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쪽으로 시간이 쓸려가는.
오두막집의 창틀에 걸터앉아 있을 때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안개가 흩어지는 건지 비가 쏟아지는 건지 알 수가 없어서 그래서 한참을 가만히 앉아있다.
정신을 차려 보고 나니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어느 숲 속 호텔에 도착해버렸고 그 무렵엔 속물처럼 행동하고 바보 같은 농담을 하며 동물적이고 초자연적이며 본능적인 시간을 보냈다. 아무도 그 누구도 나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았고 쓸쓸해지면 그때마다 종종 나무 위로 기어 올라갔다.
그건 일전에도 나무를 타본 적이 있는 사람처럼 쉬운 일이었다.
숲 관리인이나 정원사가 될 걸 그랬나 봐. 난 숲에서 소질을 발견하는 보기 드문 희망찬 사람이 되려 했다. 모두가 나를 향해 질책과 비난을 하면서도 그로 인해 끊어지고 멈추어진 호흡을 다시 이어가길 바랐다.
숲의 고독은 잔인하지도 끔찍하지도 않을 텐데 하고 대부분의 편견을 무시한 채로.
숲은 고요하고 고요해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으며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길 바라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