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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이상 May 12. 2017

십대 엄마들의 살롱 <모에칸집>

십대 엄마 살롱 <모에칸집> 보육사 츠카하라 모에카 인터뷰

#일본 #그린즈 #NPO


"십대 엄마들을 존경하고 보는 것 만으로 마음이 설레요!" 십대 엄마 살롱 <모에칸집>*에서 분투하는 보육사 츠카하라 모에카의 마음


*모에칸집(もえかん家)은 한국어로 직접 번역하기 어려워 단어 그대로 씁니다. 대표인 츠카하라 모에카씨의 모에카의 집 이라는 뜻입니다. 일본어로 모에카노우치가 되는데, 친근하게 줄여서 부르기 위해 모에칸치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글에서는 쉽게 부르기 위해 이하 모에칸집으로 표기합니다. 


(원본 링크 : http://greenz.jp/2017/04/26/pieces_mama/)

게시일 : 2017. 04. 26.



이 기사는 greenz.jp가 파트너로 참여하는 SmartNews의 NPO지원 프로그램"SmartNews ATLAS Program 2"와의 연동 기사입니다.



일본 도쿄 이타바시구의 한 주택가에는 아직도 옛 모습을 간직한 낡은 집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이 '십대 엄마들의 살롱'인 <모에칸집(もえかん家(ち): 모에칸치)> 입니다.


보육사 츠카하라 모에카씨가 중심이 되어 어린 나이에 임신, 출산을 한 소녀들이 함께 모여있습니다.


<모에칸집>이라고 이름을 짓게 된 것은, 중심이 된 모에카씨의 집인 것 같은 마음을 담기 위해였습니다. 그 마음 그대로 <모에칸집>에는 모에카씨의 집인양 따뜻하고 편안한 공기가 넘쳐 흐릅니다.


하지만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10대, 20대에 임신을 했거나 곧 출산을 하거나 낙태를 경험하거나, 어린 나이에 엄마가 되어 가정과 학교 등 사회에서 고립되어버린 분들입니다. 결코 많은 수는 아니지만, 학교나 행정에서 도움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이들입니다.


츠카하라씨가 여기서 활동하려고 마음 먹게 된 건 그녀의 성장과정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습니다.

츠카하라씨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부모가 이혼하고 그녀는 두 여동생과 함께 아버지와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편부 가정이라는 어려움이 있었는지도 모르지만, 그녀의 부친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고생하며 자녀들을 키웠다고 합니다. 그 결과, 알코올 중독에 걸리기도 하고, 실업을 하거나, 정신적으로 불안정해지는 일도 있었다고.


인터뷰 내내 미소 가득한 모습의 츠카하라 씨. 활동의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저 자신도 학생 시절에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못하고 기복이 심했어요.
역시 부모의 정신 상태가 아이에게 영향을 준다고 생각해요.



또한 대학시절 고아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을 때, 어떤 사건이나 배경이 있더라도 아이는 부모와 함께 살고 싶어 하는 모습을 본 기억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합니다.


자신의 경험과 고아원에서의 일 이후로 츠카하라씨는 보육사를 목표로 했습니다. 2017년 봄으로 그녀는 보육사가 된 지 3년 째가 됩니다. 하지만 더욱 부모들과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에 보육사 일에 <모에칸집> 활동까지 함께 하고 있습니다.


자신의 경험을 통해서 어린 엄마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거나 구해주고 싶다는 마음이었을까요? 라는 질문에 츠카하라씨는, '언니나 친구같은 모습으로 친해지고 싶어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엄마들과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역시 자신의 경험과 맞물리는 부분도 있다고 말합니다. '타인을 믿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나 '이성에게 의지하고 의존하게 되는 마음' 등, 실제 엄마들의 마음과 다를 수 있지만 그래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지 깊이 고민하게 된다고, 츠카하라씨는 말합니다.


