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 May 22. 2022

판덩의 <나를 살리는 논어 한마디>

이 책의 저자 판덩은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미디어숲, 2022)의 작가이기도 하다. 마흔이 넘으며 논어에 대해 관심이 생긴 요즘, 논어를 쉽게 설명한 저자의 책이 마음에 든다.     

 

목마름 

   

나는 배움의 필요성을 ‘목마름’으로 표현하곤 한다. 목마른 느낌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수치가 있는 건 아니지만 목마름처럼 어딘가 불편하고 부족함이 느껴져 나도 모르게 손을 뻗고 싶어지는 그런 느낌이 나에게 있어 배움의 필요성과 같다.     


요즘 그렇다. 배움의 목마름이 간절하다.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학생이라면 성적이나 시험 등 눈에 보이는 목표가 있겠지만 그런 공부를 원하는 것도 아니며 그런 가시적인 대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인생의 배움, 삶의 단계에 필요한 공부, 마음 공부가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책은 이런 목마름을, 어떤 물을 원하는지조차 모르는 나에게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하나의 좋은 수단이 된다. 그렇게 이 책이 나에게 찾아왔다.   

  

어짊     


어짊은 유교에서 말하는 세 가지 미덕 중 하나이자, 공자의 가르침 중에 자주 나오는 덕목이기도 하다. 공자가 가장 아끼던 제자인 안회에 대해 칭찬하는 말 중에서도 그의 어짊을 극찬하는 부분이 나올 정도다. ‘어질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 사전적인 의미로는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며 슬기롭고 덕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이 설명만으로는 불명확하다. 공자가 말하는 어짊이 무엇인지는 결국 공자의 가르침 속에서 찾아야 하고 그래야만 왜 어짊을 강조했는지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혜로움과 어짊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것들이다공자는 지혜를 통한 즐거움은 물처럼 역동적이고 어짊을 통한 즐거움은 산처럼 중후하다고 말했다지혜로운 사람은 동적이고어진 사람은 정적이다지혜로운 사람은 행동을 좋아하고어진 사람은 안정을 좋아한다지혜로운 사람은 다양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어진 사람은 오랜 시간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그리고 결국 어짊과 지혜로움은 하나로 나아가게 된다.

(...)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지혜로운 부분과 어진 부분을 가지고 있다따라서 우리는 지혜로움과 어짊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p304~305)”     


어짊과 지혜로움을 비교한 위의 문장이 어짊의 속성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어짊은 정적이고 안정된 느낌이 있다. 그렇다고 지혜로움과 전혀 다른가 하면 그건 아니다. 산과 물이 조화를 이루어야 자연이 아름답듯이 어짊과 지혜로움이 조화를 이루어야 더 빛이 난다고 공자는 말한다.      


어질다고 칭찬받은 안회를 통해 저자는 어짊의 속성을, 온화함침착함즐거움총명함관심과 사랑결단력자기반성을 하면서도 침울해하지 않고사리사욕에 휘둘리지 않는 마음의 상태(p256)”라고 설명한다. 어짊은 불교의 선과도 비슷해서 현재에 충실하고 활달하며생동감 있고힘을 들이지 않는다(p53)”는 표현도 한다.      


또한 공자는 오직 어진 사람만이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다(p38)”는 말도 하는데 이는 어진 사람만이 겉으로 보이지 않는 상대방의 됨됨이를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지위나 학벌, 학위, 재력, 외모 등에 휘둘리지 않고 진정으로 사람을 좋아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사람이 좋다, 싫다고 말할 수 있는 것 또한 어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즉, 내면의 원칙이 없다면 옳고 그름을 분간할 수 있는 능력이 없고 타인의 나쁜 행동을 지적할 수 있는 용기도 없기 때문에 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 또한 내면의 원칙이 있는 어진 사람만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어질다는 것은 단순히 마음이 착하고 마음이 넓으며 아량이 있다는 것만을 뜻하지 않는다. 아무리 가난하고 괴로운 환경에 있을지라도 그러한 외부 환경에 좌우되지 않는 평온한 내면을 유지하는 것 또한 어짊의 속성이다.     


어짊은 짧은 시간 동안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니라아주 오랜 기간 축적되어온 시간이 쌓여 내면의 상태에서 도달하는 덕목이다.(p257)”    

 

어짊이란 그러한 척한다고 행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단시간에 이룰 수 있는 것 또한 아니다. 어짊은 하나의 ‘상태’이기에 끊임없이 그러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 매일 부지런히 자신을 수련하고 성찰하는 노력 끝에 이룰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어짊의 속성이 내 마음을 건드린다. 내가 앞으로 배워야 할, 이루어야 할 덕목이 어짊이 아닐까란 생각을 한다. 단순히 어떤 사람에게든 좋은 모습만 보여줘야 하는, 싫은 소리 한마디 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자신을 비난하며 책망하는 것 또한 아니다. 자신만의 옳고 그름이 있고 그 기준에 따라 외부의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마음. 좋은 것을 보면 진정으로 기뻐하고 좋은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기뻐해주고 축하해 줄 수 있으며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것 또한 어짊이 아닐까 싶다.   

