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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쌩전 May 17. 2021

자유란 무엇인가? 커뮤니티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커뮤니티 디자인> 야마자키 료씨에게 묻는 앞으로의 커뮤니티

#일본 #그린즈 #커뮤니티 #야마자키료


커뮤니티는 어떻게 될까? 자유란 정말 좋은걸까? <커뮤니티 디자인>의 야마자키 료씨에게 묻는다.


(원본 링크 : https://greenz.jp/2021/04/13/yamazaki_ryo_nagata_ryo/ )

본문 게시일 : 2021.04.13



'커뮤니티'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취미 모임이나, 반상회, 학부모 모임, 직장 동료 등, 사람 마다 제각각입니다.

'커뮤니티의 시대'라고 불리는 지금이지만, 커뮤니티란 대체 무엇일가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공동체를 커뮤니티라고 말하고 있긴 하지만, 명확하게 정의하면 무엇인지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번엔 커뮤니티 교실에서 강사를 맡아주실, 야마자키 료 (山崎亮) 씨에게, 코디테이터인 나가타 료 (長田涼) 씨가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대담을 이어가기 전, 이야기 중 야마자키 씨가 말씀해주신 '커뮤니티란 무엇인가' 를 공유하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커뮤니티'란?


야마자키 씨 : 커뮤니티의 정의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먼저 나오는 것은 보통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모리슨 매키버가 1917년에 낸 <커뮤니티>라는 책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커뮤니티와 어소시에이션이라는 말을 분리해서 정의합니다. 매키버는 지역을 맥주잔에 비유하며 '잔에 든 액체가 커뮤니티이고 거품이 어소시에이션이다' 고 말했습니다. 지역 사람들이 서로 모여있는 것이 커뮤니티라고 하면, 그 안에서 생기고 사라지는 것이 거품이라고 생각하는 방식입니다.

어소시에이션은 특정 목적이나 흥미를 가지고 모인 집단으로서, 커뮤니티 안에서 교육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PTA를 만들거나, 복지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사회 복지 협의회를 만들거나, 좀 더 좁은 영역의 지역 공동체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네이버후드 어소시에이션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어소시에이션은 함께 하고 싶은 사람만 합류하면 되는 형태로, 지역 내에선 함께 하지 않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그것이 맥주에서 얘기하는 액체와 거품입니다. 어떤 계기로 활동에 참여하게 되면 거품이 되고, 또 흩어지기도 하고 그런 어소시에이션의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는 것이 커뮤니티인 거죠.

다만 일본에서는 어소시에이션이라는 단어가 어렵기 때문에, 어소시에이션조차도 '커뮤니티'로 포함해서 부르게 되어버렸습니다. 매키버를 포함한 다양한 사회학자들이 이런 상황을 주의하며 언급을 하였는데, 최근에는 그냥 받아들이게 되어 일본에서는 '커뮤니티'라는 말에 어소시에이션과 커뮤니티 두 가지 의미가 모두 포함되어있습니다.

또한 현재는 '흥미형 커뮤니티'라는 어소시에이션이 지역을 초월하며 전 세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며, 본래 커뮤니티보다 확산됨으로써 커뮤니티의 의미가 더욱 그 쪽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커뮤니티가 기존 어소시에이션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더 많아진 것이죠.




야마자키 씨가 해주신 말씀은 커뮤니티에 대해 평소 관심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던 얘기였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전혀 몰랐던 내용으로, 특정 목적과 흥미를 가지고 모인 사람들의 집단과 물리적인 지역에 포함된 사람의 집단을 '커뮤니티'라는 말로 통합해서 부르게 되면서 명확한 의미가 모호해져 이해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넓은 의미를 포괄하게 된 '커뮤니티'가 우리의 미래에 있어서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야마자키 씨와 나가타 씨가 이야기를 나눈 대담의 형태를 통해 전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흥미형 커뮤니티의 가능성


나가타 씨 : 야마자키 씨는 지역 커뮤니티 위주로 활동을 하고 계시고, 저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메인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에서도 서로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야마자키 씨는 어떤 식으로 '커뮤니티'라는 키워드를 받아들이고 사용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야마자키 씨 : 저희가 커뮤니티 디자인을 진행할 때, 최근 가장 많은 것은 흥미형 커뮤니티입니다. 지역 연계형 커뮤니티와 흥미형, 두 가지 커뮤니티의 형태를 분류한다면 아마 흥미형 커뮤니티가 90% 이상일 것 같습니다.


