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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Oct 17. 2020

책 읽을 때의 나의 습관

책을 읽을 때, 나만의 습관이 있다.

먼저 읽으면서 기억하고 싶은 페이지에 작은 종이조각을 꽂아 둔다. 다 읽고 나면 책 중에 기억하고 싶은 구절이 많을수록 그 종이조각이 꽉 차게 된다. 그럴 때 책을 덮고 나서도 뿌듯하다.

그 다음 단계의 작업은, 그 종이조각을 따라 다시 책을 펼쳐 내가 찾아둔 구절을 워드화하는 작업이다. 밑줄을 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종이가 꽂힌 양쪽 페이지를 전부 훑어보면서 어느 부분에 꽂혀서 종이를 꽂은 것인지 찾아내야 한다. 바로 발견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있어서 결국 양쪽 페이지를 다 보고 내용의 흐름을 생각해야만 한다.

마지막 단계는 정리해 둔 기억에 남기고 싶은 구절들을 전부 다시 읽으며 서평으로 마무리한다.

이 세 단계를 거치고 나면 처음 읽었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주제, 저자의 말투, 의도 등이 보여 내용의 이해가 훨씬 쉬워진다. 처음에는 마음에 안 들었던 책이 마지막 단계에 이르러 돌변하여 매력적으로 보이는 경우도 가끔씩 있다.

그럴 때면 생각한다. 내가 이해력이 부족했던 것뿐이구나. 마치 사람과도 같다. 한 눈에 매력적으로 보이는 사람도 있지만 오랜 시간 곁에 있을 때 그 사람의 참모습을 알고 좋아지는 사람. 책도 그렇다. 한 번에 대충 읽고 그 책의 가치와 무게, 질에 대해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당연히 사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런 생각도 든다. 나는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알고 보면 알지 못한 경우도 많을 수 있다. 안다고 생각하는 그 시점에서 이미 나는 새롭게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놓칠 수도 있다. 

어떤 책이든 사람이든 사물이든 자연이든, 나는 이미 알고 있다는 교만의 마음을 버리고 비움의 자세로 바라본다면 매일 보는 것들에서도 새로움과 경이로움, 아름다움, 삶의 기적을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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