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쿠룩쿠필즈의 자연과 공생하며 사는 모습이란
#일본 #그린즈 #자연 #공생
(원본 링크 : https://greenz.jp/2021/07/29/kurkku_fields_sunnyside/ )
본문 게시일 : 2021.07.29
*KRUKKU 는 핀란드어로 '오이'라는 뜻입니다.
'공생과 조화'는 어떻게 하면 이루어질까?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그린즈'와 '주식회사 써니사이드'는 '공생과 조화를 돌아보는 여행'을 떠났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쿠룩쿠필즈 (KURKKU FIELDS)' . 2019년, 치바현 기사라즈시에 오픈한 복합 시설로, 무려 9만평이나 되는 넓은 부지에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광장과 밭, 양계장, 낙농시설, 치즈 공방, 다이닝 레스토랑 등이 있어 지속 가능한 미래의 생활방식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공생과 조화'라고 하는 테마는 듣기 좋은 것만큼, 비전이나 매력에 대한 느낌은 전해집니다. 다만 SUNNY SIDE FILEDS 를 오픈 예정인 써니사이드를 비롯해서 실제로 '공생과 조화'를 실천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건 '실제로 해보니까 어때?' 라고 하는, 좀 더 현실에 가까운 지혜입니다.
즉,
공생과 조화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방법을 실천하고 있는가?
실현하기 위해서 넘어야하는 허들은 무엇인가?
허들을 넘어서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등등, 많은 궁금증을 가지고 그린즈와 써니사이드 멤버는 쿠룩쿠 필즈를 방문했습니다.
도심에서 출발해 도쿄와 치바를 잇는 아쿠아라인을 지나 차로 약 70분. '기사라즈'라고 하면 도쿄만에 인접해있는 공업 지대의 인식이 강했던 저에게, 기사라즈 북쪽 나들목에서 내려 조금 더 들어간 곳에 아주 녹음이 풍부한 자연이 펼쳐져있다는 것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해안에서 내륙으로 차를 몰아 숲속 오솔길을 따라가다 보면 눈앞에 탁 트인 곳이 나타납니다.
이곳이 바로 쿠룩쿠 필즈. 언덕에 둘러싸인 곳에 농장이나 예술작품, 건물 등이 있고 그 사이를 기분 좋은 바람이 지나가는 공간. 나도 모르게 무심코 심호흡을 하게 되는 상쾌한 곳입니다.
"어서오세요! 비가 개어서 다행이네요."
웃는 얼굴로 맞아준 것은 고바야시 마리 씨. 마리 씨는 쿠룩쿠 필즈에서 사육하고 있는 브라운스위스 품종의 소에게서 나온 우유와 직접 기른 닭이 낳은 달걀을 사용한 시폰 케이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바로 마리 씨에게, 쿠룩쿠 필즈의 안내를 부탁해보았습니다.
마리 씨 : 쿠룩쿠 필즈는 약 9만평의 부지를 이용하고 있고. <FARM>, <EAT>, <ART>, <PLAY & STAY>, <NATURE>, <ENERGY> 이렇게 6개의 카테고리로 나뉘어져 있답니다.
<FARM>으로서는, 유기 농업을 하고 있는 2만평의 밭이나, '먹을 수 있는(edible) 정원'을 의미하는 <에디블 가든>이 있어서 허브나 채소, 식용 꽃 등 약 50종류의 작물 파종이나 수확 체험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소를 키우는 낙농시설과 노지에서 키우는 양계장도 있습니다.
<FARM>에서 자란 자연의 혜택을 직접 먹을 수 있는 곳이 <EAT>. 농장의 작물을 사용한 요리를 선보이는 다이닝에서는, 직접 착유한 우유와 양계장의 달걀을 사용한 부드러운 시폰 케이크를 즐길 수 있는 <시폰>. 천연 효모를 사용한 빵을 즐길 수 있는 <베이커리>, 인근에서 부득이하게 잡혀버린 멧돼지나, 사슴 등을 가공하여 소시지 및 베이컨 등으로 만드는 <샤퀴트리>가 있습니다.
<ART>의 활동으로는, 부지 안에서 눈길을 사로잡는 쿠사마 야오이 작품 외에도 카미유 앙로, 파블리스 이베르 등 유명 아티스트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습니다.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주위의 정원과 묘하게 잘 어울리는 모습입니다.
