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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Jul 01. 2022

김윤정의 <EBS 당신의 문해력>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읽고 또 읽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 후에야 간신히 파악할 수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명확하게 요지가 보이는 책이 있다. 주제를 알기 어렵게 숨겨 둔 책이 깊이 있어 보일 때도 있겠지만 의도가 명확한 책이 더 오래 생각하게 만들 때도 있다.   

  

이 책은 EBS 기획팀에서 제작한 프로그램을 책으로 출판한 도서다. 책을 읽기 힘들다면 방송으로 보아도 괜찮지만 책을 읽는 편이 설명이 자세해서 개인적으로는 책이 좋았다. 


주제는 명확하다. 문해력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문해력이란 무엇일까.   

  

문맹은 기초적인 읽기 및 쓰기 능력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지만문해력은 기초적인 읽기 및 쓰기를 넘어서서 글을 읽고 의미를 이해하는 능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p20)”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문해력이다. 문맹률이 이렇게 낮은데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설마 많겠어? 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아니다. SNS 등 소셜네트워크가 활발히 사용될수록 짧은 글은 읽고 쓸지 모르지만 긴 글을 읽기 어려워하거나 읽지 않으려 하거나, 혹은 집중해서 읽어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인간은 읽는 뇌를 갖고 태어나지 않으므로 글을 읽으며 뇌의 회로를 바꾸어나감으로써 읽기’ 능력을 습득해야 한다한편으론 읽기 능력을 습득했다 해도 지속적으로 글을 읽지 않으면 관련 뇌 기능이 퇴화해 읽기 능력도 퇴보하게 된다.(p52)”    

 

문자는 읽을 수 있지만 읽지 않으려 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해력이 점차 떨어지게 된다. 문해력의 문제는 성인에게도 문제가 되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는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어릴 때부터 미디어에 쉽게 노출이 되고 자란 세대이기에 그들은 줄글을 통한 이해보다는 빠르고 짧게 보여주는 영상이 더 친숙하다. 말하기처럼 태어날 때부터 타고나는 능력이 아닌 ‘읽는 능력’은, 노력하지 않으면 길러지지 않는다.   

   

문제는 글자를 읽을 수만 있으면 문해력의 문제가 없다고 오해받는다는 점이다. 문맹이 아니므로 문해력이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학과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큰 이유가 설마 문장을 이해하지 못해서, 라고는 상상하지 못한다. 그래서 문해력의 문제는 계속 이어질 수밖에 없다.    

  

독서는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훈련 방법이다.(p38)”    

 

해결책은 간단하다. 문장을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다. 단순히 읽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고 이해하며 스스로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는 이러한 과정이 아이들의 사고력을 확장시키고 비판적 사고력을 향상시킨다. 인터넷에 떠도는 수많은 정보의 바다 속에서 어떤 이야기가 진실이고 믿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도 스스로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나는 이 책을 아이를 양육하는 분에게 더 유용한 책이 아닐까 싶다. 성인의 문해력 문제라면 스스로 노력하면 되지만 아이들의 문제는 스스로 파악하고 해결하기 어렵다.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양육자의 노력 여부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하면 아이들의 문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가. 아동 전문가에 의하면, 영아기 아이들에게 소리 내어 책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하다(p72)”고 한다. 실험의 결과로써, 생후 7개월 무렵부터 꾸준히 책을 읽어준 아이들이 생후 13개월이 됐을 때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훨씬 더 많은 단어를 알고 있었다.(p75)”고 한다. 또한, 저자는 이러한 방법도 제시한다.   

  

영유아기 아이들의 문해력을 발달시킬 수 있는 핵심적인 비결은 말놀이와 소리 내어 읽어주기이다그렇다면 소리 내어 읽어주기는 언제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이에 대한 전문가들의 답은 빠를수록 좋다이다아이가 태어나 목을 가누기 시작하는 100일 무렵부터 안고 읽어주기를 권장한다.(p90)”     


말놀이 방법으로 세 가지를 제시하는데, 첫 번째는 동화책 읽고 그 속에 나온 의성어, 의태어로 말하고 그것이 어떤 사물이나 동물을 나타내는지 맞추기, 두 번째는 ‘스파게티’를 ‘티게파스’라는 식으로 단어 거꾸로 말하기. 세 번째는, ‘간장 공장 공장장은~’과 같은 잰말 놀이가 그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방법이 또 한 가지 있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고할 수 있도록 질문을 하는 것이다.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닌, 꼬리에 꼬리는 무는 대화로 이어질 수 있는 질문일수록 좋다. 즉, 정답이 없어야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 읽기는 양보다 질이 더 중요하다특히 유아기에는 몇 권을 읽어주느냐가 아니라 좋은 책을 어떻게 읽어주느냐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p112)”   

  

독서가 좋다는 것은 알지만 책을 좋아하지 않는 양육자라면 아이들이 책을 읽게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문해력의 정도가 아이의 미래에 얼마나 크게 영향을 미치는가를 이해한다면 많은 재산을 남겨주는 것보다 문해력을 길러주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 기기는 분명 편리하다. 나 자신도 유튜브 등의 영상으로 무언가를 배울 때도 많다. 하지만 편하다는 이유로 편리함에만 의지하다 보면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사라진다. 자동차가 인간을 먼 곳까지 편하게 데려다 주지만 자동차에 지나치게 의존할수록 건강은 멀어진다. 자신의 발로 걷고 뛰고 자전거 페달을 밟는 과정이 불편하지만 인간의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만든다.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그만 편리함에 몸이 기울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만큼은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도서관에서 우연히 참 좋은 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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