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정 Oct 17. 2020

마음에 세 놓은 책들

예전에 읽은 건축가가 쓴 책 속에 “마음에 세 놓다”란 표현이 있었다.

오늘 서평을 마치고 문득 한참 전에 읽은 그 책속 그 표현이 떠올랐다.


내 마음에는 세 놓은 책들이 있다. 나랑 얘기하는 사람들은 아마 나를 참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마음 속 세 놓은 책들 덕분에 내 대화에는 어김 없이 그 책들이 등장한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닌데 나도 모르게 얘기하다 보면 “며칠 전에 읽은 책인데...” 하며 말을 꺼내게 된다.

참 재미없는 사람, 뭐든 책에서 배운 사람이라고 생각하겠구나 하면서도 마음에 세 놓은 그 책들의 자리가 너무 큰 탓인지 멈추어지지 않는다.


책보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사람을 만나는 횟수보다는 읽은 책의 수가 더 많은 탓일까. 아니면 사람보다는 책과 더 마음을 마음껏 열고 대화할 수 있는 탓일까. 마음에는 사람보다는 책에 세 놓은 게 더 많은 듯 싶다.


아직은 모든 책들의 방은 월세다. 좋아하는 책이 너무 많고 또 금방 또 다른 책과 사랑에 빠지기 때문에 한 권의 책에 전세로도 내 주지는 못하게 된다.

이렇게 쓰고 보니 영원히 내 마음 속에 세 놓은 책 한 두 권 쯤은 가지고 싶단 생각도 든다. 


"마음에 세 놓다"는 표현을 쓴 그 건축가 작가의 표현, 아무리 생각해도 참 맛있는 표현이다. 마음에 든다. 

작가의 이전글 삶의 의미,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