나가타 씨 : 의외네요.


야마자키 씨 : 지역 연계 활동이 많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지역 자치회에서 오거나 상인 연합회로부터 의뢰 받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시장이나 상점가에서 활동은 하고 있지만, 상가 조합과 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 거의 개인적으로 와주시는 분들 뿐이죠.

물론 온라인에 비하면 지역 연계형에 가깝게 지역을 기반으로 활동을 하고는 있지만, 지역을 거점으로 시작된 토착적인 반상회나 자치회 등과 처음부터 함께 하는 일은 없고, 점점 활동을 넓혀가다가 함께 무엇이든 같이 해봅시다! 와 같은 형태로 참여하게 되는 것은 있습니다. 보통 도보나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올 수 있는 범위에 있는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모이는 느낌이네요.


나가타 씨 : 의뢰는 어디서부터 오나요?


야마자키 씨 : 80~90%는 지자체입니다.


나가타 씨 : 관공서에서 지역 연계 커뮤니티와 함께 해주세요, 같은 이야기는 없나요?


야마자키 씨 : 10년 전 정도까지는 '반상회나 자치회를 통해서 활동해주세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았죠.

저희들은 기본적으로 디자이너나 기획자이기 때문에, 관공서의 의뢰 형태도 '커뮤니티를 만들어주세요'라기 보다는 어떤 계획을 짜거나 장소를 만들어달라는 의뢰입니다. 그렇게 의뢰를 받으면 저희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민 참여형으로 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죠. 이제 그렇게 진행하기 위해 워크숍 참가자들을 모집한다고 하면, 15년 전에는 '반상회에 반드시 와달라고 얘기해주세요' 라는 말을 듣고는 했어요.

다만 그렇게 주어진 역할 때문에 마지못해 오는 사람과 오고 싶어서 흥미를 가지고 오는 사람이 섞이면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아요. 그런 경험이 쌓이다보니, 관공서로부터 그런 의뢰를 받아도 모두에게 똑같이 말을 걸고, 개인의 자격으로 오라고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그렇잖아요. 자신이 자치 회장이든, PTA 회장이든 결국 한 사람의 주민이니까 오고 싶으면 오고, 귀찮으면 안갈 수도 있고 그런게 좋은 거죠. 그런 이야기를 관공서에도 하고, 서서히 서로 이해하게 되어, 워크숍이나 행사가 있어서 참가를 부탁하면 자치 회장 등은 오지 않게 되었어요. 그 후 10년 간은 그다지 지역 연계형 커뮤니티에 얘기를 전해달라는 말을 듣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나가타 씨 : 모임에 대한 참여는 멤버의 자유의지에 달린 일이죠. 그걸 전제로 하고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멤버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그냥 사람들을 모으기만 하면 되는게 아니라, 참여해주시는 분들이 뭔가 실천과 행동을 통해 결과적으로 행복해지길 바라며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말씀해주신 이야기에 굉장히 공감이 됩니다.


야마자키 씨 : 지난 10년 동안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활동해오신 분들이 그런 사례를 많이 만들었기 때문에 관공서에서 쉽게 이해하게 된 것 같습니다.


나가타 씨 : 확실히 커뮤니티의 범위가 최근 4-5년 사이에 확 넓어졌다고 느껴집니다. 옛날에는 '커뮤니티'라고 하면 지역 반상회 모임 같은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제는 온라인 살롱이나 코워킹 스페이스에도 커뮤니티라는 키워드가 사용되거나 커뮤니티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등장하면서, 다양한 가능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소속감 vs 자유


나가타 씨 : 도쿄같은 대도시에선 흥미형 커뮤니티가 많이 있죠. 한 사람이 여러 커뮤니티에 소속되어 활동하는 것이 일반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자기에게 알맞는 커뮤니티를 찾을 수 있겠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오히려 커뮤니티 하나 하나를 소중히 하는 의식이 적어지는 면이 좀 단점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야마자키 씨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야마자키 씨 :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네요. 지역 기반 커뮤니티는 역시 빠지기 어렵고, 관계에 얽매이거나 파벌이 생기거나 하기때문에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에게는 귀찮고 불편하다고 느껴집니다. 그에 반해, 이른바 대도시 지역의 커뮤니티 활동이라면 참여하기도 쉽고, 몇 개든 다수로 활동할 수 있죠. 하지만 참석 여부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면, 커뮤니티에 대한 소속감은 확실히 옅어지게 되겠죠.

