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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Oct 17. 2020

책방 주인,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류시화의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오래된미래, 2005)과

레지 드 사 모레이라의 <책방 주인>(예담, 2014)이 하나로 연결되었다.

류시화  시인은 위의 시집 말미에서 이렇게 말한다.

"나는 생의 많은 시간들을 먼 지역을 여행하며 보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행복한 여행은 시의 세계로의 여행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곳에서는 내가 현실에서 느끼는 낯설음, 내가 태어난 나라에서조차 갖는 이방인 같은 느낌들이 필요 없었다. 그 대신 오히려 내가 살아가고 있는 삶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p146)

현실에서 느낀 낯설음과 이방인의 느낌. 이 느낌을 벗어날 수 있게 했던 그곳은 류시화 시인에게는 바로 '시'였다. 시의 세계에 있을 때 그는 이방인이 아니었고 낯선 존재도 아니었으며, 자신의 삶을 부정당하지도 않았다.

<책방 주인>의 주인공 책방 주인에게 있어 책방, 그리고 책의 세계는 류시화 시인의 시의 세계와 같은 곳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 문득 든다.

친구들에게 놀림받지 않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지 않아도 되는 공간. 조금 비뚤어진 자신 그대로 있어도 되는 공간. 자신의 자리가 있는 공간.

내가 있어도 되는 곳.

내가 있어야 하는 곳.

내가 이방인이 되지 않는 곳.

그곳이, 책방 주인에게는 책방이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이방인의 마음으로 하루를 견디는 그들에게 시, 책, 그리고 책방은

삶을 '견디게' 하는 공간이었을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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