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의 <마음사전>이란 책을 연이어 세 번째 읽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이렇게 한 권의 책을, 도돌임표 앞에 선 듯 반복해서 연이어 읽었던 적이 있을까.
그녀가 자신의 언어마다 설명을 달고 주석을 달듯 나의 언어에 나도 설명을 달고 주석을 달고 싶어진다.
이 기록은, 한 아이의 친절에 대한 기록이다.
그 아이가 보여준 그 아이만의 친절에 대한 나의 '기억하기 위한 기록'이다.
나란히 앉은 선생님의 뱃속에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방안에서 계속 울려퍼질 때.
못들은 척하기 수법이 더이상 통하지 않게 되었을 때, 부끄러워진 내가 자수하고 말았을 때 지극히 당연한 생리적인 현상인데요 뭘, 이라고 자뭇 어른스런 말로도 더 이상 이 상황이 해결되지 않았을 때. 그때 아이만의 친절함은 이렇게 빼꼼히 삐져나온다.
"혼자 치킨 먹으면 맛없어서 그런데 같이 드시고 갈래요?"라고.
옆에서 채점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자연스럽게 몸을 반대편으로 돌리는 아이. 쪽지 시험을 볼 때, 답이 보이는 부분이 펼쳐진 책이 있으면 슬그머니 고개를 푹 숙이고 시험지만 바라보는 아이.
내 손이 차가우면 자기 볼이 뜨거워서 그렇다면 내 손을 꼭 쥐고 볼에 대며 그 시원함이 좋아서라고 말해주는 아이.
'친절하다, 배려한다, 따듯하다'라는 단어들이 채워야할 빈 페이지의 사전이 있다면,
나는 어제 아이가 보여주었던 그 모습으로 이 부분을 채우고 싶다.
이 아이만의 친절함, 따듯함에 나는 늘 행복의 옷을 하나씩 덧입고 돌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