이는, 불편을 나쁜 것이라고 여기는 '종교'*가 태어난 후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는 좋은 거라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고, 그 결과 불편한 지역 커뮤니티는 나쁜 것이고 벗어나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게 되었죠. 흥미형 커뮤니티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참여하고 활동하면 된다는 식으로 계속 함께 할 수 있는 곳으로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아무도 주체적인 운영자가 되려고 하지 않고, 커뮤니티 매니저가 쭉 운영을 계속하게 되죠. 과연 그렇게 누군가 대신 운영해주는 커뮤니티가 진정한 커뮤니티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야마자키 씨는 불편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여기는 맹목적 사고를 '종교'라고 빗대어 표현하고 있습니다.





정말로 자유는 정의인가


야마자키 씨 : 최근 일어나고 있는 것은, 자유가 선이고 불편이 악이라고 전제하는 '종교'에 대한 의문으로, 최근 10년 사이에 피케티를 시작으로 함께 의견을 내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부분과 맥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피케티 옹호론자들의 생각은, 이른바 신자유주의 경제에 대한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애덤 스미스의 고전 경제학과 신자유주의적 해석을 의심하는 것이죠.

애덤 스미스는 철학자로서 1759년에 <도덕감정론>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 책에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 안에 있는 도덕은 서로 확인해 본 적이 없더라도 어느 정도 공유가 되어있고, 공유가 되고 있다는 것이 인간 사회에 매우 중요하다' 라고 말이죠.

그리고 그 내용을 전제로 두 번째 책인 <국부론>을 써서, 분업을 하거나 정말로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만들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여 부족한 사람들에게 물자가 제대로 전달되고, 분업에 의해 효율적으로 물건이 만들어져서 판매할 수 있게 된다고, 이로 인해 경제가 움직인다고 말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이 내용을 극단적으로 비대화시키죠. 지구 전체에서 '이걸 만들면 팔릴 것이다' 라는 생각으로 철저히 임하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해서 전 지구적인 규모로 물자 조정이 잘 될 것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규제라는 것은 될 수 있는 대로 축소하고, 모두가 자유롭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제공하면, 세상에 알아서 필요한 것이 유통되면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사람들은 행복해진다는 것이죠. 중요한 것은 자유라고.

하지만 애덤 스미스의 두 철학서는 사실 세트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는 것의 전제는 도덕 감정의 공유가 있기 때문이며, 그것이 성립하는 것은 맥주잔이라는 지역 사회 속에서의 이야기입니다. 얼굴이 보이는 관계 속에서는 도덕 감정의 작용 안에서 물물교환이 된다면, 사회가 잘 작용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피케티가 주장한 것은, 도덕 감정을 서로 공유하지 않은, 서로 얼굴을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유가 격차를 가진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자연 환경에서부터 착취하는 물자는 소모되지 않는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환경 파괴의 진행을 막을 수 없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신자유주의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사고 방식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불편한 커뮤니티보다 자유로운 커뮤니티가 좋은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에 대해서 되묻게 되는 것도 일면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자유를 속박하는 것을 전부 막아버리면, 커뮤니티 형성 자체에 어려움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 자유가 무조건 적인 선이라고 하는 전제를 의심함으로써, 조금 불편하더라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연결 될 수 있도록 잘 매니지먼트 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요.



온라인과 지역의 사이


나가타 씨 : 그런 불편과 사람을 연결하는 것이 매니지먼트라고 하는 면에서, 참가에 대한 필터링을 어떻게 디자인하는지가 커뮤니티를 만드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이라면 입구 설계의 허들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어느 정도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지역 커뮤니티의 펄티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야마자키 씨 : 온라인 커뮤니티가 필터링을 통해서 좋은 의미의 배타성을 지니게 되는 것은, 온라인 커뮤니티가 가진 자유로운 출입이라는 본래 의미에 대한 대항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약간 지역 커뮤니티에 가깝게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지역 커뮤니티는 원래 배타성이 있죠. 지역과 관련된 사람이 아니라면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기도 하고, 들어가게 되면 동질성을 요구 받게 되기도 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지금 지역 커뮤니티로부터 배운 것들을 토대로 적당한 구분을 만들어두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왜 지역으로부터 배우려고 하냐면, 유사시에 온라인에서 서로 돕는 것이 힘들다는 것이 밝혀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흥미형 커뮤니티라고 해도, 예를 들어 니혼바시 근처라든가 특정 지역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을 통해 흥미 외에 다양한 부분에 관계가 생기고, 그렇게 쌓인 관계가 큰 재해나 사고를 맞이했을 때 서로 도울 수 있는 동료 의식을 만들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반대로 지역 커뮤니티에서는 온라인 커뮤니티처럼 자유도를 높이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인가 하려고 할 때 하나하나 커뮤니티 리더에게 확인을 받지 않으면 할 수 없다거나, 그런 식으로 자유를 빼앗는 권위의 장벽이 있으면, 젊은 사람들은 더 자유롭고 좋은 장소로 이동해버리고 맙니다. 스스로 지역을 통제하려고 생각하지 말고, 각각의 사람들이 서로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는 상태가 가장 좋은 상태라는 것을 지역 커뮤니티는 배우지 않으면 안됩니다.