또한, <PLAY&STAY> 에서는 계절마다 액티비티나 워크숍 등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있다는 것도 쿠룩쿠 필즈의 특징입니다. <크리에이티브 파크>에서는 마음껏 뛰어다니고 뒹굴고 잠을 자도 됩니다. 최대 3,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뮤직 베이스>가 중심이 되는 이 곳에서는, 음악 관련 행사가 열리기도 합니다.
게다가 숙박이 가능한 <타이니 하우스 빌리지> 에서는 바베큐도 즐길 수 있고 또한 야외 학습이나 기업 연수 등 대규모 활동도 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쿠룩쿠 필즈를 이야기하면 빼트릴 수 없는 것이 <NATURE>. 쿠룩쿠 필즈에서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는 중요한 장소로서 '모성의 연못'이라는 의미로 이름을 붙인 연못 <마더 파운드>나, 1,500그루의 나무를 심어서 조성한 <야생의 숲> 등, 생생하게 살아있는 풍부한 생태계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ENERGY>. 쿠룩쿠 필즈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어내는 태양 발전 시스템 <솔라팜>이나, 낙농 시설과 양계장에서 나온 배설물을 퇴비로 만드는 <퇴비사>, 배수 정화 시스템 <바이오 지오 필터> 등, 여러가지 에너지와 자원을 순환시키는 구조가 있습니다.
쿠룩쿠 필즈의 부지를 걸으면서, '지속가능한 생활이란 이렇게 기분 좋은 것인가!' 하고 감동했습니다. 가능하다면 계속 이곳에 있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쿠룩쿠 필즈는, 지속가능한 삶의 뱅식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이미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는 아직도 개발 중이라 제 1기 오픈 형태로 하고 있어서,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고 하여 놀라웠습니다.
'아직 해야할 일이 많고, 많은 사람이 와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무료로 개방하고 있습니다' 라고 마리 씨는 말합니다. 이 정도의 부지를 운영하려면 운영 비용이 만만치 않을텐데, 그래도 무료로 하고 있다는 건 뭔가 쿠룩쿠 필즈 만의 생각이 있을 것 같습니다.
마리 씨 :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션 중에 하나로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의 진정한 가치를 여러 가지 매력으로 전환하여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곳에 오셔서, '공기가 깨끗하다' 라거나 '케이크가 맛있다' 라거나, '자연이 정말 예쁘다' 라고 느끼게 해주고 싶어요. 그리고 그 상쾌한 경험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 라이프 스타일에 흥미를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늘었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그렇군요. 쿠룩쿠 필즈를 단순한 '레저 시설'이라고 생각하면 안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느낀 '좋은 기분'의 너머에는,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라는 쿠룩쿠 필즈의 미션이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쿠룩쿠 필즈는 단순히 공간을 넘어, '9만평이나 되는 대지를 활용한 미디어'라는 이야기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한다'라는 미션은, 쿠룩쿠 필즈의 종합 프로듀서이자 뮤지션인 고바야시 타케시 씨의 상상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여기서 쿠룩쿠 필즈의 이력을 간략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음악 프로듀서로서 활약하고 있던 고바야시 타케시 씨는 2001년 있었던 테러 사건을 계기로 (9.11 테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스스로 만들어가기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물음에 대한 답으로서, 자연 에너지나 환경 보전 프로젝트에 마이크로 파이낸스 사업을 전개하는 비영리 단체 <ap bank>를 2003년부터 시작했고 2005년에는 <ab bank fes>라는 음악 페스티벌까지 시작한 것은, 아마 아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ap bank fes>는 지속 가능성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노력이었습니다. 그런 활동을 계속해나가는 가운데, 고바야시 씨는 '쾌적하고 환경에 좋은 미래를 위한 삶'으로의 전환을 제안하는 <kurkku(쿠룩쿠)>를 만들어서 음식 관련 프로젝트도 시작하게 되었고, 자연스레 환경과 농업에도 관심이 생겨 스스로 실천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2010년 기사라즈에서 유기농업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렇게 실천을 하다보니,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과 라이프스타일을 체험할 수 있고 그 소중함을 알릴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단순히 이상으로 끝내지 않고 손에 잡히는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 그리고 그 실천을 일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넓혀 가는…
고바야시 씨와 동료들의 그런 마음이 담긴 장소로서 2019년 오픈한 것이 쿠룩쿠 필즈였습니다.