그리고 "엄마들에게 필요한 지원처를 연결해주는 통로가 되고 싶어요" 라고 말하는 그녀의 표정에서 엄마에게 둘도 없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뜨거운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0대 엄마와 사귀는 방법


보육사로 일하는 츠카하라 씨는 엄마들과 사귀는 방법에서도 프로입니다. 하지만 보통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어머니의 대부분은 30대. 역시, <모에칸집> 에서 활동을 시작했을 때는 평소에 접하는 엄마들과의 차이에 놀랐다고 합니다.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할지 많이 망설였어요.
마음을 닫아놓고 있다거나, 사람을 믿는 것을 무서워하거나,
벽을 만들고 있거나 하는 그런 엄마들이 많았으니까요.



그런 엄마들과 LINE 아이디를 교환해서 날마다 일을 하면서도 꾸준히 연락하며 차근차근 관계를 쌓아갔습니다. 츠카하라씨도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하게 되면서 엄마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들의 왕따를 당하거나 학대를 받았던 이야기를 들으면서, 츠카하라씨는 그들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있다는 말만큼은 쉽게 입에 담지 않았습니다.



엄마와 함께 매니큐어를 즐기츠카하라 씨. 그런 무심한 한때가 엄마에게는 중요합니다.


저도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학대를 받은 적은 없고,
낙태를 경험한 적도 없어요. 제가 경험하지 못한 것들이 많죠.
그러다보니, 알아요 알아요, 라거나 맞아요 맞아, 라고 쉽게 말하는 것이 상대에게
당신이 알 수 있을리 없잖아, 라는 마음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상대의 말을 신중하게 듣고 진지하게 대해주자고 생각해요.


<모에칸집>에 모여있는 엄마들의 입장을 생각하면, 가정과 학교에서 고립된 것은 물론, 사회에서 소외되어버린 어려운 입장에 놓여있는 게 아닌가 하고 무심코 동정하거나 불쌍하게 생각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츠카하라씨가 그녀들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은 '존경'입니다. 츠카하라씨는 자신을, 그녀들을 도와주고 구해주는 지원자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벽을 넘어 온 그녀들을 존경해요.
뭔가 주는 것 없어도 보는 것 만으로 설레어요.
그녀들에게서 기운을 받고 있고, 정말 좋아합니다.
만날 때마다 신나고 반갑게 만나고 있답니다.



엄마들을 좋아하는 츠카하라 씨. 그 중에서도 인상 깊은 엄마가 있습니다. 그 엄마는 이미 두 아이를 가진 20세의 미혼모로 매우 복잡한 가정환경 속에서 자라왔습니다. 처음에는 표면적인 관계만 이어져왔지만 알고 지낸 지 4개월 정도 지났을 때, 노래방을 좋아하던 그 엄마가 역시나 노래방을 좋아하는 츠카하라씨에게 함께 노래방을 가자고 제안한 것입니다.


그 이야기를 하는 츠카하라씨는 마치 좋아하는 사람에게 데이트 신청을 받은 것처럼 신이 났습니다. "평소였으면 혼자 갔을 노래방에 저를 불러줬어요!" 라고 흥분해서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그 엄마, N씨에게 츠카하라씨는 어떤 존재일까요?

최근 이타바시 구의원들이 <모에칸집>을 견학하러 왔을 때 무심코 던진 질문을 통해 밝혀졌습니다.


우연히 츠카하라씨가 자리를 비운 사이, 구의원들이 N씨에게 물었습니다 "츠카하라씨는 어떤 존재인가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만날 수 있는 존재."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그 이야기를 들은 츠카하라씨는 아, 드디어 그 정도의 자연스러운 존재가 되었구나 라는 생각에 무척 기뻤다고.



