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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Oct 17. 2020

행복이란

여전히 소화되지 못했기에 서평을 쓰지 못한 책, <스토너>.

책 중에 이런 대화가 나온다. 알코올 중독이 되어 술을 끊지 못하는 딸에게 아버지 스토너는 묻는다, "행복하니?"라고. 딸은 대답한다. "행복한 것 같다고."

처음 그 부분을 읽었을 때는, 온갖 삶의 무게로 행복이라는 단어와 어울리지 않는 그녀가 '행복하다'고 말하는 게 오히려 애처롭게 느껴졌다. 행복하고 싶다는 처절한 몸부림, 혹은 어쩌면 그녀는 행복이란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도 했다.

하지만 오늘 문득, 행복이란 그런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행복이란 감정은, 정적 속에 울리는 피아노의 한 '음'과 같다.

조용한 정적에 한 번 울리는 ‘도’음 혹은 ‘솔’음. 아주 짧은 순간이고 점점 그 소리는 잦아들어가지만 그 여운은 계속해서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그 소리는 나의 체온으로 이어진다.

<스토너>의 그 딸도, 나는 책 속에서 읽어내지 못했지만, 일생에 몇 번 울린 그 한 '음'들로 인해 느닺없이 '행복하니?'라고 질문을 받았을 때, 주저함없이 '행복한 것 같아'라고 말하게 된 것은 아닐까란 생각을 해 본다.

행복도 그런 게 아닌가 싶다. 매일, 24시간, 매 초 행복하다면 행복한지, 그 행복이 감사한 일인지조차도 모를 게다. 차가운 공기를 뚫고 나가는 내 호흡의 하얀 그림자처럼 덧없이 사라지는 듯 보이는 순간이, 다시 나에게로 들어와 나를 데워주는 것, 그런 사소한 것들이 행복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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