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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Oct 17. 2020

<지상에서의 첫 번째 사랑 - 아담과 이브의 일기>

<지상에서의 첫 번째 사랑 - 아담과 이브의 일기> 마크 트웨인,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 등으로 유명한 마크 트웨인의 책이다.

1998년 출판된, 거의 20년 전의 책. 도서관의 장점이야 수없이 많지만 이렇게 오래 전 책을 우연히 만날 수 있다는 점을 최고의 이유로 뽑고 싶다. 절판되어 더 이상 구하지 못하는 책을 아무렇지 않게 만날 수 있다니..


읽은 책의 목록에 2015년, 2014년, 혹은 2000년대 책들로 뒤덮여 있을 때, 문득 이대로 괜찮은가 싶다. 편식하고 있는 느낌이랄까. 광고에 현혹되어 책을 읽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지상에서의 첫 번째 사랑. 이 책과 동시에 니컬러스 에플리의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 두 책을 겹쳐놓고 보니 참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아담과 이브 각각의 눈에서 서로에 대해 쓴 일기. 아담도 이브도 서로의 마음을 눈으로 보이는 행동을 통해 ‘안다고’ 생각한다. 눈으로 보이는 것으로 해석하며 그것이 ‘옳다’고 믿는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일기를 제 3자가 되어 보는 나와 같은 독자는 안다. 서로 다른 그림이라는 것을.

<마음을 읽는다는 착각> 이 책의 중심 내용도 그렇다. 우리는 상대의 마음을 읽는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라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 연인이나 부부, 가족일수록 그 착각이 크다고 말한다. 실제로 모르는 타인보다야 아는 것은 사실이지만 스스로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알고 있지 않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타인은커녕 우리 자신의 마음을 과연 알 수는 있는 것일까.

언젠가부터 깊이 느끼고 있는 게 있다. 내 마음이 내 것이 아니다라는 것을.

내 감정이나 내 마음은, 당연히 나의 것인줄 알았다. 그래서 그것들의 이름도 내가 부여할 수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내가 알 수 있는 것은 '내가 나를 모른다'는 사실뿐이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을 알지 못하기에, 알고 싶기에 책을 읽고, 서평을 쓰고, 일기를 쓴다. 그렇게 내 마음의 증상들을 하나씩 살펴가며 마음의 모양을 알아가고 있다.


정여울 작가가 그녀의 책에서 ‘언어로 생각하지 않기’라는 개념을 언급한다. 요즘 품고 있는 표현이다. 이 표현과 '나는 나를 모른다'는 마음이 만났다.

세상에 대한 시선, 그리고 내 감정에 대해, 그리고 타인에 대해 언어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어떤 언어로 머릿속에서 생각하는 순간, 눈앞의 사실은 일부의 사실만을 담은 혹은 왜곡되는 사실로 남게 된다.


서평을 쓰고 나서도 내가 쓴 서평이 그 책의 전부는 아님에도 내가 그렇게 씀으로써 그 책은 내가 쓴 서평의 책이 되어 버린다. 많은 것들을 전부 담을 수 없다는 것. 내가 쓸 수 있고 볼 수 있는 것은 지극히 아주 작은 일부라는 것. 그 작은 일부로 전체를 안다고 착각해선 안 된다는 것.

그런 생각들을 한다. 요즘.


첫번째 사랑이라면, 두 번째, 세번째... 사랑이 있을까, 란 생각이 든다.

지상에서의 처음 사랑. 처음이란 단어는 '마지막'과 짝꿍이니까, 이 책의 제목을 <지상에서의 처음 사랑>이라고 마음대로 바꾸어 본다.

처음이란 단어는 언제나 설레게 만든다.

사랑하는 것에는, '처음'이란 단어를 주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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