모에칸집에서 식사를 만들어 즐기는 것도 고립된 엄마에게는 귀중한 시간



언뜻 보면 둘의 관계는 지원하는 쪽과 지원 받는 쪽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사실 N씨는 똑부러지게 살고 있고, 살롱에서 식사를 만들기 위해 장을 보러 가면 뭘 살지 고민하는 츠카하라씨에게 이걸 사라 저걸 사라 지시하는 역할입니다. 그렇게 서로가 자연스러운 존재로서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게 가정과 사회에서 고립되어 버린 엄마에게는 가장 소중하고 중요한 것이 아닐까요.




<모에칸집>을 운영하는 PIECES


<모에칸집>을 운영하는 것은 고립 된 아이들의 문제를 파고드는 <NPO법인 PIECES>입니다. 츠카하라 씨는 <PIECES>가 육성하는 커뮤니티 유스 워커(이하 CYW) 중 하나. <PIECES>에서는 아이들과의 유대를 쌓은 CYW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츠카하라 씨는 그 1기생으로 <PIECES>가 키운 첫번째 CYW이며, 현재 활동하는 8명의 CYW 중 하나입니다.


CYW는 반년 동안 아이와 관계를 맺고 실전 경험을 쌓아서 세미나를 통해 피드백을 받으며 CYW로서 필요한 지식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만들어갑니다.



저는 엄마들에게 조금이라도 연락이 끊기면
뭔가 잘못한 게 아닐지 생각하며 점점 깊이 빠지는 타입이에요.
나쁜 짓을 한걸까 라던지, 2,3개월 정도 고민하기도 했죠.



CYW들이 함께 모여 피드백 세미나를 하는 과정에서 츠카하라씨에게 다양한 관점으로 여러 조언이 던져집니다. 그것들을 통해 여유를 갖게 되고 엄마를 바라보는 시각도 변화했다고 합니다. 츠카하라씨는 다른사람으로부터 새로운 관점과 시각을 배우는 것으로 다양한 아이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도 외부 단체나 기업의 영업에 동행하며 win-win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어내는 방법 등 영업스킬에 대한 것을 배우게 된 것도 매우 좋았다고, 츠카하라씨는 회상합니다.


외부 단체나 기업에서는 십대 엄마들에게 접근하고 싶어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 없는 상황에 있었는데, 그 사이를 <PIECES>가 매울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입니다. 현재 <십대 엄마 살롱>으로 사용하는 고택을 빌리는 것도 츠카하라씨 혼자서 협상에 임해서 선뜻 협력을 얻는데 성공한 사례라고 합니다.


츠카하라씨가 CYW가 된 지 이제 10개월. 자기 자신에게도 자신감이 없었던 츠카하라씨지만, <PIECES>를 만나고 다양한 엄마들을 만나고 CYW 2기생들도 함께 참여해서 더 많은 엄마들을 만나기 위해 행정적인 도움을 준다거나, <모에칸집>에 온 엄마들의 친구를 소개 받는 것 등을 통해서 아이들의 커뮤니티에 더욱 적극적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마음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모에칸집>에서는 다양한 절차 때문에 구청을 가야하거나, 취업지원을 하거나, 고졸 인증 자격(검정고시) 및 기타 자격을 따고 싶은 엄마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거나, 엄마들에게 필요하고, 엄마들이 바라는 많은 것들을 이루기 위해 도와주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보육교사 자격을 가진 츠카하라씨 이외에도, 소셜 워커의 지원자도 함께 일하고 있습니다.


조심스레 발걸음을 움직여 <모에칸집>을 찾아와준 엄마들은, 학대와 따돌림의 경험을 가지고 있거나, 이성과의 트러블을 안고 있거나, 자해를 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타인을 만나는 것이 두렵고 불안해하던 엄마들이 <모에칸집>을 직접 찾아와준 것은 정말 소중한 첫걸음입니다.


그런데도 츠카하라씨는 좀처럼 자신에게 자신감을 갖지 않습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저 자신이 어떻게 보여지는지가 신경쓰여서
각오를 다지지 못했어요.
근데 그건 너무 자기 중심적인 생각이잖아요.

