얻었다고 그 후로도 탄탄대로를 걷는 인생이 되지는 않았다고, 그는 경험을 통해 말한다.     

 

내가 이런 윗분들의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교과서에나 있을 법한 고리타분한 도덕적인 교훈이라 치부할 내용들이 경험을 통해 증명됨을, 그러한 말들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고 싶은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자신 안에는 운을 좌우하는 일곱 가지 마음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감사, 보은, 이타, 자비, 겸손, 인덕, 천명’이다. 이 일곱 가지는 각각 따로 존재하는 건 아니다. 감사함을 느끼기에 감사하는 존재들에 대해 은혜를 갚고자 하며 그렇기에 이타적이 되고 자비를 베풀게 된다. 자신이 홀로 존재하지 않음을, 많은 이들의 은혜로 살아있음을 깨닫는다면 오만할 수 없기에 겸손해지며 그렇기에 인덕이 생기고 자신의 인생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하나로 모두 연결된 마음가짐이다.      


은혜를 입은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는 좋은 운을 만드는 데도 중요한 일입니다.(p99)”     


나는 일곱 가지 마음 중 가장 기본은 ‘감사’라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우리는 이미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다. 수억 분의 1의 경쟁을 뚫고 생명을 얻은 것이니까.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먹고 자고 생활하는 동안 내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 즉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수많은 사람들에게 은혜를 입고 있다는 뜻이다.      


싸우지 않은 것도덕적 과실을 깨닫는 것은혜에 감사하는 것도덕적 부채를 갚는 것이를 실행하면 불운이 사라지고 행운으로 바뀔 것입니다.(p56)”     


여기서 말하는 도덕적 부채란 법에는 저촉되지 않지만 인간이 살아가는 동안 범하는 ‘도덕적 과실’과 ‘인간이 살아가면서 입은 은혜’라고 저자는 말한다. 도덕적 과실이란, 법은 어기지 않았으나 남에게 손해를 끼치는 데 따르는 죄를 말한다. 자기만 괜찮으면 된다고 생각하고 이기적인 행동으로 돈을 벌려고 하거나, 사회적인 지위 혹은 명예를 얻기 위해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가리킨다. 당연히 도덕적 과실은 법에 저촉되지 않으므로 형벌을 받지는 않기 때문에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되며 또한 이를 이득으로 여기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가진 이에게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이러한 일을 하면 운이 나빠진다는 사실을 말입니다.(p74)”     


법이란 반드시 필요한 것일까. 법이 없어도 모두가 양심적으로 산다면 법 자체가 필요없지 않을까. 법이 생겼다는 것은 그만큼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며 ‘최소한’의 법으로나마 제재를 가하겠다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자신의 도덕적 기준이 ‘법’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 생각한다. 법에만 걸리지 않으면 타인에게 피해를 주든 말든, 나에게 이득이 된다면 무슨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사고는 옳지 못하다.     


돈만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습니다행복을 손에 넣으려면 이 필요합니다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재산은 자신의 힘만으로 모을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우연히 사업에 성공했다고 해도 혼자만의 힘이 아니라직원이나 거래처 등 많은 사람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겁니다그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사람들의 마음은 떠나가겠지요.(p159)”     


남편과 자주 주고받는 말이다. 행복의 전부가 돈이 아니라는 나와, 가난하고 불행한 것보다는 돈 많고 불행한 게 좋지 않냐는 남편. 물질만능주의 사회 속에 살면서 가난해도 행복하다고 말하려면 강철같은 자존감이 있거나 아니면 외부와 철저히 차단되어야만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돈이 행복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말은 결코 놓고 싶지 않다.     

 

작고하신 이어령 선생님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내 삶은 다 기프트라고 했었지? 내가 산 물건도 따져보면 다 글을 써서 산 거야. 내 물건 중에서 글과 관계없는 게 하나도 없어. 글 쓰는 걸 기프트로 받았고, 글을 통해 또 세상으로부터 수많은 선물을 나는 받았네. 그 은총을 나는 끝까지 완수하려 하네. 죽음이라는 것이 벌인지, 죄의 대가인지 나는 몰라. 다만 은총을 받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야. 그래서 글쓰기를 해야겠다고, 이부자리를 털고 일어난 거야.(김지수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열림원, 2021, p60~61)”    

 

자신의 글쓰기 재능마저 기프트며 따라서 그 글을 통해 얻은 모든 것들 또한 기프트라고 그분은 말씀하신다. 그러므로 죽는 순간까지 삶이 준 기프트를 감사히 여기며 은혜를 갚아야 한다고.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이 ‘감사’라고 그분은 말씀하신다.      


사람의 운명은 어느 누구도 결정할 수 없습니다우리가 기껏해야 할 수 있는 것은 운을 정해주는 신비로운 존재가 인정해줄 것 같은 삶을 사는 것뿐입니다.(p46)”     


운을 정해주는 신비로운 존재가 ‘인정해 줄 것 같은 삶’, 그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오만함을 버리고 겸손히 감사할 줄 알며 법의 저촉과 상관없이 덕을 쌓고 타인의 마음도 헤아리며 사는 삶. 그런 사람의 삶의 발자취는 얼굴에 드러난다. 성형이나 화장으로도 가릴 수 없는 운 좋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다.      


좋은 책은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내 마음을 가다듬어 준다. 그래서 나는 스승이 필요할 때 책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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