현재 온라인과 지역형 커뮤니티 모두 서로 극단적으로 갈 데까지 갔기 때문에, 그 사이에서 무언가 생기기 시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 연계형 커뮤니티는 젊은 사람들이 자꾸 빠지기 때문에 고민하게 되고, 온라인은 사람들이 계속 유입 되어 비대해지면서 운영비용은 올라가지만, 책임감은 아무도 가지지 않으려는 상황을 겪고 있습니다. 유사시에 모여서 서로 도울 수조차 없기 때문에, 역시 불안함마저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이 사이에서 뭔가 새로운 방법을 서로 모색하고 있는 타이밍이 바로 지금인 것 같습니다.



니가타 씨 : 어떤 마음인지 잘 알 것 같아요. 지금까지 거주지를 편리함 위주로 결정했었는데, 작년에 이사할 때는 지역과 사람들을 위주로 생각해서 좋아하는 목욕탕이 있는 고엔지로 이사했습니다. 살고 있는 아파트도 주민들끼리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고, 매력을 느껴서 결정하게 되었어요.

제가 그렇게 생각한 건, 지진이나 코로나를 거치고 아이도 곧 태어나게 될 거라, 지역 내에서 안정적인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이 저희들 삶에 안전망이 될 거라는 인식이 강해졌기 때문이에요. 저와 같은 세대 사람들도 같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야마자키 씨 : 어디서 아이를 키우고 싶은지 상상해보면, 커뮤니티 적인 요소를 떠올리게 될 가능성이 더 있을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각자의 라이프 스테이지에 따라 원하는 커뮤니티의 타입이 달라질 수도 있고요. 대학생일 때는 이런 커뮤니티, 가족이 생기면 이런 커뮤니티, 라는 식으로 조금씩 변해갈 것입니다.


나가타 씨 : 라이프 스타일과 커뮤니티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마을을 잃은 도시 사람들


나가타 씨 : 라이프 스테이지가 바뀔 때 사는 지역을 바꾸거나 원하는 커뮤니티가 바뀌는 건 정말 동의합니다. 다만, 그것과 별개로 도시에서 밖으로 이동하는 이주자가 증가하는 흐름도 생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주자가 점점 늘어나 도시 인구가 지역으로 흩어졌을 때, 커뮤니티에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지역에서도 우려하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요?


야마자키 씨 : 좀처럼 없었던 일이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지역에서 학습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안타깝긴 하지만 여러 지역이 경험하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도쿄에서도 60,70년 대에 집단 취업을 통해서 여러 지역에서 젊은이들을 많이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에도 토박이 (도쿄 지역 기존 주민) 들은 아는 것도 없는 놈들이 마을에 들어왔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당시에 들어온 사람들이 새로운 마을을 만들어버렸죠. '회사'라는 마을을.

일본 회사에서 추구했던 종신 고용이나 연공 서열은 마을에 원래 있던, 주민 전원을 평생 함께 돌본다는 구조를 회사 안에 구축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구조가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며 자란 사람들이 도쿄로 흘러들어와 직장에도 마을과 유사한 시스템을 만들고, 지역 자치회에도 그런 부분을 적용했습니다.

학생 운동도 인구가 비대해지면서 소외된 사람들이 자신들이 소속될 수 있는 마을을 갈구하던 운동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비대해지는 인구 중에서 지역 연계형 커뮤니티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강한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어 마을을 만들어갔죠.

그런데 현실은, 학생 운동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었고, 도쿄에서는 마을의 논리를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그걸 서서히 알게 되었고 도쿄에서는 기존 마을과는 다른 도시의 논리가 세워지게 되었습니다.