왜 제가 <모에칸집> 활동을 하고 싶었던 걸까 생각해보니,
주변에 엄마들이 여러가지 관계를 맺으며 조금씩 조금씩
살아가는 힘을 얻도록 만들고 싶기 때문이었어요.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저 자신이 어떻게 생각되는지 신경쓰는 것이
너무 보잘 것 없는 일이구나 하고 깨닫게 된거죠.



앞으로 이 활동이 더욱 발전하기 위한 큰 그림을 보기 위해 시야를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고 말하는 츠카하라씨의 표정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자신감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모에칸집> 앞에서 웃고 있는 츠카하라 씨. 정말 그녀의 집인 것 같다.


100%에 가까운 중학생들이 고등학교로 진학합니다. 대학 진학률도 계속 높아지기만 하는 현대 사회에서 십대의 나이에 출산한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고립의 이유가 되고 맙니다. 그럼 그런 엄마들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야하는 걸까. 현재 사회에 있는 제도로는 역시 역부족인걸까.


그래도 <PIECES> 같은 단체, 츠카하라씨같은 사람이 있는 한, 십대들의 출산이 사회에서 소외 받지 않고 다른 엄마들처럼 축복 받으며 둘 도 없는 생명의 탄생과 성장을 따뜻하게 지켜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모에칸집>의 좋은 점은, 아기의 상태가
엄마와의 관계성의 바로미터 같은 것이 된다는 것입니다.
아기와의 관계가 잘 되면 엄마도 안정되죠.
그렇게 엄마의 안정이 다시 아기에게 이어집니다.
엄마와 아이의 성장을 함께 지켜볼 수 있어요.



앞으로 '반영구적인 형태가 되고 싶다'고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답해준 츠카하라씨. '엄마들이 힘든 시기를 극복한 곳이 되어, 나중에 또 정말 중요한 일이 생겼을 때 상담을 해주고 도움을 줄 수 있게 된다면 좋겠어요.' 라며 더 먼 미래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성장과정과 그곳에서 온 자신감 결여를 극복하고, 십대 엄마들과 그 아이들을 위한 <모에칸집>을 만들기 위해 고군 분투한 츠카하라씨는, 경험을 거듭하며 확실하게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곳이 지금 그녀의 꿈이자, 그녀를 지탱하는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모에칸집> 프로젝트는 아기가 어른이 될 때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합니다. <PIECES>가 그 무거운 책임을 지고 많은 엄마들과 아기가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따뜻하고 긴 안목으로 그들을 지켜볼 수 있길 바라봅니다.



– INFORMATION–


많은 기부를 부탁 드립니다!–[PIECES PROJECT]10대 엄마가 자기 자신답게 생생하게 사는 사회


이 기사를 읽고<모에칸집>을 응원하고 싶다고 생각한 분은 꼭 이쪽을 보세요. 

현재 클라우드 펀딩 사이트<CAMPFIRE?에서 <모에칸집>의 활동 지원이 열렸습니다. 

아직 10대, 20대이면서, 혼자 자녀를 기르려고 하는 엄마가 당신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https://camp-fire.jp/projects/view/21597




글쓴이

무라야마 미유키

시니어 라이터

greenz 시니어 라이터, 1973년 쿄토 태생. 

라이터. 좋아하는 것은 인터뷰, 말, 아름다운 것, 예술 전반. 

누구나 자기 자신답게 살 수 있는, 평화로운 사회를 위해 한 걸음 씩 걷고 싶습니다.




번역/편집 : 리이선생

clownforrest@gmail.com


저 또한 그들의 고립과 소외에 일조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진 건, 응원받아 마땅합니다. 분명 우리 사회에도 모에카씨와 같은 사람, 모에칸집과 같은 곳, 그리고 그곳에 모이는 엄마들과 아이들이 존재하고 있을 것입니다.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주변을 둘러보는 태도가 그들에게 조금 더 따뜻한 세상을 만들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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