(이러한 배경과 이야기에 대해서는 쿠룩쿠 필즈 사이트에 소개되어있습니다 : https://kurkkufields.jp/ )
마리 씨 :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을 하나 하나씩 보자면 굉장히 작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게 어떤 누구에게든 잔물결로 시작해 점점 퍼지다보면 머지않아 큰 파도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만들어질 수 있는 미래가 분명히 있다고 믿고 저희는 여기서 열심히 활동하고 있어요.
맞아, 너무 멋지잖아…… 하고 너무 기분이 좋아서 고개만 끄덕이고 있다가 그만, 저희가 '공생과 조화'를 찾기 위해서 찾아왔다는 걸 잊을 뻔했습니다. 더 깊이 파고들어야만해!
그러고보니 궁금한 점이 생겼습니다. 마리 씨가 쿠룩쿠 필즈의 미션에 대해 이야기하실 때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의 진정한 가치'라는 말이 있었는데요. '진정한' 이라고 강조했던 이유는 무엇인지 신경이 쓰였습니다.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의 가치'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거든요.
"글쎄요. 그 힌트는 이 부지에 있는 자원 순환 구조 안에 있습니다."
그렇게 말한 것은 쿠룩쿠 필즈의 요시다 카즈야 씨. 요시다 씨의 안내를 받아 '자원 순환 구조'를 보기로 하였습니다.
요시다 씨 : '자원 순환 구조' 로서, 쿠룩쿠 필즈에서는 가축 배설물을 퇴비로 만드는 <퇴비사>, 미생물이나 식물의 정화 작용을 살린 순환형 여과 장치 <바이오 지오 필터>가 있습니다.
<퇴비사>에서는 부지 내 동물 배설물을 발효 시켜 퇴비로 만들고 있습니다. 또한 수확한 잡초나 음식물 쓰레기를 모은 컴포스트도 퇴비 만들기에 한몫을 더하고 있다고 합니다.
퇴비를 사용해서 만들어진 양질의 토양에서 잘 자란 채소가 식당에서 사람들에게 맛있는 음식으로 전해집니다. 이번에 함께 한 저희 여행 멤버도 그곳에서 점심을 먹었는데요. 그 풋풋함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쿠룩쿠 필즈에서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음식의 이면에는 자원 순환 구조가 있었습니다.
"이런 순환을 반복하여 미생물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토양의 질이 풍부하게 변해갑니다." 라고 요시다 씨는 이야기합니다.
<바이오 지오 필터>도 쿠룩쿠 필즈에서 이루어지는 순환에 빠뜨릴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쿠룩쿠 필즈는 공공 상하수도와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다." 라고 말하는 요시다 씨.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구조가 있습니다.
식당이나 여러 시설에서 나온 배수는 정화조를 통해 1차 처리를 합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물이 아직 부영양 상태이기 때문에 그 이후 배수는 <바이오 지오 필터>로 보내집니다.
<바이오 지오 필터>란, 자연의 구조를 응용해서 배수를 정화하는 시스템입니다. 쿠룩쿠 필즈에 있는 <바이오 지오 필터>에서는 개울에 다공질 돌이 깔려 있어 미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이 구축되어있습니다. 거기서 미생물이 오염 원인이 되는 유기물 등 양분을 분해하고, 식물이 뿌리로 양분을 흡수하면서 물을 정화해나간다고 합니다.
<바이오 지오 필터>로 정화된 물은 <마더 파운드>로 향합니다. <마더 파운드>에 고인 물은, 태양관 발전을 이용한 전동 펌프로 부지 언덕 위까지 올려져 개울로 다시 흘러들어가 부지 전체에 풍부한 생태계를 만드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런 순환 구조가 바로 쿠룩쿠 필즈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요시다 씨 : 쿠룩쿠 필즈에서는 사람이 살면서 쓰게 되는 생활 하수가 생물에게 필요한 물과 양분으로 재활용되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습니다.
