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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쌩전 Dec 02. 2018

나는 아직 내가 아니다

뜬금없이 고백하자면, 타인의 성공이나 성장을 보며 슬퍼하는 내가 있다. 그리고 그런 날이 있다. 갑자기 몇몇 잘난 모습이 눈에 띄는 날 말이다.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다. 괜히 요새 떠오르는 작가의 등단한 나이를 찾아보며 혼자 우울해지기도 하니까. 이럴 때 난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사는 것 같아서 조바심이 난다. 마음을 터놓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얘길 겁없이 했을 때도 있었다. 그러면 그들은 열이면 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겁없이 위로한다. 그럼 나는 공허한 마음에 공허한 응원이 채워져 차가워진 마음으로 도태된 오늘의 상처를 헤집는다. 해결은 없다. 답은 매번 똑같다. 그냥 잊어버리던가, 뭔가 새로운 시작에 마취되어 슬픔을 밀어내거나. 나는 내가 되고 싶다. 간단한 일이 아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자신이 유명해질거라 자신만만했다. 나중엔 수식어도 필요없이 이름만으로 불릴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본인은 오스카, 혹은 와일드만으로도 충분할거라 말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거기까지 닿진 못했다. 카니예도 최근에 트위터에서 스스로 ye라고 칭했다. 지나치게 나댄 행보에 비웃음을 사긴 했지만. 그래도 이름을 줄여가는 시도에는 나름의 시사점이 있다. 유명세를 통해 충분히 이미지가 생겨난 대상은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없다. 악명도 유명이라고, 볼드모트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나는 아직 이름없는 사람이다. 언젠가 나만의 이름이 생겼을 때, 나는 그를 나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나는 스스로 내가 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끝날 때까진 끝난게 아니라고 했다. 꼭 성장이 아니더라도, 생이 어떤 과정 중에 놓여 있다고 가정한다면 내가 계속 과정통을 겪을거라는 건, 부정할 수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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