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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Oct 17. 2020

연휴 끝자락의 <한눈팔기>

연휴 끝자락의 도시는 조금 황량하다.

봄을 기대하게 만드는 기분 좋은 찬 바람을 맞으며 친구와 한참을 걷고 이야기하고 걸었다. 그 거리에 그녀와 나의 삶의 이야기를 흩뿌렸고 책 이야기를 흩뿌렸고나쓰메 소세키의 <한눈팔기>를 흩뿌렸다.

소세키의 <한눈팔기>에 대한 서평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에는 실패했다.

그저 이 연휴 끝자락이라는 시기와, 그 책이 나에게 질문만을 남긴다.

부부란 무엇일까.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이란 무엇일까에 대해서는 참 오래전부터 생각하곤 한다.

상처를 주고받기 위해 만난 존재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으르렁거리고 다투다가도 어느 순간엔 나의 편이 되는 사람들.

경험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는 말, 참 싫어한다.

싫지만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만나곤 한다.

부부도 나에겐 그런 것이다.

연인일 때의 사랑이 아닌 또 다른 종류의 사랑. 그건 나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이다.

나쓰메 소세키의 <한눈팔기>에서, 주인공 겐조와 그의 아내의 불화에 관한 이야기는 책의 반 이상, 아니 전체를 거듭해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아내의 발작적인 병 앞에서 불안해하고 혹시라도 잠들어 있던 아내가 눈을 뜨지 않을까봐 조마조마해 한다. 반면 아내와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는 평행선을 그리기만 한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다.

분하다는 생각도 든다. 아무리해도 나는 그것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그 이해할 수 없음이 이 책의 서평을 포기하게 하고 미루게 하고 마는지도 모르겠다.

나쓰메 소세키가 인생에서 가장 불행하고 비참하던 시절을 그대로 담은, 그의 유일한 자전적인 소설 <한눈팔기>. 그의 일생을 고스란히 담은 소설이며 내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기에 이 책이 주는 껄끄러움을 내치지도 못하고 비판하지도 못하고 불편하게 끌어안고 있는 내가 있다.

몇 십년을 남으로 살아온 사람과 가족이 된다는 것. 한 사람의 아내가 되고 남편이 되고 한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 그렇게 다시 가족을 만들고 부딪히고 상처 받고 치유하며 삶이라는 여정을 계속해 나가는 것.

혼자 산다는 것이 편할지는 모르지만, 삶이 주는 다양한 삶의 색깔과 다양한 감정과 다양한 '나'를 만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하는 것이기도 하다.

한 번 뿐인 인생, 온실 속에 나를 가두며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안절부절하기 보다는, 삶의 다양한 색깔과 감정과 맛, 그리고 그러한 환경 속에서 내보이는 나의 다양한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한 번 뿐인 인생이니까.

마지막 순간, 나를 최대한 사용하여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되었을 때, 더 이상 미련이 없게 되었을 때, 그때가 나의 마지막이 되었음 좋겠다.

충분한 사랑한 것들은 떠나보낼 수 있다.

충분히 사랑했기에 떠나보내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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