쿠룩쿠 필즈에서 느끼는 '좋은 기분'의 이유 중 하나는, '우리, 인간의 방식을 부정하지 않는 것' 에서 오는지도 모릅니다. 바꿔 말하면, 나 자신이 큰 순환 속의 일부가 되는 '마음의 평안'이 아닐까요.
그것이야 말로, '인간도 자연의 일부라는 것의 '진정한' 가치' 입니다. 요시다 씨의 이야기를 들은 후, 눈에 들어오는 경치와 향기 모든 것이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퇴비 만들기나 <바이오 지오 필터> 등, 쿠룩쿠 필즈에 있는 자원 순환 구조의 배경에 있는 것이 '퍼머컬쳐'라고 하는 사고 방식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퍼머 컬쳐란 '퍼머넌트(permanent : 영구적인)'와 '어그리컬쳐(agriculture : 농업)' 과 '문화'를 결합한 말로, '영속 가능한 농업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문화. 즉, 사람과 자연이 함께 풍요로워지는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디자인 방법'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죠.
호주의 빌 모리슨과 데이빗 홀름글렌이 만든 이 디자인 체계는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곳, 쿠룩쿠 필즈도 퍼머컬쳐 디자이너인 요츠이 신지 씨의 감수 아래, 퍼머컬쳐의 생각이 구현되고 있습니다.
마리 씨나 요시다 씨의 말을 들으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쿠룩쿠 필즈에선 퍼머컬쳐가 주장하는 '사람도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입니다.
마리 씨 : 사람이라면, 사실 자연과 사람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쉽잖아요. '인간은 자연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 같은 게 있죠. 근데 사실, 그런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바이오 지오 필터>는 사람이 살면서 나오게 되는 영양이나 물을 활용하여 생물이 자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구조에요. 그런 구조가 가까이에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쿠룩쿠 필즈에 있으면 '자연이 인간의 매력을 끌어내듯, 인간도 자연의 매력을 끌어낸다' 라고 하는 감각을 느낄 수 있어요.
마리 씨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디선가 비슷한 이야기를 들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지난 번 취재에서 써니사이드의 타다 씨가 이야기한 '공생 모델'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취업 약자라고 불리는 분을 많이 고용하고 있는 써니사이드에서는, 장애 등 그 사람이 가진 특성에 맞게 일을 할당하는 '구별 모델'이나, 일반 사회에 적응하기 위한 직업 훈련이나 일을 소개하는 '연결 다리 모델'이 아니고, '여러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핸디캡의 존재 유무에 관계없이 각자에게 맞는 일을 한다'라는 '공생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걸 전회 기사에서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구별 모델, 연결다리 모델, 공생 모델'에 대한 생각은 사람과 자연의 관계에도 적용됩니다.
즉, 환경 보호 구역을 만드는 등 사람과 명확하게 선을 긋는 '구별 모델', 사람의 방식에 맞추기 위해 자연을 관리하고 이용하는 '연결 다리 모델', 그리고 사람과 자연 각각 서로의 특성을 발휘하여 살아가는 '공생 모델'이 있는 것이죠.
써니사이드의 타다 씨와 아키요시 씨도 쿠룩쿠 필즈의 실천을 경험하고, 자신들이 하고 있던 노력과 겹치는 부분을 느낀 것 같습니다.
타다 씨 : 우리가 하고 있는, 일반적으로 취업 약자라고 불리는 사람과의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가는 데에 있어서도, 어느 쪽을 위아래로 삼으면서 주종 관계를 만들면 '공생과 조화'는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사람과 자연은 함께 사는 존재'라고 하는 쿠룩쿠 필즈의 사고 방식에 매우 공감하고 있어요.
아키요시 씨 : 맞아요. 저희가 만들고자 하는 SUNNYSIDE FIELDS 에서도 사람과 자연이 공생하는 환경을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쿠룩쿠 필즈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사람과 자연의 공생' 에 대한 가치는 매우 참고가 될 것 같아요.