이제 도시의 논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다시 지역의 마을로 가게 되니까, 그곳에서는 학생 운동 같은 것은 아니더라도 그 나름의 부침이 일어날 우려가 있습니다. 도시의 논리를 마을에 들여놓으면 충돌이 생기게 되니까요.

예를 들어, 도쿄에서 온 사람이 반상회에 들어가는 것은 불편해서 싫다고 하면서도 쓰레기장에는 쓰레기를 버리는 거죠. 사실 지역의 쓰레기장이라는 것은 반상회비에서 돈을 모아서 유지하고 있는데, 도시 사람은 세금으로 지자체가 운영하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마을 사람들 입장에서는, 책임을 하지 않으면서 멋대로 설비를 이용하는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 여겨지게 되지만, 도쿄 사람들은 사실 그 구조 자체를 모를 뿐이고 죄를 지은 것은 아니죠. 만약 그 정도 일이라면 가르쳐주기만 해도 해소될지 모르지만, 어쩌면 마을 측이 먼저 그런 사람들의 논리와 생각을 배우지 않으면 안될지도 모릅니다.

도시에서 온 사람들이 제멋대로 행동하면서 논리적으로 틀린 것을 주장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도시 사람들이나 젊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형태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마을은 그것을 배워 체재를 변화시켜 맞춰주지 않으면, 지역에 젊은 사람들이 아예 없어져버릴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화를 내고 싶은 것도 꾹 참고, 도시에서 온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마을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다시 생각해 보자는 발상을 가지는 게 중요합니다.

물론 이주하는 사람도, 불편한 관계라고 생각해서 다가가지 않기 보다는, 이런 것은 이렇게 하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제안하다보면 새로운 재미있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편이 좋겠지만 말입니다.


나가타 씨 : 앞으로 몇 년은 이주자와 지역들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테스트를 해보는 기간이 될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 관점에서 보면 이주자들이 커뮤니티 바깥에서 한걸음씩 천천히 들어가는게 좋지 않을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느닷없이 코어로 접근하기보다는 작은 관계에서 시작하는 것이죠.

야마자키 씨는 어떤 일의 배경이 되는 스토리를 중요하게 생각해서, 무슨 일이든 근간이 되는 것을 포착한 다음 깊이 있는 생각을 전개하시는 것이 매우 공부가 되었습니다.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대담 여기까지)


커뮤니티란? 이라는 이야기에서부터, 신자유주의, 배타성에 대한 이야기를 거쳐 마지막은 지역 이주의 이야기까지. 나가타 씨의 말대로,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야마자키 씨는 근본을 찾아서 생각을 하나씩 조립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 일어나는 지역 이주의 흐름이라고 하는 것이, 자유에 대한 생각의 변화나, 커뮤니티와의 관계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고 하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어떤 입장에 있는 사람이나, 모두 60~70년 전에 생각해 오던 것과는 다르게 다양한 것을 재검토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에 와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커뮤니티란 도대체 어떤 것일까요? 커뮤니티와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은 생활방식 자체를 생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여러분도 꼭 커뮤니티에 대해서 한 번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어진다면, 커뮤니티 교실에 참여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 INFORMATION -

사람과 사람의 유대를 살리자. 커뮤니티의 본질을 탐구하는 커뮤니티 교실 (입문) 제 7기




글쓴이

이시무라 켄지石村 研二

작가 / 영화관찰자



greenz의 시니어 라이터. 도쿄 출신. 법대를 나왔지만 법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긴 모라토리엄 기간을 보내면서 오로지 영화만 보다가, 2000년에 사이트 '날마다 영화'를 시작, 글 쓰는 것을 일로 할 수 있도록 작업을 거듭. 현재 작가이자 영화 관찰자. 생활과 사회 사이의 다양한 주제에 대한 기사를 집필. 2016년에는 <소셜 시네마를 즐기는 웹 매거진 '소씨네'>를 시작. 한가할 때는 SF를 읽으며 미래에 대한 희망을 찾으며, 세계는 5차원이라 믿는다.





번역/편집 : 리이선생

clownforrest@gmail.com


야마자키 선생의 말이 어려워서 힘들었지만, 요약하자면 결국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의심을 가져야 미래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 같습니다. 과연 무조건 자유로운 것만이 좋은 것인가? 기존에 하고 있던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새로운 흐름에 어떻게 적용해야하는가? 우리는 위기에 살고 있으므로, 유연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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