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나라 별나라 생활백서.
우주에서는 늘 혼자 있었다. 가끔 다른 행성에 사는 코끼리와 눈곰과 범고래가 놀러 오기도 했지만 자신들의 재주를 뽐내다가 곧 돌아가버렸다. 사실 우주의 세계는 너무나 광활해서 혼자 있는 것들이 무수하게 많았지만 그들은 단지 자각하지 못할 뿐이었다. 매일같이 별이 빛나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으니까. 별은 어느 곳에서 보아도 아름다웠다. 칠흑같이 사방이 어두웠던 날 그곳을 탈출하기로 마음먹었다. 그가 빠져나오는 것을 아무도 보지 못했는데 그날은 어둠이 어둠을 삼킨 날이었다.
밤의 바다를 헤엄쳐서 도착한 곳은 소행성의 해변이었고 그곳에서 그가 떠나온 지점을 헤아려보았다. 멀리서 보니 알 수 있었는데 거긴 달이었고 너는 달을 지키고 있었던 것 같다. 달이 되고 싶어 했는데 달을 수호하고 있었다니 아이러니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시 바로 달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렇게 거리를 두고 떨어져서 보는 달이 우아해서 그래서.
아침이 와도 달은 숨어있거나 없어지지 않았다. 같은 자리에서 어제와 똑같은 표정을 한 채로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달은 어제의 달이 아니고 너도 내일의 너와는 다를 것이라는 걸 누구나 알고 있다. 그렇게 매일 모습을 바꾸어가며 어떤 상실을 견디어내고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