다만 여기서 궁금한 게 하나 생겼습니다. 아까 얘기 나눴던 쿠룩쿠 필즈의 미션은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 것의 진정한 가치를, 여러 매력으로 바꾸어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받도록 한다'. 즉, 인간이 자연의 일부인 것의 진정한 가치를 다양한 매력으로 바꾸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최종 목표로 삼는 것은 바로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 받는 것'. 그리고 그것이 현재 오픈 2년 째를 맞이한 쿠룩쿠 필즈의 현재 가장 중요한 챌린지입니다.
마리 씨 : 쿠룩쿠 필즈의 오픈이 2019년 11월이에요. 그리고 1년 반 만에 '이렇게 기분 좋은 장소가 있구나!' 라고 알릴 수 있게 되었어요.
그 다음 단계로 목표하고 있는 것은 '알려진다'보다 더 깊은 것이에요. 즉,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과 라이프 스타일을 세상에 제안해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가능하다면, 고객들이 쿠룩쿠 필즈에 왔다가 다시 나갈 때는 저희가 상상하는 미래를 향해 함께 행동하는 동료가 되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그러나 '장소를 즐기는 것'과 '행동하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존재한다는 건,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마리 씨 : 맞아요. 지금은 입장료도 무료이고, 방송 등 매체에 보여지는 것도 있다보니 호기심이나 관심으로 '한 번 가볼까' 같은 가벼운 마음으로 와주시는 분들이 많아요.
물론 그런 분들이 와주시는 것도 무척 기쁜 일이에요. 하지만 그 중에는 외부에서 가져온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가시는 분들도 있고, '살 게 아무것도 없다', 라거나 '이렇게 넓은 데 별 게 없다'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세요. 저희가 느껴줬으면 하고 바라는 부분이 잘 전달되지 않는 경우가 많죠.
그래서 좀 더 저희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부러 여기까지 찾아와주신 분들에게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 것에 대한 진정한 가치'를 어떻게 하면 가르치거나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공감하면서 전할 수 있을지가 지금 저희의 가장 큰 과제입니다.
지금까지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생하는 구조를 정립해 온 쿠룩쿠 필즈. 그런 쿠룩쿠 필즈가 직면하고 있는 것은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의 공생'이었습니다. 그런 과제를 앞에 두고 마리 씨와 다른 스탭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향해 나가고 있습니다.
마리 씨 : 쿠룩쿠 필즈의 프로듀서인 고바야시 타케시가 음악의 세계에서 많은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했듯이, 쿠룩쿠 필즈도 많은 사람에게 '인간도 자연의 일부인 것의 진정한 가치'를 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있어요.
그것은 분명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에요. 그래서 차근차근 잘 해나가고 싶어요.
자기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과 다른 가치관이나 새로운 삶의 방식을 누군가에게 제안하고, 또 그것을 통해 행동이 바뀐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그 가능성의 씨앗은, 이미 쿠룩쿠 필즈에서 건강하게 싹트고 있다고 취재를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싹이란,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마리 씨와 대화를 통해서 들었던 이야기에서도 이런 싹의 존재를 엿볼 수 있었죠.
마리 씨 : 우리가 소중히 여기고 있는 것이 전해지고 있구나, 라고 느낄 때는 스태프들이 직접 이야기를 통해 전했을 때가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샤퀴트리>의 셰프님은 손님과 소통하는 걸 매우 좋아하는 분인데요. 손님과 대화를 하시면서 설명을 하실 때가 있습니다. '이 고기 맛있죠? 여기 주변은 수해가 심해서 밭 농사를 짓지 못하게 되는 주민들이 있는데, 그런 분들이 멧돼지를 잡아서 팔기도 해요. 하지만 그렇게 잡힌 멧돼지의 생명도 소중한 법이니까, 적어도 여기서 귀중한 방식으로 요리를 해서 조금이라도 생명을 더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같은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렇게 음식이 만들어진 배경 이야기를 알면 손님 입장에서도 소시지를 먹을 때 그냥 먹던 것과 생각이 달라지잖아요.
그런 식으로, 어느 스태프나 각각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 라이프 스타일이 만들어갈 미래를 믿고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진심을 다해 전하는 것이죠. 그런 생각을 접했을 때, 오신 분들도 뭔가를 깨닫고, 또 깨닫게 된다면 행동도 바뀔 수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스태프들이 손님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을만한 대화를 하루에 얼마나 할 수 있을까, 라는 것이 진심을 전하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바이오 지오 필터>에서는 미생물이 매개 역할을 하는 것처럼, 공생을 위해선 서로 다른 존재의 관계를 연결해주는 매개체가 필요한 법입니다.
