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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Oct 17. 2020

괜찮다. 취향을 바꿔버리면 그만이니까

“옥상에 말리려고 널어놓은 젖은 수건을

 그만 두고 오는 바람에 며칠째 수건이 없다.

 필요한 것인데도 돈을 아끼려 5일가량

 버티고 비티다가 결국 사고 보니

 이건 수건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행주에 가깝단 생각이 든다. 아니 행주다.

 괜찮다. 취향을 바꿔버리면 그만이니까.”


이병률의 <끌림>(달, 2011)중에서...


여행을 통해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을 글로 품는 작가, 이병률.

자신이 생각하던 수건이 아닌, 행주와 같은 수건을 사게 된 그는,

새로운 수건을 사는 게 아니라 ‘취향을 바꿔버리면 그만’이라고 말한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아마도 새로운 수건을 사고 마는 사람이었을 게다.

여행을 떠나야 하는 이유를 알지 못해 여행을 떠나지 않는 사람.

나의 여행은 사람들 속의 여행이다.

한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이라는 여행지를 여행하며

‘수건을 바꾸던 나’가, ‘취향을 바꾸는 나’로 바뀌며

모난 곳을 동글동글하게 하려 함을 느낀다.

'내가 알던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라면서.

한 사람이라는 여행지를 통해 조금씩 나의 고집을 꺾고, ‘절대’를 내려놓고 있다.

사람들 속의 여행이 끝나면 언젠가는 나도 떠나고 싶은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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