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야마 겐지의 <천년동안에 1>에서 나온 '마음의 바람구멍'이란 단어를 읽은 이후,
내 가슴의 허전함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
가슴의 바람구멍을 메우기 위한 방법을 찾는 과정이 삶인가 생각한다.
사람으로 채워보기도 하고 책으로 채워보기도 하고 이렇게 끼적거림으로 채워보기도 한다.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은 가슴 시림이 찾아올 때면 노트를 펼치고 컴퓨터 한글 파일을 연다. 그 속에 가슴의 바람구멍을 메울 수 있는 것들을 쏟아내고 나면 숨 막힘이 잦아들고 호흡이 차분해 진다.
나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끊지 못하고 있다.
아마 내가 나로 있을 수 있는 시간, 공간이 되기에 멈추지 못하는 듯하다,
라고 결론을 내렸다.
나도 알지 못했던 내면의 나를 만났다.
내가 나 그대로 있어도 되는 시간이기에 이성적이 되지 못한다.
비이성적인 것을 알면서도 시간과 함께 그것마저 익숙해지려 한다.
익숙해짐은 역시 잔인하다.
잔인하게도 익숙해져야 될 것과 익숙해지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듯하다.
나 자신도 알지 못하는 감정의 이름을 책을 통해, 혹은 다른 차원에서
알게 되면 그 감정은 그 이름의 틀 안에 들어가 버린다.
마치 처음부터 그 이름이었던 듯 고정된다.
마음의 바람구멍.
겨울과 어울리는 단어인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