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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Oct 17. 2020

내 책꽃이에서 떠날 수 없는 책

점점 책이 늘어나면서 책꽂이가 늘어났다.

책상과 가장 가까운 책꽃이에는 가장 아끼는 책을 꽂아 둔다. 그곳에 들어올 수 있는 책들은 매우 한정적이다. 무언가를 소유하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정말 가지고 싶은 책이 아닌 이상은 도서관에서 빌려보는 나로서, 책을 구입하고 그 책이 심지어 책상 가장 가까운 책꽂이에 들어올 확률은 정말 낮다. 세상 물정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압구정 한복판의 빌딩자리만큼 비싼 자리라고 말하면 적당할까.


그 자리에 당당하게 들어온 책 몇 권이 있다.

두 번 이상 읽고 싶어 구입한 책, 처음으로 저자에게 사인 받은 책, 첫사랑 아이가 준 책, 친구나 지도교수님 등 지인의 편지가 담긴 책, 내가 처음 번역한 책. 나의 글이 들어간 책. 

두 번 이상 읽고 싶어 구입한 책은, 아마 차차 책상 근처 책꽂이에서 조금씩 멀어질 것이다. 소중하지 않은 게 아니라 그 책에는 추억이 없기 때문이다. 책은 책 그 자체로도 충분히 소중하고 가치있고 가슴에 남지만 그것만으로 '영원'을 부여하기엔 무언가 부족하다. 

그 한 권의 책을 둘러싼 많은 추억들이 있을 때, 그 책은 진정 의미를 갖는다.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얘기를 나누었던 기억이 담긴 책은 도저히 저 멀리로 유배보낼 수 없다. 나 한 사람을 위한 글이 담긴 책은, 비록 취향이 맞지 않아 읽지 못했을지라도 도저히 헌 책방에 팔 수 없으며 저 먼 책꽂이로 보낼 수도 없다. 

책이 생명을 부여받기 위해서는 책 혼자만으로는 역시 부족한가 싶다.


이렇게 끼적이며 책상 가장 가까운 명당 책꽂이 속 책을 바라본다. 

기분이 좋다. 책의 제목만을 보아도 기분이 좋아진다. 한 권 한 권에는 그 책을 함께 나눈 사람들과의 시간이 담겨 있어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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