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눈사람 Mar 08. 2021

굴맛.

다시는 또.

어떤 하루는 좀 굴 같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거 같은데  맛을 모르겠는 맛없는데 맛있는 맛. 미끌거리고 징그럽기도 하지만 궁금하고 떠오르기도 하는. 그땐 굴을 먹을 때는 자꾸만 거짓말을 했다. 굴이 참 맛있네. 굴이 제법 싱싱하다. 사실 굴 맛에 대해 잘 모르면서.

굴 껍데기를 바라보고 있다. 낡고 오래된 의자 옆에 수북하게 잔뜩 쌓인 누군가의 껍데기를 한참 동안. 저 많은 것들이 내 안에 들어갔다는 말이지. 스르르륵  미끄러져 목안으로 흘러들어 갔다는 게 이상해 역시 이상해서.

채워지지 않는다. 아무것도. 멀어지지 않는다. 여전히. 모든 게 그대로인데 모든 게 전부가 뒤바뀌었다. 우리의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뒤죽박죽 뒤섞인 채로 거울 안으로 모습을 감춘다. 자꾸만 거울을 바라본다. 벽을 비추고 있는 거울을 바라보다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굴 소년이 등장했다 사라지길 반복했다.






토끼굴은 흔적도 없잖아.












매거진의 이전글 유리알 수영장.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