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이 부족한 거겠지

by 유정

# 철학이 부족한 거겠지


“나의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을 하긴 하지만 아직은 뭔가가 부족한 것 같아. 그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는 모르겠어. 깊이라고 해야 할까, 세상을 보는 눈이라고 해야 할까. 그런 무언가가 부족한 것 같아. 그래서 난 내 말을 하기 위해 책이 필요해. 나에게 서평은, 내 말을 하기 위해 그 책이 필요한 것뿐인 듯한. 그런 느낌이 들어. 그래서 극단적으로 말하면 반드시 그 책이 아니어도 상관없는 거야. 그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가장 잘 담을 수 있는 책이면 되는 거. 나 혼자는 할 수 없는 말들을 어떤 책을 통해, 그 책에 기대어서 내 말을 하는 거지.”


나의 이런 말에 너는 이렇게 말했다.


“철학. 철학이 부족한 것이겠지.”


그렇다. 너의 말에 오랫동안 찾았던 분실물을 드디어 만난 것 같았다. 그렇다. 혼자 나만의 글을 쓰기에는 철학이 부족하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고 만지고 그리고 그것을 글로 담기 위해서는 나에게는 철학이 필요하다.



# 하늘처럼 너를 사랑하고 싶다


집에 오는 길이나 잠깐이라도 길을 걸을 수 있게 되면 습관적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그곳에는 언제나 처음 만난 하늘이 있고 구름이 있다. 요즘은 유난히 구름의 이동이 빨라서 순간순간 구름의 모양이 변해 있다. 그 모양도 다양하다. 어떤 날은 공룡도 보이고 하트도 보이고 도너츠도 보인다. 오늘은 산을 보기도 했다. 그 매력에 매번 나도 모르게 ‘너무 예쁘다’는 혼잣말을 내뱉고 만다.

그리고 매번 이런 생각을 한다. 지금 내가 구름을 바라보듯, 사람들을, 친구를, 당신을, 사랑하고 싶다고. 아니 그래야 한다고. 매 순간 변화하는 하늘을 대하듯 당신들을 대하고 싶단 생각을 한다. 매일 새로 만나는 당신. 그렇게 사람들을 대할 때 비로소 내가 가진 관계의 문제, 한 가지는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르겠단 생각을 하고 있다.



# 안아주다


누군가에게 나는 굉장히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고집스럽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사람이며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밝고 적극적인 사람이 된다.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 나는 나의 이중성을 느낀다. 누군가에게는 고집스럽고 무뚝뚝하며 이해심 없는 사람인데 이렇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이어도 되는 걸까라는 의문이 빠진다.


오늘 한 사람과 이별했다. 이별이 아닐지도 모르는 이별이지만 공간 속에서의 이별이다. 마지막 인사를 나누며 나도 모르게 어쩌면 그녀도 모르게 안아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까지 그녀를 배웅하며 다시 한 번 안아주었다. 영원한 이별이 될지 아닐지 모르는 미묘한 경계에 서서. 그리고 돌아서서 내 자리로 돌아오며 생각했다. 이 순간, 나는 그녀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좋은 사람이 아닌 순간들을 나는 알기에 이런 순간, 나는 내 이중성에 나도 모르게 멈칫하게 된다. 좋은 사람으로 보여도 되는 것일까, 라고.



# 문학하는 의자


여행 중 어느 ‘문화관’에서 만난 ‘문학하는 의자’. 이름이 반가워서 평소 잘 찍지 않는 사진이지만 살포시 앉아 사진을 찍어 두었다. 여행하는 동안에도,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도 내 머릿속에서는 그 단어가 떠나지 않는다. 문학하는 의자. 그 의자가 가지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반드시 그 의자는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나의 의자에 ‘문학하는 의자’라는 이름표를 달아 주면 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했다.


그러나 하늘의 구름을 보며 결국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욕심이구나, 라고. 하늘도 구름도 바람도 모두 내 것이 아니다. 나의 구름이 아니기에 나만 보고 싶다고 꽁꽁 숨겨두지도 않거니와 남이 함께 본다고 화내지도 않고 나보다 누군가가 더 많이 본다고 질투하지도 않는다. 하늘은 나에게 있어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존재' 그 자체다. 있는 그대로 존재한다.


문학하는 의자도 소유해서는 안 된다. 내가 앉는 그곳, 그곳이 시멘트 바닥이든 버스 의자든 그곳에서 하늘을 보고 생각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있다면 바로 그곳이 문학하는 의자가 된다. 물욕은 별로 없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형태적인 물건에 대한 욕심만 적을 뿐 나는 어쩌면 더 크고 많은 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욕심쟁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당신의 마음 또한 나 혼자 가지고 싶단 생각에 결국 나는 모든 마음들을 놓아 버리곤 했다. 욕심과 소유욕으로 인해 존재를 존재 그대로 보지 못했다.


너무나 쓰고 싶지만 쓰지 못하는 몇 권의 서평. 그 서평을 쓰지 못하는 것 또한 아마 이런 욕심들로 인해 쓰지 못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알면서도 이 욕심들 앞에서 아직도 무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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