   

배움    

 

배움에 관한 공자의 가르침은 유명하다. 논어를 읽지 않더라도 알 수 있는 말들 또한 많다. 그럼에도 읽을 때마다 발걸음이 멈추는 것은 그만큼 나에게 소중한 말이라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배움을 즐거워하는 사람은 배움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 욕심이 없다따라서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배움을 즐길 수 있다반면배움을 즐거워하는 사람이 배우지 않으면 괴로움을 느낀다공자는 배움을 아는’ 사람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이그리고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즐기는’ 사람이 더 낫다고 말한다.(p293)”  

   

배움에 관해 세 가지 유형의 사람이 있다. 배움을 아는 사람, 배움을 좋아하는 사람, 배움을 즐거워하는 사람이 그것이다. 그중에서 가장 으뜸은 역시 배움을 즐기는 사람이다. 배움을 좋아하는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학문을 좋아한다는 것은 배움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무엇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공부가 좋은 사람은 배움의 과정이 즐겁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배움을 ‘즐거워하는’ 사람을 ‘좋아하는’ 정도로는 이길 수 없다고 공자는 말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정말 맞는 말이다. 무언가를 배웠다는 것 자체가 기쁜 사람과 그 무언가를 통해 결과를 내는 것이 목적인 사람이 있다면 결과에 집착할 수밖에 없기에 배움이 즐겁기만 할 수는 없다.  

    

배움을 좋아한다는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p213)”  

   

배움 자체를 좋아한다는 것은 결과가 아닌 과정을 즐긴다는 의미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알아가는 그 과정이 행복하기 때문에 배움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 난 주변 사람들에게 공부가 좋다고 말하곤 하는데 머리가 좋아서도, 학창 시절 성적이 좋아서도 아니다. 오히려 대학교 때까지는 공부가 괴로웠다. 나 자신은 새로운 걸 알게 된 것만으로도 만족하는데 주변에서 노력에 비해 성적이 안 나오는 사람으로 취급받으면 그게 괴로웠다. 결과도 좋으면 좋지만 난 그만큼 눈에 띄게 빠르게 성장하는 편은 아니었다.   

  

지금도 죽을 때까지 공부하는 게 꿈이다. 그 공부는 책상에 앉아서 하는 공부뿐만도 아니고 자격증 시험도 아니며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부도 아니다. 그저 나 자신이 부족함을 느끼는 분야에 대한 목마름을 해소하기 위한 공부다. 물론 이 또한 당장 완벽한 결과는 얻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영리하고 재빠르게 무언가를 습득하는 편은 아니니까. 하지만 이렇게 목마름을 깨닫고 그 목마름을 해소해 나가는 그 과정이 나는 즐겁다. 그게 나를 살아 있게 만든다. 살아 있는 사람으로 느끼게 한다.     

 

지름길     


목적지를 향한 최단 거리를 가는 것이 항상 옳은 방법은 아니다최단 거리에는 함정이 있기 마련이다그래서 함정을 피하는 법을 알아야 하고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늪지를 돌아가는 우회법도 알아야 비로소 남쪽으로 안전하게 도달할 수가 있다나침반과 그것을 손에 쥔 사람의 지혜가 함께 어우러져야 하는 것이다.(p45)”     


무엇이든 빠른 길이 좋다고 생각했다. 남들보다 배로 노력하면서도 성과가 적으면 무언가 안타깝고 불쌍하단 생각도 했다. 하지만 삶의 길은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인생은 마라톤이며 장기전이다. 당장 눈앞의 결과에 연연하며 조급해하면 쉽게 지쳐서 먼 길을 갈 수 없다. 지름길이, 빠른 길이 반드시 성공은 아니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현명한 이에게 존경받고 어린아이에게 사랑받는 것정직한 비평가에게 찬사를 듣고 친구의 배반을 참는 것아름다운 것을 식별할 줄 알고 다른 사람의 장점을 발견해내는 것건강한 아이를 하나 낳든 작은 정원을 가꾸든 사회 환경을 개선하든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을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 땅에 잠시 머물다 감으로써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p320)”     


이 책의 맨 마지막 장에 있는 랠프 왈도 에머슨의 문구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인용한 저자의 의도가 엿보인다. 진정한 성공이 무엇인가, 왜 우리가 논어를 읽어야 하는가, 논어의 가르침을 통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깨달아야 하는 삶의 진리는 무엇인가. 이 마지막 문구가 모든 것을 대변한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이전글 판덩의 <나는 불안할 때 논어를 읽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