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줍다’라는 말을 알려는 그녀

by 유정

서평을 쓰기 위해, 책속에서 모아둔 구절들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책의 구절들을 마치 사용설명서를 읽듯 하나하나 머릿속에서 그림을 그려본다.

‘턱을 괴고..’라는 문장에서, 문장의 호흡 그대로를 따라가며 실제로 턱을 괴어 본다.

‘좋아하게 된’ 작가의 책의 서평을 쓰는 만큼, ‘좋아하게 되었다’는 내 감정에 걸맞는 서평을 쓰고 싶다. 이 좋아함이 언젠가 ‘사랑하는’으로 바뀔 수 있는 만큼, 조금 더 좋아하는 ‘티’를 내고 싶다.

하얀 종이 위에 옮겨진 작가의 글. 책속에서 내 하얀 종이로 이사 왔으니 이제 이 문장들은 ‘내 것’인 것만 같다. 그 문장들을 쓴 건 작가지만 그 중 내 종이 위로 건너온, 내 마음을 훔친 문장들은, 이제 나의 것들이라고 고집부리고 싶어진다.


‘말을 줍다’라는 말을 알려준 그녀. 그녀의 글.

나는 그녀의 글에서 ‘말을 줍다’라는 표현을 읽은 이후, 그녀의 글에서 '말을 줍는다'. 그녀에게 배운 그 표현 그대로, 또 다른 책에서 말을 줍는다. 그렇게 나는 ‘나를 수집한다’. 이 말 또한 그녀가 알려준 말이다.


책상에 앉기 전 커피를 들고 오며 생각했다.

1,000권의 책을 읽으면 세상이 달라보인다는 어느 책의 말을 만난 후, 1,000권을 향해 달리고 있다. 책의 권수와 제목을 적기 시작한 2007년 이후 오늘까지 읽은 책은 약 600권이 못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목표의 절반쯤에 이른 지금, 나는 얼마나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게 되었을까.

문득 커피를 들고 방으로 걸어가는 그 짧은 시간에 나에게 물어본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게 될 작가'의 책 속의 이 말이 떠오른다.

‘말을 줍다’

나는 '말을 줍게 되었다'고 나에게 대답해 본다.

1,000권을 읽고 난 후, 나는 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

지금은 그저 지금 사랑에 빠진 작가가 남긴 흔적을 따라가고 있다. 그녀가 문장 안에 살았다고 하기에, 나도 그녀의 문장 안에 잠시 나의 거처를 놔두고 싶어진다. 내가 있어도 된다고 허락해준 그녀의 문장 안에.

역시, 서평은 쓰지 못하겠다.

'좋아하는' 작가의 책인만큼, '좋아한다'는 마음에 걸맞는 서평을 쓰고 싶다.

내 안의 타자가 된 그녀의 책에 대해 나만의 사랑 표현을 하고 싶다.

이전 13화글쓰기는 숨박꼭질을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