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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 Oct 17. 2020

이중섭,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또한 그리운 것

이중섭의 작품과 일생을, 그의 삶의 흔적을 따라가며 글로 담은 책, <이중섭, 떠돌이 소의 꿈>을 읽고 있다. 화가의 삶이 담긴 책을 보며 몇 번이나 주르륵 울고 말았다. 분명 울리기 위해 쓴 책이 아닌 데도 말이다. 그가 쓴 좁디좁은 방에 적혀 있던 시의 한 구절에 버티고 있던 눈물이 다시 흐른다. "삶은 외롭고 서글프고 또한 그리운 것"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리게 되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는 않다. 책을 읽고 난 후 정말 좋다는 감정을 갖게 하는 책도 그렇게 많지는 않다. 작품성과는 무관하다. 굉장히 잘 짜여진 구성이란 생각이 들고 신선한 주제라는 생각이 들어도 마음이 '좋다'는 감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오히려 내가 나에게 묻고 만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그 작품과 이 작품의 차이가 뭐길래 이 책에는 내가 마음을 주지 않는 것일까, 라고. 사람이라면 이해가 된다. 아무리 멋지고 잘 생기고 누구나가 호감 가는 인상일지라도 그것이 곧 나의 이상형은 아닌 경우도 많다. 책에도 그런 식의 궁합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일까. 나의 눈에만 멋지게 보이는 그런 궁합 말이다.

"저 해바라기는 꼭 가짜 같아"

텔레비전 속, 정원에 활짝 핀 해바라기를 보며 언니가 말했다. 유일하게 언니가 좋아하는 꽃은 해바라기다. 해바라기의 밝음이 좋다고 말한다. 어느 날 텔레비전에는 귀농한 부부의 정원이 나왔다. 온갖 예쁜 꽃들이 화려하게 피어 있었고 그 중에는 언니가 좋아하는 해바라기가 명패처럼 집 한 가운데 심어져 있었다. 그 해바라기를 보며 언니는 가짜 같다고 말했다. 누가 봐도 진짜들에 둘러 싸여 있는데도 말이다. 사실 그 해바라기는 가짜였다. 해바라기를 좋아하는 언니의 눈에는, 텔레비젼 화면 넘어에서조차 그게 구별이 되는가 싶어 놀랐다.

좋아하는 마음이 있기에, 그렇게 속기에 딱 좋은 상황에 있음에도, 언니의 눈에는 진짜와 가짜가 보이는 지도 모른다.


책 속의 어떤 진실과 거짓. 한 사람의 일생의 거짓과 진실. 당신의 거짓과 진실. 나의 거짓과 진실. 우리의 거짓과 진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진실일까. 아니면 진실 같은 거짓일까.

한 권의 책에, 한 사람의 일생에, 마음이 흔들리고 생각하고 품고 만다. 그 안의 무엇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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