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을 읽고 그 속에서 그 작가의 모습을 찾아낸다. 커튼 아래로 삐져 나온 발, 쇼파 옆에 드리워진 그림자, 불룩해진 이불의 등, 곳곳에 있는 작가의 흔적을 찾아본다.
여러 사람이 한 권의 같은 책을 읽고 각자의 서평을 나누는 행위. 이는 각자가 찾아낸 작가의 흔적을 맞추어보는 게 아닐까란 생각을 했다.
나에게 있어 서평도 어쩌면 그와 닮아 있다.
서평 속에 슬그머니 나의 이야기를 집어 넣는다. 누구나가 찾을 수 있도록 한 가운데 놔 두기도 하지만 아무도 모르게, 그러나 눈이 좋은 사람에게만은 보일 수 있게 놔누기도 한다.
아이러니 한 일이다. 절대로 발견되지 않기를 바란다면 상자 안에 넣어 장롱 깊숙이 넣어두면 될 것을 누군가에게 발견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슬쩍 허술하게 놓아두고 만다.
무언가를 끼적이는 모두에게는 이런 마음이 있지 않을까 싶다. 눈이 좋은 한 사람에게만은 보이는 어떤 모습. 숨기고 싶었던 모습이지만, 눈이 좋은 누군가는 알아봐주고, 발견해주고, 손을 잡아 밖으로 이끌어 주길 바라는 마음.
그런 눈이 좋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마음.
나는 비록 숨기고 싶었던 그림자이지만 그 그림자마저 인정해주고 괜찮다고 밝음으로 이끌어주는 손길을 기대한다. 그렇게 나의 습한 어둠이, 습한 그림자가 햇볕을 보게 되길 원하는 기대이다.
나 또한 한 권의 책의 눈이 밝은 독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누군가 나의 글에서 나의 숨박꼭질을 찾아내어주길 바란다.
그러한 마음으로 오늘도 책을 펼치고, 오늘도 무언가를 끼적이고 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