'가치관이 다른 사람끼리의 공생'을 생각했을 때, 그 '매개체'가 되는 것은,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걸, 마리 씨의 말을 통해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생각을 공감하는 동료를 늘려 만든 커뮤니티로 사회를 바꾸는 방법인 '커뮤니티 오거나이징'에서는, 사람에게 행동을 유발하는 데 있어서 '퍼블릭 내러티브'가 열쇠가 된다고 합니다.
동료를 늘려 커뮤니티를 만들어, 사회를 바꾸어 가는 수법인 「커뮤니티 오거나이징」에서는, 사람에게 행동을 촉진하는 데 있어서 「퍼블릭 내러티브」가 열쇠를 가진다고 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행동을 하면 거기에 반드시 이야기가 생긴다. 사람이 움직이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이 움직여야만 한다.
왜 자신이 그 행동을 했는지, 자신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을 통해 듣는 사람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Story of self). 자기 자신이 공유하는 가치관이나 경험을 듣는 사람과 함께 '우리의 스토리'로 이야기를 하여 커뮤니티로서 일체감을 만들어내는 것. (=Story of us). 행동을 하기 위한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함께 행동하는 동료를 늘리는 것. (=Story of us)
이런 것들이 유기적으로 조합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야기를, '퍼블릭 내러티브'라고 부릅니다.
(인용 : 커뮤니티 오거나이징이란 | Community Organizing JAPAN 커뮤니티 오거나이징 재팬)
이번 취재를 통해 알게 된 마리 씨나 요시다 씨 등 쿠룩쿠 필즈 스태프 분들의 이야기는, 이런 '퍼블릭 내러티브' 요소를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이야기'가 날마다 이 장소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면 '다른 가치관을 가진 사람과의 공생'이라는 이상적인 세상에 점점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희망을 느꼈습니다.
이야기 하나 하나는 씨앗처럼 작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모여 이곳 저곳에 흩어지고 싹트고 자라나면, 이윽고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도 같은 미래를 목표로 하면서 살아가는 '공생과 조화'가 여기 쿠룩쿠 필즈를 기점으로 태어나게 될지도 모르죠.
그렇게 만들 수 있는 사회는, 반드시 우리에게 기분 좋은 곳이 될 것입니다. 쿠룩쿠 필즈에 있는 자연이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 편안함을 느끼게 해줬듯이 말이죠.
써니사이드가 주창하는 '공생 모델'과의 공통점과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던 쿠룩쿠 필즈 여행. 공간이 있는 장소와 그 역할은 서로 다를지 모르지만, 목표로 하고 있는 세상의 모습은 닮은 곳이 많아서 마치 동료를 발견한 것 같은 기분이 되었습니다. 이 날의 깨달음은 분명 'SUNNYSIDE FIELDS'의 자양분이 될 것입니다.
'공생과 조화'를 목표로 하는 동료는 아직 전국에 더 남아있을 것입니다. 그런 만남을 찾아 저희의 '공생과 조화를 위한 여행'은 계속 됩니다.
– INFORMATION –
써니사이드는 2021년 11월 'SUNNYSIDE FIELDS' 오픈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관심있는 분들은 준비실을 둘러보세요!
글쓴이
야마나카 야스지 山中康司
삶의 방식 편집자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겨나는 장소가 늘어나는 것을 목표로, 대화 장소 만들기나 퍼실리테이션, 편집, 상담 등의 업무를 하는 중. 관심 영역은 가족, 파트너십, 커리어, 소셜에 관련된 내러티브. 그린즈에선 '그린즈 구인', '커리어 디자인 교실', 등을 담당하고 있고, 국가 자격 커리어 컨설턴트.
번역/편집 : 리이선생
clownforrest@gmail.com
삶의 방식을 증명하는 것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매력을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있는 고민을 한다는 것. 결국 스스로가 마케팅 콘텐츠가 되기도 하고 미디어가 된다는 것에서 인상깊은 이야기. 곱씹을 수록, 진한 맛이 우러나고 이 시기가 끝나면 꼭 가보고 싶은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